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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스는 실제 '마텔로 탑'에 살았다
제임스 조이스는 대학 친구 올리버 고거티(Oliver St.John Gogarty)를 모델로 벅 멀리건을 만들었다. 고거티는 나중에 아일랜드의 국회의원이 된 의사이자 작가인데, 더블린 샌디코브에 방치된 군사요새에 세들어 살고 있었다. 둘은 의학도, 작가 지망생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고, 경쟁자 같은 친구 관계였다. 서로 마음이 맞았으니 같이 살 생각도 했겠지. 파리에서 의학 공부를 중단하고 돌아와 어머니 상을 치른 이듬해 1904년 9월, 스무 두 살의 조이스는 이 마텔로 탑에서 실제 한 주가량 식객으로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탑에서 같이 자던 친구 하나가 밤에 낯선 소리를 듣고, 비몽사몽 간에, 침입자로 생각하고 총을 쐈는데, 조이스가 잠자고 있던 쪽이었다. 악몽을 꾼 친구는 잠결에 총을 쏘고 다시 자러 갔다. 총에 맞을 뻔한 조이스가 공포에 질려있을 때, 고거티는 그 총으로 조이스의 침대 위를 쐈고, 침대 위에 매달려있던 팬들이 조이스 위로 떨어졌다고 한다. 조이스는 그 길로 말 한 마디 없이 탑을 나와서 더블린까지 걸어갔다. 조이스에게는 퇴거명령이었다.
실제 고거티의 어머니는 아들이 조이스에게 ‘물들까 봐’ 싫어했으며, 조이스는 친구 어머니와 아예 말을 안 했다고 한다. (자기 생각을 굳이 밝힘으로써 어머니를 죽인 거나 마찬가지라는 비난에 대한 대처)
아일랜드 문예 부흥 운동에 몸담았던 작가이기도 한 고거티는 자신을 벅 멀리건으로 형상화한 것에 마뜩잖아 했고, <율리시스>에 냉소적이었으며, 조이스와도 뜨악한 사이로 지냈다고.
제임스의 동생 스태니스로스는 일기를 열심히 써서, 형에 대해 사료를 충실히 남겼는데 (마치 테오 반 고흐처럼), 고거티와의 관계를 이렇게 썼다. 고거티는 조이스와 같이 살기 싫어져서 쫓아내고 싶다. 그런데 그는 조이스가 유명해졌을 때, 자기를 쫓아낸 친구로 기억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정식으로 쫓아낼 수는 없었다고...
마텔로 탑에서 나온 조이스는 몇 주 뒤 10월, 열애 중이던 노라 바너클(조이스의 아내)과 함께 더블린 항에서 파리행 배를 탔다. 스티븐은 "찬탈자" 멀리건과 영국인 헤인즈가 있는 이 탑을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알다시피 조이스는 이때 더블린을 떠나, 다니러 간 적 말고는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 텔레마코스는 집을 떠나 아버지 찾으러 간다.
※ <율리시스> 제1장은 "찬탈자(usurper)"라는 단어로 끝난다. 벅 멀리건을 향한 말.
▼ 제임스 조이스가 잠시 살았던, 샌디코브의 마텔로 탑
돈은 없고, 술은 고프고...
리차드 엘만이 쓴 조이스 전기에는, 조이스와 고거티가 훈훈했던 때의 일화도 나온다. 둘은 샌디코브 바닷가를 걷다가 시인 예이츠의 아버지를 우연히 만났다. 당시 아일랜드 문예부흥 운동의 중심이었던 중견 작가 예이츠와 촉망받는 문학청년 조이스는 친분이 좀 있는 사이. 예이츠의 아버지와도 안면이 있고.
▼ W.B.Yeats
두 젊은이는 그에게 2실링만 빌려달라고 했단다. 예이츠의 아버지는 둘을 쓱 보고는 "어림없다. 첫째, 나는 돈이 없고, 돈 있어도 빌려주면 너희는 술값으로 쓸 거 아니냐". 하고 가버렸는데, 조이스는 고거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오컴의 면도날이 논쟁 과잉을 차단하는 거 알지?” ㅋㅋㅋㅋ
“돈 없다고 했을 때 그걸로 충분했잖아. 비존재 하는 것의 가용성을 그가 왈가왈부할 권리는 없다고.” ㅋㅋㅋㅋㅋ 돈 없다, 까지만 하면 되지, 그 돈으로 우리가 뭘 할 건지까지 얘기할 건 없잖아...하는 말. 조이스의 위트~ . 천재 작가와 한 시절을 보낸 죄로, 이런 소소한 일화까지 살아남아 있으니, 고거티의 두려움이 이해도 된다.
▼ 1904년, 스물두 살의 조이스 /조이스의 대학 친구 C.P.Curran이 찍은 사진. 이때 무슨 생각하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제임스는, 사진 찍는 친구가 5실링 빌려줄까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ㅋㅋ. 어지간히 궁한 시절이었나 보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상심, 좌절. 집안 사정이 말이 아니었던 때.)
마텔로 탑(Martello Tower)
마텔로 탑은, 16세기에 코르시카의 Mortella에서, 북아프리카의 해적질에서 해안을 보호하려고 세운 방어시설에서 유래했는데, 19세기 영국이 전 세계에 발 닿는 곳마다 이 마텔로 탑을 세웠다. 프랑스 혁명 전쟁 때 프랑스는 아일랜드 혁명을 도우려고 아일랜드 원정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적이 있다. 영국 총리 빌리 피트는 이때 영국과 아일랜드 해안에 요새를 건설해서 나폴레옹 전쟁에 대비했다. <율리시스>에 나오는 마텔로 탑은 1804년 더블린 해안선을 따라 놓인 15개의 탑 가운데 하나다. 국방부는 1904년 탑의 군사용도를 폐기하고, 임대료를 받고 세를 주었다. 조이스의 친구 고거티가 첫 입주자였다.
율리시스의 첫 장면이 된 더블린 샌디코브 해변의 마텔로 탑은 지금 제임스 조이스 탑 박물관이 되었다.
▼ 유로화 도입 이전 아일랜드의 10파운드 지폐. 제임스 조이스와 샌디코브.
뒷면은 조이스의 소설 <피네간의 경야> 내용이라고...
바다 수영장 "40 Foot"
탑에서 나와 벅 멀리건이 수영하는 장소가 40 피트(Forty Foot Bathing Place)라는 곳인데, 더블린 사람들에게 250년 동안 사랑받은 명소란다.
 ▲ 샌디코브 해변의 40 Foot (사진 출처)
이 ‘40 피트’는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와도 인연이 있다.
이 동네 터가 좋은지, 작가들이 많네. 베케트도 이 근처 동네 출신인데, 여기서 수영을 배웠단다. 그리고 <동행(Company)>이라는 작품에서 그때를 회고했다고.
"You stand at the tip of the high board. High above the sea. In it your father's upturned face. Upturned to you. You look down to the loved trusted face. He calls you to jump. He calls, be a brave boy...."
불알을 단단하게 하는 바다...이런 건가?
사무엘 베케트는 제임스 조이스 문학 팬이었고, 조이스의 가족과도 가깝게 지냈다. 조이스의 딸과 사귀기도 했고...
※ 참조 도서
제임스 조이스 전기(리처드 엘먼)
율리시스(김종건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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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