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에서 살펴본 신라 역사와 일본 역사를 간략하게 비교해보자.
(신라 내부의 정권 교체 : 무열왕계에서 내물왕계로 ) 신라에서 무열왕이 삼국을 통일하고, 그 후손들이 120년간 신라를 통치한다. 그러나 곧 권력은 다른 세력에게 넘어간다. 학계에서는 '내물왕계'라고 하는데, 지배층 내부의 세력다툼으로 권력이 수평이동 한 것이다. 즉 같은 김씨 왕족 내부에서도 조상에 따라 분파가 이루어졌고, 끼리끼리 뭉쳐 파벌을 이룬 것이다. 혜공왕 일가족이 몰살당했다고 해서 무열왕계가 소멸한 것은 아닌 것이다. 그렇게 보는 것은 무열왕의 셋째아들 김문왕(文汪)과 그 아들 김대충(大忠)은 무장(武將)으로 삼국통일대전에 크게 공을 세웠고, 김대충의 아들 김사인(思仁)과 그 아들 김유정(惟靖) 역시 장군 출신으로 화백회의의 수장인 상대등을 지내는 등 후대에도 병부령(지금의 국방부장관)을 거쳐 대대로 상대등에 오르는 등 세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혜공왕이 죽기 직전, 김유정(惟靖)의 아들 김주원이 총리에 해당하는 시중에 있었고, 그는 병부령을 역임한 무장이었다. 혜공왕이 자신과 같은 무열왕계인 김주원을 시중으로 발탁하자 외척이자 당시 상대등이던 김양상은 노발대발하며 상소를 올리는 등 극력하게 반대한다. 혜공왕 참살 후 김양상이 37대 선덕왕이 되고 이후 내물왕계가 신라왕이 된다. 김주원의 장자 후손은 강릉김씨, 작은 아들 후손은 연안김씨가 된다. 물론 먼 훗날 분파된다. 혜공왕 사망당시 상황은 별도의 글로 다시 다루기로 하자.
지리한 이야기를 길게 쓴 것은 외침이 없는 경우 상층부가 권력다툼에 몰두하면서 망해간다는 것이다. 귀족의 수가 늘어나고 세력이 커지면서 100~120년이 지나면 남남이 되어 권력다툼을 벌인다. 그렇게 상층부의 부는 늘어나고, 세력이 커지면서 중하층은 고달파지고 권력다툼이 일어나면서 망해간다는 것이다. 외국의 침입이 없어도 내부적으로 망한다. 고려, 조선의 멸망도 마찬가지다.
단, 일본은 섬나라이기에 내부 권력의 변동만 있다가 미국의 함포사격으로 크게 자각한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물론 지금의 일본인은 '만세일계(萬世一系)'라고 하며, 2600년 이상 천황의 혈통이 이어져내려오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대한민국 국민 90% 이상은 왕족이다.
*천황의 탄생(8세기) 백제멸망 직후 일본열도는 30년간 심한 내전을 겪게 되고, 그 결과 최초의 천황이 8세기 초에 탄생한다. 그러나 이 권력도 무열왕계처럼 100년이 지나지 않아 권력이동이 발생한다. 섭관정치의 등장이 바로 그것이다.
*섭관정치(9~11세기) (지금의 총리와 같은) 섭정`관백이 천왕을 대리하여 권력을 행사하고, 그 관직을 대를 이어 독점하는데, 이를 섭관정치라 한다. 후지와라((藤原)氏가 섭정관백을 세습독점했는데, 이들은 내물왕계와 굉장히 비슷하다. 권력을 세습한다는 것은 왕이나 다름 없다는 말이다. 또한 후지와라씨의 조상은 천황의 조상과 같다. 둘 다 순수한 백제 왕족의 후예다.
*헤이시(平氏)정권(12세기:1167~1185년) 후지와라((藤原, 등원)의 권력 독점에 반발하여 정권을 잡은 것이 평씨(헤이시,平氏)다. 이들의 치세는 20년이지만, 최초의 무사정권 등장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후지와라씨의 재반격으로 헤이시(평씨)정권은 무너지고, 카마쿠라 막부가 등장한다. 평씨는 천황족의 후손이다. 즉 권력을 잡기 위해 서로 치고박고 싸운 것이다.
후지와라((藤原, 등원)와 평씨(헤이시,平氏)의 격돌을 원평전쟁(原平合戦)이라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유명한 전쟁이다. 일본말로 [겐페이(原平)]라고 한다. 두 세력의 목숨을 건 일전을 말한다. 당구장에서 쓰는 말의 유래는 바로 이것이다.
*카마쿠라막부(鎌倉幕府) 12~14세기 다시 원(原)씨가 평씨(平氏)를 제압하고, 지금의 동경 남쪽, 카마쿠라(鎌倉, 겸창)에 막부를 연다. 카마쿠라 막부를 연 것은 미나모토 요리토모(源 賴朝)인데 공식직함은 정이대장군(征夷大將軍)이고, 일반적으로 쇼군(將軍)이라 부른다. 헤이시(平氏)정권 이후는 전부 원(原)씨가 권력을 잡는다.
이들도 무열왕계 후손이 강릉김씨, 연안김씨 등으로 분파되는 것처럼 원(原)씨의 후손들이 분파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와 일본의 차이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본관만 바꿔 근원에 대한 흔적을 남겨두지만, 일본은 아예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각각 다른 성씨를 만들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모두 원(原)씨다.
*무로마치막부(室町幕府) 14~16세기 카마쿠라 막부이후 아주 잠깐 천황친정체제로 가지만 곧장 무로마치막부가 등장한다. 초대 쇼군은 아시카가 다카우지(足利 尊氏)인데, 아시카가(足利)라는 새로운 성씨가 등장한 것은 아니고, 원래는 원(原)氏다. 쇼군은 세습되었다. 그러므로 왕조나 다름없고, 일본열도의 지배자였다.
*계속되는 막부 정권과 에도시대 이후 오다 노부나가 -> 토요토미 히데요시(풍신수길, 임진왜란) -> 토쿠카와 이에야스(덕천가강, 徳川 家康) 순으로 정권이 바뀌고, 토쿠카와 이에야스가 지금의 동경인 에도(江戸)에 막부를 열면서 에도막부(江戸幕府)시대가 약 300년간 이어진다. 덕천(徳川)가문에서 300년을 지배하지만, 이들 역시 원(原)씨의 한 갈래로 쇼군은 세습되었다. 그러므로 이들 역시 왕조나 다름없고, 일본열도의 진정한 지배자였다. 일반 백성은 '우리나라에는 왕이 없고 쇼군만 있을 뿐이오'라고 하던 시절이다. 천황의 존재는 한마디로 '살려는 드릴께'였다.
*메이지유신(1603년 ~ 1868년)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지만, 겐페이전쟁 이후 서쪽세력은 막부에 눌려지냈다. 서쪽이라 함은 천황이 살던 교토를 중심으로 서쪽을 말한다. 막부는 동쪽세력이며 원씨세력인데, 막부에게 밀린 서쪽세력의 반격인 셈이다. 그렇게 해서 천황이 다시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결론 : 일본 역시 만세일계가 아니라 권력은 계속해서 다른 세력의 손에 넘어갔다. 사람 사는 곳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한국과 다른 점은, 한국은 새로운 왕조가 등장하면서 중앙집권적 국가체계를 일찍 갖추지만, 일본은 메이지유신 때까지 봉건국가의 틀을 깨지 못했다.
메이지 유신세력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 
땡큐 
회비 납부 계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