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가 참 묘하다. <삼국유사>에서 연오와 세오가 사라진 시기는 아달라 이사금 4년(157년)이다. 그리고 <삼국사기> 아달라 이사금 20년(173년)에 비미호가 사신을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학계 일부에서는 <기기>에 등장하는 신라왕자 천일창(天日槍)으로 보는 주장이 있지만,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름도 묘하다. 연오(延烏)와 세오(細烏), 둘 다 ‘烏(오)’가 들어간다. 까마귀를 뜻하기도 하고 ‘검다’라는 말이기도 한다.
한민족대백과 사전에 “까마귀는 고대 동아시아에서는 태양을 상징하였다. 따라서 연오(延烏)는 ‘태양을 맞이한다(迎日)’ 또는 ‘태양속의 까마귀(陽烏)’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해석된다.”라고 나온다.
태양의 흑점을 태양=하늘에서 내려 보내는 전령, 즉 검은 새(鳥)나 까마귀(烏)를 하늘(태양)의 전령으로 여겼다는 말이다.
東夷족의 始祖(시조)에 대한 이야기에는 공통적으로 卵生(난생)사화가 있다. 鳥와 연관이 깊다. 새가 앉는 솟대를 마을 어귀에 마련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가현의 요시노가리 유적에도 솟대가 있다.
‘烏’에는 ‘검다’라는 의미도 있다. 제철집단에서는 철을 제련하는 사람들은 숯검정을 가득 묻히고 다닌다. 철은 銅(동)보다 훨씬 높은 온도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숯도 많이 필요하고 불을 다루는 솜씨가 아주 좋아야 한다. 고대에 제철기술은 지금의 원자력에 해당하는 기술이었다. 고대에 ‘馬(마)’는 기마병집단을 의미하고, ‘烏(오)’는 제철집단을 의미한다.
연오(延烏)에서 ‘연延’은 ‘늘이다. 길게 뻗치다.’라는 뜻이다. 얻은 쇠를 길게 늘이는 기술을 말한다. 세오(細烏)에서 세(細)는 가늘게 만드는 기술을 말한다. 각각 다른 분야, 다른 기술을 가진 철기집단인 것이다. 또한 ‘烏’에서 이들 역시 天孫(천손)의 자부심이 내재된 집단임을 짐작 할 수 있다.
신라 제철집단 연오랑, 세오녀의 渡倭(도왜)
신라의 두 철기집단이 일본 큐슈로 가버린 것이다. 아달라 이사금(왕) 15년(157년) 때 일이다. ‘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고 할 만큼 신라로서는 치명적인 일이었던 것이다. 바위를 타고 간 것이 아니라 철기집단이 영일만에서 배를 타고 일본으로 간 것이다.(멀리서 보면 배가 바위처럼, 혹은 거북이 처럼 보인다.)
이미 가야에서는 대마도를 거쳐 신천지이자 무주공산인 일본으로 많이 건너가던 시기였다. 소빙하기 시기에는 건조한 날씨(가뭄)로 기근이 드는 시기였다. 기후변화로 북방 기마민족이 남하하고, '밭벼'는 '논벼'로 쌀농사의 재배 방식도 변하던 시기였으며, 제철기술의 발달로 전쟁이 일상화 되던 시절이다. 조용히 평화롭게 살고 싶은 이들이 일본으로 갔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 쌀농사는 '밭벼'를 거치지 않고 바로 '논벼'로 시작한다. 무엇을 말하는 지 상상해보자.
연오`세오 철기집단은 기존 신라 지배층 틈바구니에서 지내는 것보다 신천지에서 수장이 되고 싶었을 것이다.(두 집단 사이에 불화가 있었을 수도 있다.) 그렇게 철기집단이 떠나버리자 신라는 부랴부랴 사신을 보내 돌라오라 간청하지만, 거절한다. 비단을 보내고 다시 광명을 찾았다는 것은 안정적으로 철기를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했거나, 다른 기술자를 보냈거나, 기술을 전수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세오와 연오는 철광석에서 쇠를 추출하는, 제철, 제련기술을 가진 집단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런 원천기술을 가진 집단이라면 신라에 기원 전후에 제철단지가 있어야하고, 제철단지가 있었다면 신라는 강력한 국가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4세기까지도 신라는 한반도 최약체 국가였다. 그리고 제철집단이 이주를 한다면 당연히 철광산이 있는 곳으로 이주할 것이다. 그러나 당시 북큐슈에 그런 유적이나 유물이 없다. 그러므로 연오와 세오는 철덩어리를 단조하는 기술자집단인 것으로 추정된다.
가능성1 : 연오랑과 세오녀의 다툼
연오랑이 북큐슈에 도착하면서 선주민과 다툼이 있었겠지만, 길지 않았을 것이다. 힘의 차이가 월등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후발주자인 세오녀 집단과의 다툼이 더 길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결국 세오녀에게 복속하는 무리가 많아지면서 큐슈북쪽은 세오녀가 차지하고, 남쪽은 연오랑이 차지하면서 다툼이 일단락 된 것으로 보인다.
‘비미호’는 세오녀일 가능성이 높다. ‘비미호’는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대물림 되는 이름일 가능성도 있다. 비미궁호 역시 마찬가지다. 비미호의 사마일국(邪馬壹國)에 복속하지 않은 비미궁호(卑彌弓呼)의 구노국(狗奴國)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가 전쟁을 벌인 것이 247년의 기록인 것이다.
가능성2 : 가야 도래세력과 신라 도래세력의 다툼
가야에서 건너와 큐슈에 자리를 잡고 있던 세력과 연오랑·세오녀 집단의 전쟁일 수 있다. 둘 다 철기집단일 가능성이 높다. 비등한 세력이므로 전쟁이 오래되었을 것이다. 토착민을 누가, 얼마나, 흡입력 있게 흡수하느냐에 달렸는데, 비미호의 靈的(영적)능력이 먹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어찌 되었던 세오녀가 최종 승리자로 보인다.
뭐가 되었던 백제, 가야, 신라 정도의 강력한 지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부족국가나 초기가야의 모습(연합체)이었을 것이다. 고대국가의 체계를 제대로 갖췄다면 266년 이후 147년간 감감 무소식일 수 없기 때문이다. 413년 왜왕 찬(讚)이 중국에 사신을 보내기 전까지는 그냥저냥 살았던 것으로 봐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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