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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미래가 특정인 낙선인가?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황 장 수
1. 예정된 패배를 향해 묵묵히 최선을 다해 다가가는 사람은 존경스럽고 아름답다.
며칠 전 한 노동자 출신 대선후보와 그를 지지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청중도 없는 거리에서 목이 터져라 유세하는 장면에서 가슴이 뭉클 저며왔다.
저 사람들은 얼마나 더 저런 길을 가야 자신들이 원하는 이상이 이루어지는 세상과 제대로 된 세력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밀려왔다.
그럼에도 승패와 관계없이 진보의 대의를 외치며 싸우는 사람들을 나는 존경한다.
2. 사회 발전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사회에서 신생정치세력이 대세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보통 30~4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60년대 중후반 유럽의 68혁명과 반 원전, 환경운동 등 사회저항 운동에서 시작된 녹색당의 뿌리는 30년이 넘는 시간을 견뎌오며 마침내 집권 연립내각에 참여하게 되었다.
어느 나라나 사회 기득권에 대항하는 진보적 운동은 그만큼 힘들고 오랜 시간과 희생, 피와 땀을 요구하는 것이다.
3. 한국도 90년대 이후 민중의당, 민중당, 국민승리21 등 여러 시도를 거쳐 마침내 2004년 민주노동당 의원 10명이 원내에 진입했다.
그리고 2008년의 참패를 넘어 2012년 총선에서 야권연대하 통합진보당 이름으로 13석이나 획득했다.
70~80년대 학생사회운동의 뿌리까지 따지면 우리 또한 30년 이상의 오랜 진보운동의 결과 진보정당이 상당한 정치세력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4. 이런 외형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한국진보정당은 내부의 분열과 교조주의, 종북주의, 도덕성의 추락 등으로 스스로 무너졌다.
그리고 다시 여러 갈래로 분열되어 일부는 무소속, 노조후보의 형태로 출마하고 일부는 야권연대 속에 불출마하고 또 다른 일부는 통합진보당의 이름으로 출마했다.
종북과 비례대표 선출 조작의 낙인 속에 야권연대에 조차 배제 당하는 설움을 TV 토론과 유세 등을 통해 만회하고자 하는 속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국민참여 경선 이라는 미명하에 대부분 정당이 동원과 조작을 밥 먹듯이 하고 있는 마당에 자기들만 그러한 듯 덮어쓴 누명도 억울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따라서 토론의 장이 열렸을 때 그 공간을 이용해 맘껏 선전과 공세의 기회로 이용해 보려는 의욕도 넘쳤던 것으로 보인다.
5. 이정희가 특정재벌과 비 정규직의 문제를 거론했을 때 진보정당의 후보로써 매우 적절한 지적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다소 정해진 주제나 규칙에 벗어나더라도 상대 후보의 의혹을 지적한 것 까지는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룰이 있는 토론에서 자신의 말만하고 상대를 무시하는 태도를 일부러 보일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결정적인 잘못은 『박근혜를 낙선시키기 위해 출마했다』는 표현이었다.
이 말속에는 『박근혜가 낙선하면 진보의 미래가 열린다』는 뜻이 담겨있다. 특정인의 당∙낙선이 진보정당의 가치와 미래가 결정적인 사활이 걸린 중요한 문제인가?
2002년 이회창이 낙선하고 노무현이 당선된 이후 2004년 총선에서 민노당 의원이 10명이나 국회로 진출했지만 진보의 미래가 열렸는가? 더 어두워졌는가?
박근혜와 문재인의 차이가 진보정당의 존재에 과연 결정적인 요소인가?
진보정당은 매번 야권연대의 틀 속에 붙어 광이나 팔려고 존재하는가?
이번에는 종북이라 다들 꺼려하니 그런 식으로라도 광을 팔고 싶은 것인가?
6. 나는 일찍이 다들 종북문제로 이석기를 제명하고자 했을 때 현행법에 어긋나는 범법행위가 없다면 의원 개인의 의식성향으로 제명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나도 물론 종북이니 친북이니 주사니 NL이니 하는 문제를 학생운동 때부터 싫어했다. 이는 이후 독자적 학생사회운동을 하며 살아온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나와 정치적 성향이 정반대라고 해서 구체적으로 드러난 위법이 없는데 이석기를 제명시키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지적한 바 있다.
법이 국가의 존립이나 상식이나 국민의 보편적 정서나 의식을 따라가지 못하면 법을 제정해서 처리해야지 법의 범위를 넘어서서 감정적으로 나쁜 놈이라 해서 옷을 벗길 수는 없는 것이다.
7. 이번에 이정희가 『박근혜 낙선을 위해 출마토론에 나왔다』는 말은 진보정치인으로서 자격미달이다.
한국의 진보가 툭하면 여기저기 붙어 광이나 팔려고 들고 자기들끼리 붙었다가 싸워서 헤어지고 하는 이유는 진보적 이상추구보다 젯밥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 아닌가?
이정희의 『낙선 위해 출마』 발언은 그날 저녁 『남쪽 정부』, 『6억』, 『다카키 마사오』 등의 말과 더불어 인터넷 검색어 1위를 한동안 장식했다.
그리고 다음날 이정희의 지지도는 일부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고 일부 평론가는 토론을 잘한 대선후보 1위로 꼽기도 했고 엄청난 인지도를 높여 주기도 했다.
8. 그런데 이정희가 여기서 모르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대중들 다수는 밋밋한 대선후보토론 보다 뭔가 화끈하고 재미있는 오락거리에 더 열중한다. 대선후보 토론이 검투사 경기처럼 되어 온갖 거친 언사가 난무하고 면전에서 험한 말로 공격할 때 이들은 쾌재를 부른다.
그러나 이것은 엔터테인먼트 즉 오락이자 여흥에 불과한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곧 모든 것은 잊혀지고 이미지만 남게 된다.
이정희는 그날 토론에서 기성정당과 다른 한국진보정당의 차별성과 진보의 미래에 대해 국민에게 말할 수 있는 모처럼의 소중한 기회를 놓쳤다. 그 언변과 재능으로 그는 진보의 가치와 미래를 말하지 않고 특정인 낙선이 자기의 출마와 TV토론에 나온 목적이라고 했다.
또 실제로 그런 자세로 시종 토론에 임했다.
9. 시간이 지나면 이번 일은 진보정당의 목적에 매우 퇴행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세계 장기불황과 한국경제의 추락 그리고 경제력의 집중과 양극화의 가속화는 진보정당에는 또 다른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는 일들이다.
이정희는 왜 한국사회에서 진보정당의 존재가 필요한지, 기성정당과는 무엇이 다르고, 누구를 대변하는지, 무엇을 지향하는지, 어떻게 세상을 바꾸겠다는 것인지를 밝혀야 했다.
그러나 국민의 뇌리에 남은 것은 야권이 안 팔아주겠다는 광을 기어코 팔기 위해 『박근혜를 낙선시키기 위해 출마하고 TV토론에 나온 본심』을 노출시켰다. 그리고 실수인지 고의인지 모르지만 『남쪽정부』라고 자신의 속내도 밝혔다.
결국 국민들은 시간이 흐르면 이정희의 진보는 『광 팔기』와 『남쪽정부』라고 만 기억할 것이다.
이정희는 진보의 미래를 팔아먹었다. 그는 화이트칼라의 한계를 결국 극복하지 못했다.
마이너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알아주는 이 없어도 홀로 외치던 점퍼 입은 노동자 후보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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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