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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를 보러 사람들은 바르셀로나에 간다.
또는 바르셀로나에 왔으니 가우디를 먼발치에서라도 보고 간다.
그 비싼 입장료와 노력을 마다치않고 몇 시간씩 줄을 서고, 기기를 목에 걸고 설명을 듣는다. 무엇이 우리를 이런 ‘건축물 관광’에 열광하게 할까?
가우디에 감탄하다 보면, 왜 우리는 가우디가 없나, 하는 질문이 따라온다. 그때는 이런 자문을 해봐야 한다. 가우디가 설계한 집에 나는 살고 싶은가?
돈이 많다면, 가우디 같은 건축가에게 내 집 설계를 맡길 텐가?
구엘이 고급주택단지 개발하려고 설계를 맡긴 곳에서 가우디는 14년 동안 끙끙댔으나 프로젝트는 미완성에다 미분양 개발지가 됐고, 결국 구엘
사후에 유족들이 시에 기증해서 공원이 됐다. 이런 건축가를 나는 기다려줄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가우디가 일했던 시절, 바르셀로나를 사로잡았던 건축 흐름에 대해 적어봅니다.
아르누보
19세기 말 유럽에는 아르누보가 유행이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생겨난 아르누보Art Nouveau는 기계 문명과 공업화에 대한 두려움에 힘입어 유럽 여기저기로
퍼져 나갔다. 비슷한 흐름이 도시마다 또아리를 틀던 참에, 브뤼셀에서
‘이것이 아르누보다’라고 이름을 불러주니, 그래 우리도 아르누보구나, 하고 자각하게 됐다고도 할 수 있다. 처음에 아르누보는 이래야 한다는 원칙이 있는 단일 사조가 아니라 새로운 예술운동이라는 ‘신예술’의 의미로 쓰였다.
이 신예술은 점점 모양을 만들어가며, ‘이런 것이 아르누보’라고 할 만한 뚜렷한 경향이 갖춰졌고, 1880년대부터 세기말을 지나며 정점을 이뤘다.
자연에서 모티브를 가져오고, 기계보다는 손으로 직접 만들며, 기능보다는 장식에 공들였다. 기계문명과 기능주의가 세상을 주도하는 데 대한 반감 또는 세기말의
불안이었을 것이다.
예술 도시 축에 드는 곳이라면 아르누보 양식 건축물이 들어섰는데, 독일은 유겐스틸,
오스트리아는 분리파 등의 이름으로 불리며 저마다 흐름을 만들어갔다. 문학과 미술에서는 상징주의가 나오고, 세기말 사람들은 종교와 신화를 다시 들춰보며,
환상과 팜므 파탈(매력악녀?^^) 주위를 맴돌았다.
아르누보와 근대건축(모더니즘)
돌, 나무, 벽돌에서 철,
유리, 콘크리트로 건축재료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건축가들은 이 산업화한 세상에서, 어떻게 하면 고전주의 같은 전통과 근대 기술을 결합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이때 옛것과 새것 사이에서 이리저리 길을 모색한 건축 흐름을 모더니즘(광의)이라고 한다. 옛것을 팽개치고 혁신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방식을 추구하는데, 아르누보도 그 한 줄기였다. 그래서 건축에서의 모더니즘(협의)을 아르누보와 동의어로 흔히 쓴다.
모더니즘...하면, 근대적 건축재료를 쓰고, 기능성과 합리성을 추구하는 건축이다. 말하자면 콘크리트 상자 또는 철골 구조물이다. 에펠탑, 수정궁 같은 구조물을 연상하면 된다.
그런데 이때의 ‘모더니즘’은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신식’의 의미로 굳어진 것이고, 초기 근대건축가들은 ‘아르누보’에서 ‘모더니즘’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이 아르누보 건축가들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뒤로 한 채 탐미적인 장식을 추구했다. 철과 유리 같은 근대적 건축재료를 쓰면서도, 자연이 주는 영감을 바탕으로, 인간의 손으로 직접
만든 장식을 높이 쳤다.
이 아르누보가 한 시대를 풍미하다 사라진 까닭은, 부르주아들의 ‘세기말 적 악취미’라고까지 불렸던 그 화려함과 장식성 때문일 거다.
계획도시, 에이샴플레(Eixample)
바르셀로나 시가지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1) 옛도심 : 구시가지. 바리 고딕 지구.
흔히 고딕 지구라고 함. 중세 시가지.
2) 몬주익 : 바다가 내다보이는 언덕. 옛
요새와 미술관 등이 있음. 황영조가 마라톤 우승했던 곳.
3) 에이삼플레(Eixample) : 19세기 후반기에 건설된 신시가지 모더니즘이 바르셀로나에 오기 전, 이 옛 로마 도시,
중세도시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1)번 고딕 지구를 보면 된다. 사람 한둘 겨우 나란히 걸을만한 좁은 골목길의 미로, 고딕 소설에 나올 듯한 우중충한
중세도시의 모습이다.
1850년대, 고딕 도시 바르셀로나에는 새로운 바람이 일어났다. 1850년대라고 콕 집어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때 옛도심의 도시 벽을 허물고 도시 확장을 했기 때문이다. 이때 계획된 신시가지를 에이샴플레eixample지구라고 하는데, 문자 그대로 ‘확장(extension)’이라는 뜻이다.
이 도시계획을 만든 사람은 일데폰스 세르다(Ildefons Cerda,1815-1876).
(숙소가 있던 전철역 이름이 이 도시계획가의 이름이어서 확실히 기억하게 됨.)
 (사진 : 위키피디아)세르다는 신시가지를 어떻게 계획했을까?
격자형이다. 꼬불꼬불 미로 같은 옛도심에 맞서기라도 하듯, 반듯반듯 직선도로가 놓이고, 사선방향으로 대로(Diagonal)가 간다.
넓은 차로, 넓은 보도, 일정한 건물 높이, 가지런한 건축선.
격자형 도로로 둘러싸인 네모난 블록(한변이 133.3미터인 정사각형)
신시가지는, 이런 모습▽
모데르니스타(Modernista):
까딸루냐 모더니즘(Modernisme)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아르누보는 바르셀로나식의 모더니즘으로 자리 잡는다.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까딸로냐의 중심도시 바르셀로나에서 ‘신예술’은 지역문화와 어우러져 ‘우리를 나타내주는 방식’의 모더니즘이 되어갔는데, 이를
까딸로냐 모더니즘이라고 부른다. ‘콘크리트 상자식’ 모더니즘이 아니라 바르셀로나식 ‘아르누보’라 할 수 있다.
아르누보 보다는 까딸루냐의 지역문화와 전통양식(고딕과 무어 양식)의 영향이 크다고 보기도 한다.
건축가마다 개성이 있으나 공통적인 경향은, 곡선, 자연 모티브, 신화(몽환적 분위기), 철과 유리(스테인드글라스), 타일 사용이다.
여기까지는 아르누보와 다를 바 없다.
여기에 건축가마다 까딸루냐 전통을 해석한 결과가 반영된다. 어떤 건축가는 고딕
양식을, 어떤 건축가는 무어 양식을, 어떤 건축가는 중세의 전설을 가져온다.
예를 들면, 가우디의 까사 바트요 옥상에 놓인 기괴한 형상들은 중세 가톨릭 교회
주변의 아이콘에서
가져온 것이다.
에이샴플레 지구의 건물들
살기가 꽤 괜찮았던 무역도시 바르셀로나에서 돈 있는 사람들은 새것, 새로운 방식을 원했고, 덕분에 건축가들은 이 신시가지에 건축적 실험을 할 수 있었다. 전쟁도 끝나고 자치 정부도 꾸릴 때였다. 신흥 산업가들은 모데르니스타 건축가들에게 설계를 맡겼고, 건축가들은 저마다의 건축적 이상을 펼쳐 보일 수 있는 장이 펼쳐졌다.
그라시아 거리의
황금 네모(Quadrat d’Or)
신시가지의 블록 가운데 가장 유명한, 그러니까 사람이 아주 많이 몰리는 네모난 구역이 있다. 까딸루냐 전철역에서 디아고날 전철역 사이의 그라시아 거리(Passeig de Garcia).
부자 중의 부자들은 이 알짜배기 땅에다, 아래층엔 자기 상점을, 위층에는 살 집을 지어 올렸다. 이 구역을 황금 네모라고 부르는데, 다행히도 부자들이 건축가와 작업하는 문화가 있어서, 이 사각형 안은 가우디를 비롯하여 까딸로냐 모더니즘의 전시장이 됐다.
그라시아 거리
 모더니스타들의 주제, 곡선이라 찍어봤음.
▲ 관광엽서에 자주 나오는 가로등. 바르셀로나의
명물.
Pere Falques(1850-1916) 가 설계한
벤치-가로등 일체형 거리 가구.
1889년부터
1914년까지
바르셀로나의
시
건축가였던 까딸로냐 모더니즘 건축가다. 1906년에
설치됨.곡선, 식물 그라시아
거리의
가로등과
의자
등, 거리 가구(스트리트
퍼니쳐)를
통합 설계했다. 이
곡선형의
벤치에
쓰인 타일 모자이크를 트렌카디스(trencadis :까딸로냐어로 ‘깨진’이라는 뜻) 기법이라고 하는데, 까딸로냐 모더니즘 건축가들이 이를 건축장식에 즐겨 썼다. 보도블럭 무늬 봐라! 
 아르누보를 재해석한 벤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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