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근대화는 박정희의 중화학 공업 육성으로 시작되는데 중화학 공업은 보통 거대자본을 필요로 한다. 당시 우리나라는 그런 규모의 자본이 없으니 당연히 외채를 끌어다 쓸 수 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수많은 부정이 개입되었다. 박정희 통치 말기에 대한민국은 GDP대비 부채비율이 세계 1위로 올라서는데 여기에 오일쇼크가 겹치면서 경제는 파탄 직전으로 몰린다.
박정희의 뒤를 이은 전두환 정권은 박정희 경제실패의 뒷수습에 치중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 독재자에게는 3저호황이라는 유래없는 행운이 찾아온다. 이 시기에 대한민국 경제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북한을 확실하게 넘어선다. 중화학 공업에 대한 투자가 일단락되고 원자력 발전의 확장으로 전력공급이 원활해 진다. 5공 실력자 중 한명인 허화평은 5공의 의미에 대해 '중산층을 탄생시킨 정권'이라고 평가했는데 이건 근거없는 자화자찬은 아니다.
전두환 정권 말기에 학생/시민들의 저항이 거세지는데 이건 좀 독특한 현상이다. 광주/부마항쟁이나 역사 속의 프랑스 혁명이 경제 불안이나 경제적 불평등 구조를 근본 배경으로 발생한 반면 전두환 말기의 저항은 수백년 만에 맞이한 풍요로운 시기에 미래가 보장된 고학력층과 화이트 칼라가 주도한 것이다. 그것은 물론 시민학살을 바탕으로 권력을 쟁취한 전두환 정권의 부도덕성에 기인한다.
어쨋든 학생/중산층 주도로 성공한 6월 항쟁은 처음에는 정치적으로 나중에는 경제 구조적으로 그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 6월 항쟁의 정치적 과실은 629쇼를 통해 노태우에게 넘어가고 야권의 분열은 고착화 된다. 6월항쟁에 자극받은 노동자 계층은 노태우 정권 시기에 적극적으로 자기 몫을 요구한다. 노동자들의 투쟁은 통일운동 같은 더 높은 차원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자기 몫 찾기 수준에서 마무리 된다. 이런 수준 낮은 마무리를 발전적 방향으로 돌리기 위한 학생/지식인/중산층의 노력은 무의미할 정도로 미미하거나 무력했다고 할 수 있다. 자기 몫 찾기 수준에서 벋어나지 못했던 것은 그들 역시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6월 항쟁 이후 야권 분열은 결국 김영삼의 투항으로 이어지는데 이건 '자기 몫 챙기기'적 관점에서는 탁월한(?) 선택이었고, 이후 중산층과 일부 노동자들이 자본과 결탁하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던 단초를 제공한다.
어쨋든 지역적으로는 김영삼의 변절에 합류하지 않은 일부 부산경남 유권자들, 계층적으로는 중산층의 일부가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의 지지세력, 속칭 노빠라 불리는 유권자 집단을 형성하게 된다. 즉 노빠는 6월 항쟁이라는 역사의 한 파편이라고 할 수 있다.
밥솥/ "전두환 정권 말기에 학생/시민들의 저항이 거세지는데 이건 좀 독특한 현상이다. 광주/부마항쟁이나 역사 속의 프랑스 혁명이 경제 불안이나 경제적 불평등 구조를 근본 배경으로 발생한 반면 전두환 말기의 저항은 수백년 만에 맞이한 풍요로운 시기에 미래가 보장된 고학력층과 화이트 칼라가 주도한 것이다. 그것은 물론 시민학살을 바탕으로 권력을 쟁취한 전두환 정권의 부도덕성에 기인한다."
주걱/
프랑스 혁명을 대단한 것으로 여기는 정도가 기준이라면 6월항쟁도 당연히 그 정도의 대우는 해줘야 할 것이고, 프랑스 혁명에 만족하지 못하는 기준이라면 6월 항쟁 역시 만족스러울 수가 없을 듯.
프랑스 혁명의 성공요인은 전국적 농민반란임돠.
농민반란이 없었으면 부르조아 혁명은 실패로 돌아갔을 것.
그러나 혁명의 과실은 부르조아들이 다 챙겼고...
물론 세월이 흘러서 유럽의 농민들이 제3세계 농민들보다 좀 더 행복할 수 있었는데 그건 민주주의와 혁명정신 덕분이 아닌 유럽의 제국주의 덕.
6월항쟁은 애초부터 철저하게 농민/노동자가 아닌 고학력/화이트칼라에 의한 저항이었고 따라서 경제적 모순과 차별극복 보다는 '독재타도' 수준에 만족하게 됩니다.
애초에 출발이 그랬기 때문에 김영삼의 변절이 가능할 수 있는 것이지요.
노태우 정권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정통성에 하자가 없는 정권이었기 때문에 '독재타도' 정신 만으로는 김영삼의 변절을 제대로 비판할 수가 없슴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