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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자유, 의사표현의 자유를 강조할 때 흔히 인용하는 문장에 대략 이런 말이 있다.
“나는 당신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말할 권리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
볼테르가 하지 않았으나 한 것처럼 잘못 알려진 것으로 유명한 문장이다. 볼테르는 불어로 썼을 텐데, 영어로 이렇게 언급된다.
“I disapprove of what you say, but I will
defend to the death your right to say it.”
의외로 단순한 추론인데, 볼테르가 한 말이라면 불어 원문장이 있어야 하는데, 없거든. 볼테르가 영어로 책을 쓰진 않았을 테고. 어느 저서에서 이런 문장이 나오는지 있어야 되는데, 출처 없이, '볼테르가 했다더라'로 돼있다.
이 말은 볼테르가 아니라 에블린 홀(Evelyn Beatrice Hall)이라는 영국 작가가 쓴 문장이다. 에블린 홀은 《볼테르의 친구들(The Friends of
Voltaire)》(1906)이라는 책에서, 엘베시우스(Claude Adrien Helvetius)가 쓴 《정신론( De l'esprit)》(1758)에 대한 볼테르의 태도를 이 문장으로 압축했다. ▲ 《볼테르의 친구들(The Friends of Voltaire)》(1906)
그러니까 볼테르가 엘베시우스의 책 내용에는 동의하지 않았으나, 그가 말할 권리는 목숨 걸고 지키겠다는 태도였다는 것이다. ‘I disapprove of what you say, but I will defend to the death your right to say it,'was his attitude now.
《볼테르의 친구들》에서 '친구들'이란, 달랑베르, 디드로, 갈리아니 등 볼테르와 교류했던 10명의 계몽주의자들인데, 그 중 한 명인 엘베시우스의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엘베시우스는 ‘필로조프(철학자)’라 불린 프랑스 계몽주의 사상가 중 하나다. 그가 《정신론 De l'esprit》(1758)- 영어판 제목 On the Mind-을 내놓자 각계각층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몽테스키외의 《법 정신(Esprit des Lois》(1748)에 반박하려고 쓴 책이었는데, 루소도 볼테르도 이 책을 띠껍게 봤다. ▲ 엘베시우스, 《정신론 De l'esprit》(1758) 엘베시우스는, 타고난 지적 잠재력은 누구나 똑같다, 그러니 교육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는데, 자연(nature)이냐 교육(nurture)이냐에서 교육 만능쪽 입장이었다. 볼테르는 루소의 평등주의에도 날을 세웠듯, 엘베시우스의 주장에도 혀를 찼다. "그럼 누구나 뉴튼이 될 수 있겠네" 하면서.
볼테르는, 누구나 자기 의견을 가질 권리가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요리사와 사제의 능력이 같고 그 계급관계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엘베시우스의 주장을 반박했다. 볼테르는 당시 시골에서 하인을 많이 거느리고 작은 군주 노릇을 하고 있던, 말하자면 착한 자본가였다. (나중에 볼테르는, 결국 진정한 해방은 교육이며, 진정한 자유는 지적능력(intelligence)뿐이라고 했다.)
한편 엘베시우스의 책에는 감각주의와 윤리학의 종교적 기초를 공격하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때문에
난리가 났다. 에블린 홀이 쓴 내용을 정리해보면, 책이 ‘볼테르의 친구들’ 사이에서도 그리 호평을 받지는 못하던 그 와중에
프랑스 도팽이 이 책을 읽고 꼭지가 돈다. 그리고 엄마에게도 고자질. 종교 신문도 일제히 분노의 악평을 내놓았다. 파리 대주교는 기독교의 근본을 흔드는 책이라며
광분했다. 교황도 친서로 책을 비판.
소심해진 엘베시우스는 책에 쓴 주장을 철회하기도
했지만 파리 고등법원은 책 소각령을 내렸다. (번역본은 유럽 나라들로 이미 퍼져나갔다.) 소르본 대학은 모든 현대문학의 ‘독약의 정수’를 담고 있다고 발표했다.
엘베시우스는 부르주아 출신에다가 탄압에 맞설만큼 강단있는 편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도 그는 자기 책이 담은 내용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글을 발표했는데 그 용기 뒤에는 볼테르, 디드로, 루소 등 동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책을 싫어한 이들과 엘베시우스를 특별히 사랑하지는 않았던 이들”이 그를 응원했다. 볼테르와 친구들은 이 책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철회하거나 중단했다는 내용이 이어진다. The men who had hated it, and had not particularly loved Helvetius, flocked round him now. Voltaire forgave him all injuries, intentional or unintentional.
' What a fuss about an omelette ! ' he had exclaimed when he heard of the burning. How abominably unjust to persecute a man for such an airy trifle as that!
‘I disapprove of what you say, but I will defend to the death your right to say it,' was his attitude now. But he soon came, as a Voltaire would come, to swearing that there was no more materialism in ' On the Mind ' than in Locke, and a thousand more daring things in 'The Spirit of Laws.' Turgot and Condor cet forgave the philosophy, in their pity for the philosopher. D'Alembert made common cause with the man with whom he had nothing else in common. Rousseau instantly stopped writing his refutation. Diderot roundly swore ' On the Mind ' was one of the great books of the age. - 에블린 홀의 《볼테르와 친구들》중에서
엘베시우스는 탄압에 위축되어 자기 주장을 철회하기도 했으나, 발언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려는 볼테르의 입장은 단호했다. 비록 그 책을 여전히 허접하게 여기면서도 말이다. 그런 뻥들어간 시시한 책 때문에 이렇게나 해야 돼? 하고 열받았다는 말 뒤에 문제의
그 문장이 나온다. “나는 니 주장에 동의 안해. 하지만 니가 주장할
권리는 그래도 지켜준다잉.” 이렇게 들리기도 하는데...여러분 생각은?
엘베시우스는 영국으로 망명가서 두 해 뒤에 파리 살롱계에 편안하게 복귀했다.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의 초청도 받아 다녀왔다. (당시 루소가 얼마나 오랫동안 망명생활했나를 생각해보면, 이 객기+허접+유약함이 탄압받는 사상가로 이어진 상황에 볼테르가 짜증이 났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언의 권리를 옹호했다는 것이 원문의 맥락이라고 나는 읽었음.)
위의 내용은 모두 작가 에블린 홀의 글이다. 그녀가 해석한 볼테르다.
그러나 볼테르가 한 말이 아니라고 해서, 발언의 자유에 대한 볼테르의 사상이 빛바래는 것은 아니다. 볼테르는 교회 권력에 맞서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개인의 자기주장을 가로막는 불의와 광기와 박해와 위선에 분노했다.
볼테르가 발언의 자유를 얼마나 중시했나도 좋지만, 어떻게 실천했나를 하나 들먹여보고 싶다. 볼테르는 적이 많았다. 교회, 언론뿐만 아니라, 동료 계몽주의자들도 여차하면 그의 적이 되곤 했다. 다른 의견을 존중한다고 할 때, 그가 존중한 것은 다른 의견을 낼 권리이지, 그 내용을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는 펜을 들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씹어댔다. 친구들은 그의 비아냥과 날 선 비판에 소스라치며 적으로 돌아서곤 했다.
윌 듀란트가 책에서 인용한 볼테르의 말을 옮겨본다.
"나는 증오하는 법을 안다. 왜냐하면 사랑하는 법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얀센주의자, 몰린주의자(Molinist), 프레롱(Frerons: 볼테르와 정적이었던 비평가), 퐁피냥(Pompignans : 가톨릭 대주교), 이쪽 저쪽, 사제들, 장 자크 루소와 전쟁을 한다. 주먹 백 개를 받으면 이백개로 되돌려 주고, 나는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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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당신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가 볼테르의 말이 아니라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나, 이 비슷한 문장을 볼테르가 한 적 있다는 주장도 있다.
주장 : 1770년 Abbot le Roche에게 쓴 편지에서,
``Monsieur l'abbe, I detest what you write,
but I would give my life to make it possible for you to continue to write.''
그런데 이 편지를 아직 못찾았다고 함. 어쨌거나 이 두 문장 모두 언론의 자유를 강조할 때 널리 인용됨.
♣♣ 유시민도 언젠가 이런 말 한 것 같은데...
안철수도 볼테르를 인용하더군.
프랑스의 사상가 볼테르가 ‘나는 당신과 의견이 다르다, 그렇지만 만약 당신이 의견 표명할 때 방해하면 당신 편에서 목숨 걸고 싸우겠다’고 했는데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할 생각이다. (2012.9.25. '응답하라 PD수첩 콘서트'에서 by 안철수)
♣♣♣ 엘베시우스 관련 잡담
- 엘베시우스는 벤담의 공리주의, 마르크스의 유물론에 영향을 줬다.
- 카사노바가 베네치아의 감옥에서 탈출한 뒤 파리에 가서는, 프랑스 정부에 복권을 소개해서 귀족들 사이에 이름을 날렸는데, 뭔 사고를 또 쳤는지 도망쳐서 독일 남부, 스위스를 거쳐 남쪽으로 돌아다니면서 가는 곳마다 연애도 하고 그럴 때(이때 볼테르도 만남), 파리에서 브뤼셀까지 가는 길 내내 이 책을 읽었다 함.
-아내인 엘베시우스 부인은 파리에서 계몽주의자 살롱을 50여년간 유지했다. 벤저민 프랭클린이 그녀에게 청혼하기도 했는데, 당시 프랭클린은 74세, 그녀는 61세였다. 청혼은 거절했음.
♣♣♣♣ 나의 주장 : 인용할 때는 출처를 확인하는 습관을 갖자. ♣♣♣♣♣ 참고자료
1. 에블린 홀, 볼테르와 친구들
2. 윌 듀란트, 애리얼 듀란트, 문명이야기 10 루소와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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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