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닷컴의 유빠들이 모두 떠난 모양이다. 책 나온지 꽤 지났는데 누구 하나 후기 올리는 봉팔러가 없다. 하여튼 나라도 몇자 적어야겠다.
유시민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로 작업을 시작하다 문재인이 대선에서 떨어지자 지지자들의 멘붕을 우려하여 제목을 바꿔 '어떻게 살 것인가'로 출간했다. 에필로그의 '현명하게 지구를 떠나는 방법'을 보면 그가 어떻게 죽는 것이 좋을지 잘 표현해 놓았다.
죽고난 이후에 모르는 사람 문상오게 하지 말고, 죽음이 가까와지면 죽기전에 사랑하고 좋아했던 사람 불러서 즐거운 파티를 열자고 했다. 그리고 죽으면 장기를 기증하고, 모두 기증하고 나면 해부실습용으로 자신의 몸을 사용하길 바란다고 했다.
더이상 쓸모가 없어진 육신은 화장하여 유골함없이 잘 썩는 천으로 감싸서 자신이 존경하는 스님이 계신 절 근처 숲에 묻어주고, 그 위에 느티나무 같은 나무를 심어 표시나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 했다. 나무 주변에 큰 돌 몇개를 놓아두어 자식이나 손주들이 자신이 생각날 때 소풍 오듯이 왔으면 좋겠다 했다. 제사는 지내지 말고...
유시민의 '항소이유서'와 징역을 산 내용만 알고 있지 지하 골방에 잡혀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어떤 고문을 당했는지, 그리고 전방에 끌려가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지금까지 얘기하지 않아서 잘 몰랐는데, 이 책에서 유시민은 계엄하의 고통과 절망 그리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미사여구 없이 담담하게 써 내려갔다.
1980년 5월 17일 밤 학교에 홀로 남아 있다 백골단에 붙잡혀 합수부 조사실로 끌려가 2달동안 두들겨 맞은 얘기며, 군대 강제 징집되어 전방 초소 근무 중에 영문도 모른채 서빙고 대공분실로 끌려가 두들겨 맞은 얘기.
그 중에 기억에 남는 내용은 자신을 두들겨 팼던 경찰이 정년퇴직하여 형사사건 수사 실무 방법론에 대한 책을 냈다는 기사를 보고 과거 그의 행동을 기억한다.
그는 피의자가 들어오면 일단 엎어놓고 두어 시간 몽둥이로 발바닥을 패며 '다 불어'와 십원 짜리 욕설을 옵션으로 내뱉으며 수사를 했다. 그리고 회유한다. "그래 네가 그 돈을 받지 않았다는 거 알아. 너 억울한 거 알아. 나도 마음이 아파. 우리도 힘들어. 그냥 불러주는 대로 쓰고 가라 응." 그랬던 그가 무슨 수사 실무 방법론을 쓸 자격이나 있는지. "몽둥이로 팰때는 발바닥이 최고야. 흔적도 남지 않고. 하하하" 이런 내용이 혹시나 들어 있으려나...
유시민은 또 얘기한다. 맞지 않기 위해 진술서를 하루에 백장씩 쓰기도 했다고. 진술서를 쓰는 동안 패지 않으니까. 이게 스파르타식 글쓰기 훈련이었지 않나 나중에 깨달았다 한다. 그렇게 두들겨 패던 경감은 유시민의 글쓰기 솜씨를 엄청 부러워했단다. 그 부러움이 남아서 말년에 이렇게 책까지 내지 않았을까 나는 생각한다.
또 유시민은 얘기한다.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될 사항인데 구태여 기록한 것을 보면 자신을 향한 의혹의 눈길이 억울했던 모양이다. 그것은 나중에 '무림 사건'으로 다 들통난 서울대 학생회 비밀 조직 관련 사항을 자신은 결코 불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심재철도 이후에 붙잡혀 들어갔으니 누군가는 불었겠지.
유시민은 심재철, 이재오, 김문수는 젊은 나이에 '사상적 전향' 또는 '정치적 변신'을 했다. 고 표현하고 있다. 이것은 젊은 시절 사상적 전향은 변절자라 표현함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같다. 그러나 김지하, 김동길, 한광옥, 한화갑 같은 노지식인이나 노정치인은 이미 늙어서 생각이 달라졌고(늙으면 보수 지향으로 바뀌는 인간의 기본 습성), 그 달라진 생각이 뒤늦게 말과 행동으로 나타났을 뿐이기에 그들을 변절자라고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고 말하고 있다.(이부분은 잘 이해가 안간다. 내가 나이 먹어 보면 알겠지)
유시민은 얘기한다.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그리고, 연대하라. 연대는 일, 놀이, 사랑과 더불어 삶을 의미있고 존엄하고 품격있게 만드는 제 4원소이다. 유시민은 정치 은퇴와 별개로 변함없이 이렇게 외치고 있다. "연대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지금 이곳의 행복이 그들의 것이리라!"
| 
회비 납부 계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