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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둥이 담임쌤 특별숙제로 알라딘에 책 담아놨다고 주문해 달라기에 숙제용 <목민심서>랑 곁가지로 시집도 두 권 담아놨다고 결제 부탁요...라고 해서. 인터넷 서점에서 필요한 책만 사는 삶이라 직접 서점에서 이거저거 뒤적여 읽어볼까 하는 것도 없는, 그래서 요새 누가 뭔 시를 쓰는지 알 턱도 없었는데. 목민심서는 내가 공뭔도 아니고 정치할 것도 아니고 재미도 없고 (요샌 짱깨어가 더 재밌어서 짱깨들 말, 들마라등가 등등만 보니라) 다른 시집 김민정시인의 <아름답고 쓸모없기를>은 화장실에서 뒤적여 봤는데 십대때 내가 읽었더라면 참 좋았겠다 고정도 지금의 내 취향은 아니라 건너뛰고 요 시집 문학동네시인선 086 김상혁 시집 <다만 이야기가 남았네> 읽으면서 시인 독특하고나~ 혹여 아픈가 고런생각. 제목처럼 한권 전체 시 속에 이야기가 있어서 재밌기도 하고 먼소린지 니만(시인) 알고 나는 모르겠는 고런 시도 있고... 그 중 한 편 소개해 봄 (아또 미나리가 봄맞이 새 명함을 디쟌해준 의리도 지킬겸~) 말 그대로 / 김상혁 사람들은 섣불리 끝을 말하지만 진짜 끝은 말 그대로 나중에 온다 예를 들어 새벽부터 죽도록 일한 사람은 밤이 되어서야 가게 셔터를 내리며 '이제야 끝났군' 하고 속삭인다 뜨거운 정수리 위 시원하게 부는 밤바람, 보석처럼 빛나는 별들 …… 이것은 아직 행복한 끝도 불행한 끝도 아니다 살아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끝내는 법이 없다 더 먹고 싶거나 아니면 더 더 침묵하고 싶을 때 뱀과 떡, 가난과 사랑, 나쁜 것, 좋은 것 들이 그렇게 삶의 뜨거운 정수리 위로 끝없이 쏟아짐 …… 예를 들어 이호선 외선순환 전철의 내 무릎 위 실종아동 전단지의 실종일은 삼십 년 전이었다 의자에 앉아 '내일 일은 정말 알 수가 없군' 하고 구겨진 종이처럼 바지 주머니에 넣어버린 사람 모두의 뜨거운 정수리 위로 똑같은 바람과 별이 …… 이것은 아직 행복한 끝도 불행한 끝도 아니다 남아있는 사람에 더해 사라진 사람에게까지 말 그대로 셔터를 내리고 삼십 년이 지나고 백 년이 더 지나도 예를 들어 '죽음은 끝이 아니죠 ……' 같이 진짜 미래 같은 말을, 진짜 끝내주는 말을 해줌 … 더 더 좋은 이야기를 죽도록 만들어줌
김상혁 시인은 1979년 서울에서 출생. 2009년 ‘세계의 문학’을 통해 등단했고, 2013년 시집 <이 집에서 슬픔은 안 된다>를 냈다. 이후 3년 만인 2016년 두 번째 시집 <다만 이야기가 남았네>를 (문학동네)에서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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