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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져야 할 것은 역사인 것 같아
(It seems history is to blame)
아침밥 먹고, 멀리건과 헤인즈는 수영하러, 스티븐은 학교 가는 길. 바닷가를 걸으며 헤인즈와 스티븐이 나누는 대화를 따라가보면 재미있다. 신자(believer), 인격신, 자유사상(free thought)에 관한 이야기.
예수회 교도이자 영국인인 헤인즈를 스티븐이 달가워할 리가 없지.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의 스티븐을 떠올려보셈) 헤인즈가 영국인이라서 그럴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얄팍한' 지식인이라서가 더 큰 이유일 것 같다.
샌디코브 (사진 출처 : 샌디코브 공식 웹싸이트)
종교와 자유 사상에 관한 대화는 역사관으로 옮겨간다.
헤인즈 : “나는 틀림없이 자네가 자네 자신을 해방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네(free yourself). 자네는 자네 자신의 주인인 것 같아(own master). 내 생각에.”
스티븐 : “ 나는 두 주인(two masters)의 종놈이야. 한 사람의 영국인과 한 사람의 이태리인.”
대영제국과 로마 가톨릭 교회를 섬기는 종놈이라는 말이다. ㅋㅋㅋ
영국 여왕과 교황. 지금은 교황도 이태리 바깥에서 나온다만. 유럽 바깥에서도 드디어 교황이 배출됐고...
헤인즈 : “나는 그 말을 잘 이해할 수 있어. 아일랜드인이라면 틀림없이 그렇게 생각하겠지. 감히 말하거니와. 영국에서 우리는 자네들을 오히려 불공평하게 대우해 왔다고 느끼네. 책임을 져야 할 것은 역사인 것 같아.”
책임을 져야 할 것은 역사인 것 같아.
죄가 있다면 역사 그 자체라는 건가? 영국이 아니라, 내가 아니라?
영국인으로서 양심은 좀 있는 듯하다가 슬쩍 책임을 무마하네.
역사가 책임져야 한다면, 과연 “누가” 그 역사를 책임지나?
어디까지가 개인의 책임이고, 어디서부터가 역사의 책임인가?
헤인즈는 아일랜드 전통문화에 관심도 많고(대영제국인 답게!), 스티븐의 말을 책으로 내자고도 하는데...물론 얕은 지적 호기심이다. 전형적인 식민주의자의 태도랄까? 스티븐이 왜 헤인즈의 더부살이를 못마땅해하는지 이해하고도 남는다.
▲ <율리시스> 제1장의 배경, 샌디코브 바닷가
스티븐과 햄릿
멀리건 : “그는 햄릿의 손자가 셰익스피어의 조부요 자기 자신은 자기 부친의 유령임을 대수(代數)로써 증명한다네.”
(He proves by algebra that Hamlet’s grandson is Shakespeare’s grandfather and that he himself is the ghost of his own father.)
스티븐은 나름 ‘햄릿 이론’을 세우고 있는데, 헤인즈는 그 얘기를 듣고 싶어한다.
헤인즈 : 썰 좀 풀어봐.
멀리건 : 내가 술 몇 잔 마실 때까지 기다려.
스티븐 : 아침부터 뭔...말하자면 상당히 길어요...
멀리건 : 데덜러스는 한잔 들어가야 혀가 풀린다고...
그리고 사내 셋은 술집에서 만나서 스티븐의 ‘썰’을 듣기로 한다. 마침 스티븐의 월급날이고 해서.
그럼 12시 반에 <더 쉽>에서 만나.
<더 쉽(The Ship)>은 더블린에 있는 펍이다.
12시 반...
12시 반...
(낮 12시 반)
이 청년들이 어쩐지 친근하게 느껴지면서...사랑스럽다.
이제 곧, 더블린 사람들의 특기인, 거리 싸돌아 다니기와 술집 옮겨다니기가 시작될 조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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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