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다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황 장 수
1. 돌아가는 꼴이 우습다.
최근 인수위 1차 인선 이후 벌어진 비난사태는 『동물의 왕국』 다큐에서 지친 초식동물의 죽음을 기다리는 독수리나 하이에나 떼를 연상시킨다.
사실상 실업자가 390만 명, 솔로 푸어(혼자 사는 빈곤층)가 250만 명이 넘고, 초등학교 무상급식비가 1500원이며 4000개가 넘는 지역 아동센터 난방비 40억원이 없어 냉방에서 지내는데 호텔 방에서 여야간사 둘이서 기록도 없이 2013년 예산 4조 3천억 원을 통과시킨 일로 시끄럽다.
이들 예결위원 9명은 2개조로 나누어 1인당 1500만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중남미와 아프리카로 외유를 떠났다.
민심은 이 일로 매우 사나워지고 있고 어제 오후 여야당 원내대표는 마지못해 변명성 사과를 하였다.
총선∙대선 때 난무했던 개혁과 쇄신, 새 정치 구호가 모든 게 끝나니 제자리로 가고 있고 이 틈을 타서 안철수 운운이 또 나오기 시작한다.
2. 인수위원 24명 명단 발표가 오후 4시께 된다고 한다. 아무리 잘해도 시끄러울 것이다.
인수위원 임명문제가 이미 정치적 감정으로 전환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인수위원 24명을 임명하는 문제를 놓고 온 나라가 대선 직후부터 보름이상 시끄럽다. 취임 준비위 성격의 규모와 레벨에서 격하된 전문가 수준의 기구의 위원 임명 때문에 언론이 왜 이렇게 시끄러운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
비판은 전체 인사윤곽이 짜여진 뒤에 그 기구의 성격에 걸맞는 수준에서 하는 것이 옳다.
대선 후 20만 명이 넘는 사람이 개표부정을 운운하고 있고 7500명이 미국 백악관 청원 사이트에 이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대선이 끝나도 승부를 인정하기 싫다는 진영논리의 여진이 패배한 쪽에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회 곳곳에 여전히 정치적 과잉이 넘쳐나는 반면에 새 정권의 개혁 담론은 잠잠한 편이며 이슈거리가 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정부의 실수를 목을 매고 기다리고 있으며 인수위원 인선이라는 함정을 파놓고 목을 빼고 기다리는 꼴이다.
패배한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문 후보의 젠틀한 측면은 현실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3. 개혁에는 첫 단추가 매우 중요하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상에 대한 진단이 우선되어야 한다.
현실문제에 진단이 제대로 되어 있어야 해법도 제대로 나오는 법이다. 흔히 새 정권의 3대 과제는 일자리, 복지, 경제민주화 3가지라고 언급을 한다.
이 세가지 모두 추락하는 우리 경제 현실에서 관철하기가 정말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박근혜의 친박 세력 성격은 YS나 DJ와 같은 정통 야권의 끈끈한 정파가 아니다. 그렇다고 친이 같은 이해결사체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집권세력의 주체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모호한 집단이 될 수도 있다.
지금 인수위에서 나오고 있는 청탁, 논공행상, 친박 정치적 색체 배제 등을 고려하면 집권 초 개혁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주체와 동력이 미진해 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가는 거대한 관료주의 시스템의 총체이자 거대 자본이 지배하고 큰 영향을 미치는 집단이다
이 시스템은 역대 어떤 개혁적 정파들 모두 자신의 용광로에 집어넣어 녹여버렸고 결과적으로 큰 차별화가 없게 만들었다.
4. 정치 색체가 없고 전문가적 테크노크라트들은 과거 박통 시대나 군부 대통령 시대에는 군대식의 서열화된 절대 권위 앞에 자기의 전문분야에서 탁월한 경제성장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본이 정치권력을 지배하고 고도의 관료사회가 완성된 현시대에 이들 전문가 집단들이 과거와 같은 효율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은 민주화 진전 정도, 경제규모나 자본집적 정도 및 글로벌 경제에 편입되어 버린 한국경제의 속성이 그때와는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혁 주도 세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전문가 집단의 존재는 결국 거대한 자본과 관료시스템의 먹이가 될 수도 있다.
5. 미디어 환경 또한 그때와는 매우 달라졌다.
이제는 미디어와 인터넷 및 SNS가 여론을 만들어 내고 조작할 수 있는 권력을 가졌다. 대중문화 또한 미디어 및 첨단 전자기기와 결합되어 정치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
현재까지는 아직 살아 남아있는 올드한 매체의 존재로 인해 50~60대에 영향을 미치고 이번 대선에 보수세력의 총 결집을 가져올 수 있었다.
그러나 사실상 이번 대선이 올드한 매체가 영향을 미친 사실상 마지막 대선이 될 수도 있다.
이미 미디어나 문화권력 인터넷 및 SNS 또한 진영논리 속에 정확히 양분되어 서로 투쟁하고 있고 어지간히 잘하지 않는 한 20~40대의 시각과 의식은 박근혜 정부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태이다.
대선패배의 후유증이 얼마나 잘하나 지켜 보자는 식의 일시유예적 휴전상태로 남아있기에, 임기 초 몇 가지 사소한 인사실수, 실언, 정무적 판단실수가 정권의 위기로 직결될 수 있다.
6. 여러 객관적 상황을 검토해 보면 매우 시시각각 나빠지는 대내외적 경제상황, 일자리 악화, 가계 부채난, 양극화 등은 결국 집권한 정부에 아주 불리한 환경임이 틀림없다.
집권 초 부패청산과 개혁을 주도한 집단도 뚜렷이 보이지 않으며 대 탕평과 화합, 논공행상 배제 분위기에 그나마 있는 소수도 숨어있다.
내각을 주도한 전문가 및 테크노크라트들은 박근혜 정권의 목표와 방향에 대해 분명히 이해하고 인지하고 있는지도 불명확하다.
이들의 특성은 결코 정권과 함께 운명을 같이 하지는 않는다.
일자리 창출과 민생, 복지, 경제민주화 등의 정권의 아젠다 목표를 관철시킬 수 있는 전략적이고 전술적인 수단이 과연 무엇인지 궁금한 상태이다.
정치는 매우 힘든 추상적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접근하는 과정이지 결코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한계가 분명한 게임이다.
명확히 무엇을 할 것이고 어떤 수단을 통해 관철시키고 누구와 같이 추진할 것인 것 분명히 준비해야 될 시점이다.
정권의 인수인계는 오히려 부차적이고 기술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빨리 망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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