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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코디아 블록 황금 네모
지역 안에서 가장 유명한 블록은 디스코디아 블록(Illa
de la Discordia)이다. 가우디가 건축학교를 졸업하고 일할 때는, 세르다가 계획한 신시가지에 들어선 건물들 나이가 수십 해 지났을 즈음이었다. 바르셀로나 경제가 흥청거리면서, 1900년 전후로 건물 주인들이
바뀌게 되는데, 이때 여러 건물이 재단장된다.
그리하여 이 블럭에
당대 모더니즘 건축가 셋의 작품이 모였다.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1852-1926), 루이스 도메네크(Lluis Domenech i Montaner, 1850-1923), 조셉 푸치 이 카다팔크(Josep Puig i Cadafalch, 1867-1956)가 그들. ▲ 가우디의 까사 바트요 건물이 있는 블록. 사진 맨 오른쪽이 까사 바트요 ■ 까사 예오 모레라(Casa Lleo-Morera) 그라시아 거리 35번지.
1864년에 건설된 건물을 1902년에 루이스 도메네크가 재단장함.
내전을 거치면서 파괴되기도 했는데,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건물의 조각품을 사들여서 보존했다고.(바르셀로나에서 멀지 않은 도시 Figueres가 달리의 고향인데, 거기에 있는 달리 박물관에 조각 몇 점이 아직 있다고 함.) 루이스 도메네크는 바르셀로나 건축학교의 초대교수(1875년 개교)였고, 45년 동안 제자들을 길러 냈으며 까딸로냐 모더니즘의 선구자이자 중심인물. 까딸로냐 자치운동 같은 사회활동에도 참여.
사자(lleo) 와 뽕나무(morera) 장식에서 건물 이름이 왔다는데...꽃이 많다.
■ 까사 아마트예르(Casa Amatller)
그라시아 거리 41번지.
초콜릿 공장 기업가 아마트예르의 집.
1898년 조셉 푸치 설계(리모델링)
이 건축가는 16살부터 강연하고 글 쓰는 등 어려서부터 두각을 나타냄.
프랑코 정권에 반대해서...파리로 망명했다 돌아오기도.
공공시장, 배수 설비 등 현대적인 도시 인프라 갖추는 일을 많이 했고,
직업교육학교, 장애인 병원, 과학연구기관,
도서관 같은 사회적 시설 건설을 열심히했던 건축가.
바로 옆의 가우디 건물과 어떤 점이 같고 다른지 보자. 확대해서 이리저리 보면 기묘한 조각들이 많다. 주로 동물과 식물. 
까딸로냐의 고딕 양식과 아르누보가 결합된 모습. 계단식 박공은 네덜란드풍처럼 보이고. 죠지 성인과 용 전설을 담은 조각이 건물 입구에 있더라. 죠지 성인( Sant Jordi)은 까딸로냐의 수호성인. (4월 23일이 이 성인 축일인데, 마침 이때 바르셀로나에 있었는데 들썩들썩했다. 바르셀로나의 밸런타인 데이라고.) 까딸로냐 모더니즘 건축가들이 자주 사용하던 주제인데, 가우디 건물에도 잘 보면 '용' 이 많음.
■ 까사 바트요(Batllo)
그라시아 거리 43번지.
직물 공장 기업가 바트요의 집.
1870년대 지은 건물을 1904년 가우디가 리모델링함.
신시가지의 다른 모더니즘 건축물
■ 안토니 타피에스의 집
▲ 안토니 타피에스(Fundacio Antoni Tapies)의 집. 디스코디아 블록 건너편.
까사 바트요 건너편에는 초현실주의 화가 안토니 타피에스의 집이자 그의 작품과 소장품을 전시한 미술관이 있다. 바르셀로나에는 피카소, 미로, 달리 같은 현대화가들이 많은데, 안토니 타피에스도
그 중 한 명.
1879년, 루이스 도메네크('사자와 뽕나무 집' 설계한 사람)가 설계.
건물 옥상의 저 철사뭉치는...구름이다.
<구름과 의자>라는 작품이라고 함.
■ 도메네크가 설계한 대표적인 건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 건축물)
- 구시가지에 있는 까딸로냐 음악당 (1908년)
꽃, 나뭇잎, 모자이크 타일, 스테인드 글래스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 신시가지에 있는 산 파우 병원(1901~1930)
■ 까사 밀라
밀라 부부의 집. 가우디 설계. 1905-1910.
여유 있으면, 신시가지를 걸으며 건물 구경도 하고,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면서 까딸루냐 모더니즘을 느껴보면 좋고, 시간이 없다면 황금네모 지역으로!
'까딸로냐 모더니즘 루트'라는 안내서가 따로 마련되어 있는데, 이걸 보고 신시가지를 거닐어도 좋겠고.
(격자형 도시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나는, 바르셀로나에서 격자형 가로망이 주는 매력을 한 가지 발견했다! 산책할 때 경우의 수가 아주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거기에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디아고날 도로도 있으니 여기에서 저기까지 가는 경로는 만들기 나름. 간식 사다리 타는 걸 생각하면 됨. 이상, 선형도시에서 쭉 살다가 동그란 불레바드로 둘러싸인 도시에서 사는 산책인의 푸념. )
바르셀로나 만국박람회
바르셀로나에 이 모더니즘 건축이 꽃필 수 있게 된 여러 요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1888년 만국박람회다.
박람회란 자기 나라 산업 기술력을 한껏 내보이는 장 아닌가. 사실 이런 행사도 새로운 건축재료가 없으면 불가능했던 것이지만. (조립과 해체를 할 수 있는 구조물이 필요했으므로)
만국박람회를 거치며 산업국가들의 건축은 또 발전해 간다.
바르셀로나는 1929년 몬주익 언덕에 다시 만국박람회를 열며, 문화적 중흥을 맞는다. 중립이었던 지라 제1차 세계대전도
피해 가서, 바르셀로나는 도시건축문화 자산을 고스란히 지킬 수 있었다. 스페인 내전 전까지는.
지중해에 면해있고, 프랑스와 멀지 않아서 (실제 까딸루냐 사람들은 스페인보다
프랑스와 가깝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고) 새로운 흐름에 민감하면서도, 자기 것을 추구하는 자존심 강하고 고집 센 사람들이 만들어낸 문화다. 해양무역도시와 까딸로냐 민족주의가 만나 지금의 바르셀로나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바르셀로나의 도시디자인과 현대적인 기운은 이런 건축적 자산 위에서 80년대 이후 엄청난 노력으로 가꾼 것이다. 프랑코 체제가 끝난 뒤 바르셀로나 시 정부는 젊은
건축가들을 키우고, 공공디자인에 힘쓰며 도시를 재생시켰다.
세상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를 보면, 우리 도시들이 떠올라서
안타깝다. 가우디의 건축에 감탄하면서 한편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르셀로나는 천재 한 명이 만들어낸 도시가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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