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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은 노래한다 (원제: The Grass is Singing, 1950)
◆ 지은이 도리스 레싱
도리스 레싱(Doris
Lessing, CH, 1919년 10월 22일~)은 이란에서 태어난 영국의 작가로, 2007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다. 본명은 도리스 메이 테일러(Doris
May Tayler)이다.
1919년 이란의 케르만샤에서 태어났다. 레싱의 가족은
1925년, 영국 식민지인 남부 로디지아(지금의 짐바브웨)로 이사해 옥수수농장을 했다. 하지만 땅을 가꾸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가족이 가톨릭 신자는 아니었으나, 레싱은 로마 가톨릭의 여학교를 다녔다.
15살 이후는 학교를 떠나 독학을 했다. 이런 어렵고 고된 유년기에도 불구하고, 레싱의 작품에서 그려진 영국령 아프리카의 삶은 식민지 영국인의 메마른 삶과 원주민의 어려운 삶에 대한 연민으로 채워져 있다.
그는 두 차례 결혼하고 두 차례 이혼했으며, 세 명의 자녀를 두었다. 찰스 위즈덤(Chales
Wisdom)과의 첫 결혼 생활은
1939년부터 1943년까지 이어졌다. 후에 동독의 우간다 대사를 지내기도 한 고트프리트 레싱(Gottfried
Lessing)과의 결혼 생활은
1945년부터 1949년까지 이어졌다.
첫 소설인 《풀잎은 노래한다》(The Grass Is Singing)는 1950년 런던에서 처음 발표되었고, 2007년에는 역대 최고령으로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다.
1999년 영국 정부로부터 CH훈장을 받았으나 DBE 작위는 고사하였다.
(출처:위키피디아)
'남아프리카'의 한 농가 베란다에서 농장 안주인이 시체로 발견됐고, 그 집 하인이 범죄를 자백했다는 신문기사로 소설은 시작한다.
피살자는 백인여성, 살인자는 흑인남성이라는 내용.
범죄동기를 놓고 농장 이웃 남자와 경찰관이 나누는, 심상치않은 대화가 1장에 담겨있는데,
책을 끝까지 읽은 뒤, 1장으로 돌아와 곱씹어 읽었다.
예전에 이 책을 펴들었다가 1장에서 더 못나가고 덮은 적이 있었는데, ‘백인여성에게 흑인남성이 저지른 범죄’라는 소재에서 내 맘대로 상상을 부렸기 때문인
것 같다. 결코 진부한 소재가 아님에도, 이런 종류의 범죄를 통해 아프리카
식민주의의 모순을 보여주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책을 다 읽고 보니까, 그때 했던 내 생각이 바로, 1장에서 백인 남성들이 나누는 대화와 비슷하다. 헉.
차라리 1장을 뛰어넘고 2장부터 읽어갔다면
이야기에 빨려들었을 텐데.
또는 도대체 이게 남아프리카의 어떤 상황에서 나온 이야기인지에 관심있었어도 훨씬 재미있게 읽었을 것 같다.
소설의 배경은 1940년대, 남아프리카 로디지아.
도리스 레싱은 여섯 살부터 서른 한 살까지, 25년을 로디지아에서 보냈다. 레싱이 살았을 때는 국가 형태를 갖추지 않은, 영국 식민지였고 (소설에도 그냥
‘남아프리카’라고 나온다.) 1970년에 이 ‘남아프리카’는 국가가 되면서 ‘로디지아’라는 국명을 채택했으나 국제적으로 미승인국이었고, 1980년에 짐바브웨 공화국이 됐다.
백인정권에 맞서
무장투쟁을 이끌었고, 로디지아를 영국령에서 독립하도록 앞장선 무가베가 짐바브웨 공화국의 초대 총리가 됐고,
지금까지 대통령 자리에 앉아있다. 올해로 32년째라던가.
▽ 짐바브웨 대통령 무가베
이 소설에 나오는 흑인들은 백인이 경영하는 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인데, 농장 안주인 메리의 집안일을 돕는 하인
모제스는 다른 흑인들보다 교육도 좀 받았고, 영어도 할 줄 아는 ‘Mission
boy’. 가톨릭 교회 언저리에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 흑인이었다.
가톨릭 가정환경에서 자라나 가톨릭식 교육을 받았던 무가베와 연배도 비슷하고 해서, 이 소설 속 '미션 보이' 모제스와 비교가 절로 되더라.
◆ 로디지아
△1975년 로디지아와 주변국(푸른색이 로디지아와 친한 나라. 출처:위키피디아)
로디지아(Rhodesia), 1970년부터의 공식 명칭은 로디지아 공화국(The
Republic of Rodhesia)은 이전의 영국령 '남(南)로디지아' 식민지가 1965년 11월 11일에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언하였을 때 채택하였던 이름이다. 로디지라라는 이름은 또한 1979년 "짐바브웨-로디지아"의 설립과 더불어 사용되었다. 1979년에서 1980년까지 '남(南)로디지아'로서 식민지 상태로 잠깐 복귀한 뒤, 로디지아는 1980년 4월에 「짐바브웨」라는 이름의 독립국가가 되었다. 로디지아의 국가(國歌)는 일어나라,
로디지아의 소리여(영어: Rise o Voices of Rhodesia)였다.
로디지아라는 국명(國名)은 세실 로즈 (Cecil John Rhodes)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로디지아는 육지로 둘러싸여 있던 내륙국이었으며, 남부 아프리카에 위치해 있었다.
1979년까지 소수 영국계 백인이 나라를 다스렸으며 흑인의 정치 참여를 인정치 않았던 탓에 국제사회로부터 승인받지 못했다가, 1980년에 짐바브웨 공화국으로 되면서 국제적인 독립 승인을 얻었다.
1964년 이전의 "로디지아"라는 이름은 현대의 잠비아, 말라위, 짐바브웨의 영토를 가리킨다. (출처
: 위키피디아)
◆ 도리스 레싱의 첫 소설
레싱은 공산당에 참여했으며, 흑백 분리정책 등에 반대하는 정치사회운동을 했는데, 이때문에 로디시아 입국이 금지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두 번째 결혼이 끝나고, 런던으로 이주한 이듬해 1950년, 서른 한 살에 발표한 첫 소설이다.
한줌도 안되는 영국 백인이 대다수 흑인 현지인을 다스리던 때였고, 그것이 당연시되던 때 나온 이 소설이 얼마나 소란을 불러일으켰을 지 짐작이 간다. 유럽과 미국에서 이 작품은 성공적이었다.
주인공 메리는
로디시아에 이민 온 영국인 가정의 외동딸. 일찌감치 가정에서 독립해서 독신녀, 백인, 로디시안인으로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는데, 사회적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결혼, 그놈의 결혼을 해서는 농장의 안주인이 되고, 삶에 갇혀 버린다. 그리고 분열된다.
식민주의, 인종문제, 거기에 여성문제까지 얽혀가는
메리의 이야기를 읽어가면, 띵~하다. 어찌나 사실적인지(그러나
건조하게)...레싱 아줌마가 살짝 원망스러울만큼. 공포스럽거나 폭력적인
내용도, 어떤 서스펜스가 있지도 않은데, 폐소공포증이 이런 건지, 나도 메리처럼 미쳐버릴
거 같애...
백인과 흑인 사이의 공포와 증오가 얼마나 무의식적인지 메리를 통해 보여주는데, 여기까지만 다뤘으면 이 작품이 그렇게 문제작으로 남지는 않았겠지. 더한 공포는, 흑인과 백인 사이의 인종문제에 얽혀있는 남자와 여자 문제다.
결혼이란 '이중의 고독'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젠더 문제도 그렇다. '이중적 성적 윤리'가 숨이 턱 막힌다. 고립, 격리된 삶에서 인간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조차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불가능해보이는 상황이 정말...
도리스 레싱의 다른 작품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뭔말인지 이해가 될 꺼야...
잔인한 필력.
* 네덜란드의 젊은 작가가 도리스 레싱 집에 찾아가서 했던 인터뷰 방송이 있었는데, 이 작가가 전직 모델 출신에 아주 화려한 스타일(가만 있어도 화려한)인데, 작가 하려면 결혼하지 마라던가, 남자를 가까이 두지 마라던가...하며 손사래 치던 생각이 나네. 소박한 집에서 고양이하고 사시더라고. 올해 92세 되셨음.
◆ ‘풀잎은 노래한다’
작품 제목인 ‘풀잎은 노래한다(The grass is singing)'는 엘리어트의 시
<황무지>의 <제 5부 천둥이 한 말>에서 가져왔다.
산속의 이 황폐한 계곡
희미한 달빛에 싸여 예배당 주변의
나자빠진 무덤들 위에 풀잎은 노래한다
텅 빈 예배당, 다만 바람의 집이 있을 뿐.
마른 뼈들은 아무에게도 해를 주지 않는다.
다만 한 마리 수탉이 지붕마루에 앉아
꼬 꼬 리꼬 꼬 꼬 리꼬
번갯불 번쩍이는 속에서. 그러자 비를 몰아오는
습기 찬 바람
갠지스 강은 바닥이 나고 축 늘어진 나뭇잎들이
비를 기다렸다, 멀리 히말라야 산 위에
먹구름이 몰렸다.
밀림은 말없이 허리를 굽혀 웅크리고 있다.
그때 천둥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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