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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용 지은이 / 황매(푸른바람) 눈을 감고 상상해보세요.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당신이 아는 한 가장 시원하고 청량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솨아아아아아아------- 아이의 키보다 몇 배는 더 큰 호두나무가 서있습니다. 잎이 울창하고 꽃까지 피어있는 걸 보니 봄이겠네요. 바람에 따라 호두나무가 머리를 풀어헤치고 있습니다. 기억하고 있죠? 무성한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릴 때 나는 소리를. 솨아아아아아아------- 그 바람에 날개를 펴는 아이가 있습니다. 깃털 핥는 바람 소리. 날아봐. 날아봐. 바람아, 호두나무야 나를 데려다 주렴. 내 엄마가 있는 곳으로. 솨아아아아아아------- 
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충북 영동 내궁골에 할머니와 살고 있는 상복이에겐 그리움이 있다. 봄이면 오신다던 엄마를 기다리며 호두나무에 올라가 마을 끝을 내다보는 아이. 하지만 엄마는 호두가 여물어가는 가을에도 소식이 없다. 만화 속 호두나무 왼쪽 길은 어른들의 지름길이다. 공동묘지가 있어서 마을의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그 길을 어느 날 혼자 걸어 나오는 상복이. 아이는 그렇게 그리움으로 자라간다. 하지만 19살이 되어, 재혼한 엄마는 다시 오지 않을 거란 걸 알아버리고, 여름 날 마을 앞 불타는 호두나무를 뒤로 하고 오토바이에 의지하여 집을 떠나온다. 동네 누나 경희의 부탁으로 딸기를 찾아 본격적인 여행을 하는데, 곧 잡힐 것 같지만 잡히지 않고, 금세라도 만날 듯해도 훌쩍 사라져버려서 아쉽고 설레는 여행길. 결국 여행은 그 자신을 찾는 여행이 되어간다. 그리움 따라 사람과 길을 찾는 길고 아름다운 여행. 책 소개 (1권) 중견작가 박흥용이 2003년 3월부터 한국일보에 연재해온 작품으로, 할머니 밑에서 외롭게 자란 한 소년이 고교 졸업 이후 고향인 충북 영동을 떠나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을 여행하며 겪게 되는 일을 그리고 있는 '기행 만화'이다. 책을 넘기다 보면 남원 광한루의 이름이 원래 '광통루'였다거나, 노래 '목포의 눈물'에 등장하는 목포의 명소를 직접 만나게 되는 등, 지역의 풍물과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날 수 있다. 한편 만화 뒤쪽에선 독자들을 위해 만화 속 상복이의 여정에 따른 여행 정보와 사진을 50페이지 가량 수록했다. 저자 소개: 박흥용 1961년 충북 영동 출생. 한국적인 정서와 이야기를 개성 있는 캐릭터, 주옥같은 대사와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구성과 연출을 통해 감동적으로 전달하고 있으며, 흔히 ‘작가주의 만화’의 대표 주자이자 ‘우리 만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가’로 불림. 1981년 〈돌개바람〉으로 데뷔, 1986년 〈백지〉로 만화광장 신인만화 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함. 사회의 폭력과 부조리를 고발하고, 철거민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신산한 삶을 애정 어린 눈으로 응시하는 사회성 짙은 단편을 잇달아 발표. 1992년 작가 자신의 실존적 고민과 기독교적 진리에 대한 열정이 담긴 《검》을 〈국민일보〉에 연재하면서 한국 기독교 만화의 지평을 넓힘. 2010년 이준익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기도 한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1996년 문화관광부 ‘대한민국 만화문화대상 저작상’을 수상, 2005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한국의 책 100’에 선정되었으며, 2007년 프랑스 출판사 카스테르망에서 불어판이 출간됨. 1999년 《내 파란 세이버》로 문화관광부 ‘제1회 오늘의 우리 만화상’ 수상.......... .......................................... 이 만화를 5년 전에 알게 되어 3권을 구입해서 읽고 몇 년 잊고 살았다. 지난해 가을 다시 이 만화 4,5권을 구입해서 보았다. 이 만화는 책을 펼치는 순간, 주인공과 그 길을 따라가며 설렘과 긴장, 짜증스러움과 희망 등을 겪게 된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호두나무 잎사귀가 바람에 흩날리고 그 꽃향기마저 코끝에 살아 따라오는 착각 속에 상복이 등에 기대어 오토바이 따라 나도 부웅부웅 길을 떠나간다. 그 길을 따라가며 푸른 시절 방황을 되돌아보게 하고 내 현재를 다시 묻는다. 어린 시절 가난한 엄마는 집 마루에 만화가게를 차렸었다. 고단한 엄마가 일을 나가고 대신 작은 만화가게를 지켜주던 삼촌이 동네 친구들을 불러오면 입막음용으로 얻어먹던 사탕이 달콤해서 난 그 비밀을 굳게 지켜주었었다. 그래서 철없는 내게 만화는, 엄마의 땀내와 아이들 코 묻고 너덜해진 만화책 그리고 달달한 눈깔사탕으로 기억된다.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동생과 자취생활 하면서도 용돈만 생기면 달려가던 곳이 동네 만화방이었다. 동생과 나는 동네만화방 특급고객으로 우대받았었다. 늦가을이면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뒹굴며 귤을 까먹으면서 수십 권씩 동생과 돌려보던 만화들이 객지생활의 외로움을 달래주었었으니까. 만화에 열렬히 빠져드는 바람에 한 달 생활비를 일주일 만에 다 써버리고 20여일을 굶다시피 배곯고 학교까지 걸어 다니며 후회하던 시절... 배고프지만 그마저도 즐겁게 견딜 수 있던 때였다. 1권에 이런 글이 있다. ‘호두를 깨던 손에 호두 물이 빠지면 9월이 온다.’ 후덥지근하고 지루한 장마와 태풍에도 시절은 가고, 다시 9월은.... 푸르른 바람으로 오겠지.
광덕사 호두나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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