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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후퇴, 포스트모던형 이미지정치인, 안철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황 장 수
1. 현시대의 정치는 과거와 미래의 정치 스타일이 혼재되어 있다.
일부 야권성향 평론가들은 안철수의 지원 이후 과거와 미래의 싸움이라 억지를 쓰고 있으나, 엄격히 말하면 스타일 즉, 정치형식과 스타일, 이미지에서의 차이일 뿐이다. 안철수는 출마여부, 단일화 여부, 사퇴 후 지원여부 등 중요한 대선관련 결정과정에서 한국 정치사에 듣도 보도 못한 국민의존결정 이라는 장난을 쳤다. 과거 어느 구 정치인 누구도 안철수처럼 말장난으로 국민을 15개월 이상 희롱한 자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자는 공동정부 구성이라는 잇속을 다 차린 뒤, 오늘도 수도권에서 청춘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있다.
안철수는 스타일과 이미지 등 형식은 new 정치를 표방하나, 실제 정치적 결정과 내용에 있어서는 old한 하이브리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 현대문화는 곳곳에서 포스트모던한 양상을 띠고 있다. 정치 또한 문화의 산물이기에 포스트모던 양식이 나타난다.
움베르코 에코의 칼럼집 <가재걸음>을 보면 2000년대 초 이탈리아에서도 정치에서 이러한 양상이 나타났다. 진보의 피로감에 지친 이탈리아에서 공적 사명감보다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언론재벌 베를루스코니가 국가라는 공적 기구를 통째로 삼켜버린 일이 일어났다(그는 1차 집권 뒤 퇴진했다가 몇 년 뒤 재집권 했으나 온갖 비리에 휩싸이며 작년에 쫓겨났다)
그는 온갖 뇌물 성추문 비리의혹으로 국제적으로 조롱과 경멸의 대상이 되는 단골 인물 임에도, 야권은 그를 악마로 규정했음에도 두 번이나 장기 집권했다. 오랜 문화 역사의 유산을 가지고 있고 유럽에서 진보적이라는 국가, 이탈리아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 했을까?
3. 베를루스코니는 오랜 미디어그룹 운영과정에서 취득한 장사꾼+정치인+상징, 이미지 조작전문가 등이 복합된 포스트모던 형 정치괴물이다.
그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유형의 정치인으로, 공직자가 가져야 될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 자부심은 헌신짝처럼 팽겨친채, 오직 국민을 포풀리즘으로 선동하고 동료정치인을 협박, 회유, 담합으로 포섭해 권력을 장악, 유지해왔다.
그는 일반정치인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보면 도저히 이해 불가한 행동을 일삼으면서도 대중의 욕망과 요구가 어디에 있는지 포착하여 이것이 마치 새로운 정치인양 이탈리아 국민을 혼돈에 빠트려 집권 통치해왔다.
다만 그는 타고난 부지런함과 머리로 빈틈없고 교묘한 복잡한 계획을 끊임없이 실행에 옮기는 디테일에 능수능란함을 보여줬다.
스피디한 속도로 매일 자극적인 언행과 정치적, 사회적 마찰과 소음을 끊임없이 일으키는 노이즈마케팅을 정치에서 몸소 실천, 도입해 보여준 것이다. 황색언론은 이런 그를 따라다니며 추적 보도해 그는 늘 언론의 중심기사를 좋은 일이든 싫은 일이든 장식해왔다.
그는 상업광고와 방송시청률 의 기법을 세게 최초로 정치에 도입해 재미를 본 것이다.
4. 마케팅에서 세일즈맨은 고객의 결정순간을 포착해 마음을 사로잡는 한가지 기법만 동원한다. 고객이 한번 마음이 꽂히면 다른 것은 모두 잊고 구매에만 몰두하게 된다.
베를루스코니는 세일즈와 광고의 기법과 정치가 유사하다는 것을 정확히 포착하고 이를 정치영역에 도입해 재미를 봤다. 이탈리아의 진보, 보수 구 정치인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전통적 낡은 방식으로 그의 허구성과 위선, 부패를 폭로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구 정치인들의 비판은 자기 진영과 지지자에만 전달될 뿐이지 베를루스코니에 홀린 지지자들에게는 먹혀 들지 않았다.
여기서 중요한 명제가 등장한다.--대중은 거짓말이 거짓말임을 몰라서 믿는게 아니다. 커피 한잔에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CF는 믿는 사람은 없어도 광고로서 효과가 충분한 것이다. 인지부조화가 광고를 넘어 정치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정치는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심각하고 중요한 본질은 해체되고 깃털처럼 가벼운 이미지, 스타일만 남았다.
5. 지금 이 이야기는 어디서 본듯한 데쟈뷰와 기시감이 들지 않는가? 우리의 정치현실은 이탈리아 판박이다.
2007년의 이명박, 2012년의 안철수가 바로 기시감의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성공신화+성공한 기업인+부자 라는 이미지로 최소한 돈과 각종 의혹에서는 국민들에게 부와 행복의 시대를 열어줄 것이라는 환상을 심어줬다.
이 이미지는 이명박에서 깨어졌으나 도덕, 소통, 치유, 나눔 등의 양념이 추가되어 업그레이드 된 버전으로 재 탄생한 것이 안철수다.
안철수는 물욕이 없이 나눔으로 성공한 부자이기에 돈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것이고 도덕적으로 완벽할 것이라는 대중의 환상과 기대를 충족시키며 백의의 메시아처럼 행동해왔다. 그에 대한 많은 거짓신화가 밝혀지고 또 해명되지 않아도 대중은 그의 감춰진 진실을 바로 보지 않고 상징, 이미지조작으로 만들어진 그의 신화에 열광한다. <거짓이라도 돈 케어>라고 말하는 병든 사회의 책임은 누구의 몫인가?
안철수=베르루스코니+이명박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안씨는 포스트모던시대의 정치의 퇴행적 국면에서 등장한 괴물이다.
그의 탄생은 전적으로 기획된 교과서 등재, 언론홍보 등 미디어 사회의 상징조작에 기인한다.
새정치 웃기지 마라. 새 이미지 조작이다.
안철수 현상은 역사의 후퇴다.
*이 글은 진중권씨가 모 일간지에 쓴 <움베르코 에코> 의 <가재걸음> 서평을 내가 나름대로 비틀어 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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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