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은 워낙 얍삽하고 천박하고 기회주의적인 품성 때문에 이미 적지 않은 지지자들에게 그 정체가 탄로났다. 그러나 노무현은 물론 그런 천박한 수준은 아닐 뿐더러 그의 죽음이 내포한 비극성 때문인지 그의 지지자들이 노무현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오히려 더 힘든 것 같다.
더구나 베네주엘라의 대통령 차베스가 최근에 세상을 떠났는데, 골수 노무현 지지자들에게는 그의 죽음에서 조차 노무현의 죽음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어떤 죽음이든 죽음은 살아있는 자들을 감상적으로 만들기 마련이다.
각설하고.... 차베스는 (일단은) 성공한 정치인인 반면 노무현은 (이미) 실패한 정치인이기 때문에 사실 양자는 적절한 비교대상 자체가 못된다.
차베스가 일단은 성공했다는 것은 석유로 벌어들이는 돈을 소수 자본가가 아닌 대다수 서민들에게 골고루 분배했기 때문이고, '일단'이라는 단서가 붙는 것은 석유팔이에 의존하는 방식은 외부환경 변화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베네주엘라 자체적인 산업적 기술적 역량을 키워놨어야 하는데 이 부분은 차베스 생전에 미진했기 때문이다. 인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거기서 생산된 과실을 바탕으로 복지를 추진하는 것이 선순환이다. 일자리없는 복지는 물적토대도 취약할 뿐 더러 백수정신 만연으로 인민의 정신을 썩게 만든다. 이 부분은 차베스 추종세력들이 앞으로 풀어갈 문제다. 석유를 바탕으로 산업의 수준을 끌어올린 나라로 노르웨이를 들 수 있겠다. 청어잡이나 하던 수준에서 북해유전으로 대박을 쳤는데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자체역량을 키워서 대부분 분야의 산업경쟁력이 북유럽 대표국가인 스웨덴을 뛰어 넘었다.
정치의 목적은 인민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것이고, 그런 상태를 오래 유지시키는 것이다. 나머지 모든 것들은 그 수단에 불과하다. 베네주엘라에 석유가 없었으면 과연 차베스가 성공할 수 있었을까? 나는 쉽지 않앗을 것으로 본다. 반대로 남한에서 석유가 펑펑 나온다면 노무현이 성공했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노무현은 정권 재창출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관심이 있었던들 성공할 가능성은 별로 없었다. 노무현과 그 지지자들의 시각에서는 여당 내부 사정이 개판이었지만, 일반 유권자들의 시각에서는 당 뿐 아니라 참여정부 그 자체에 실망한 부분이 더 크다.
참여정부가 재집권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유권자들은 여당이 좀 개판이더라도 정권연장을 선책했을 것이고, 반대로 불리하면 여당이 아무리 상식적으로 운영되고 잘 굴러가도 외면했을 것이다.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지속적으로 새누리당을 선택하는 일부 유권자들에 비추어 보면 이런 선택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노무현이 실패한 이유는 그를 지지하던 일반서민들이 등돌린 것이고, 그 원인 제공자는 노무현 자신이다. 이것이 차베스와 노무현의 근본적인 차이다. 베네주엘라는 절대빈곤이 많아서 계급투쟁이 불가피하니 차베스는 당파적이여도 되고, 역사가 짧은 졸부재벌 중심의 대한민국은 국민통합이 중요하니 노무현은 지지계층과 지지지역을 배신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는 말이 안된다,
물론 자기를 더 많이 지지한 지역이나 계층을 더 많이 챙겨주면 나라가 절단날 수도 있다. (그럴 수 있다고 가정하자.) 정말 그렇다면 애초에 앞에 나서지 않는 것이 정법이다.
사실 나는 노무현이 취임 후에 자기 지지세력을 배신할 운명이란 것을 사전에 몰랐을 것으로 판단한다. 배신할 운명임을 알고 앞에 나서고, 나중에는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대한민국은 망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면, 그냥 아무 것도 몰랐다고 보는 것이 그에 대한 정중한 대접일 것이다.
차베스와 노무현의 근본적 차이는 세계질서에 대한 입장의 차이다. 차베스는 미국중심의 자본주의 질서에 반기를 들었고, 일단은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했다. 노무현은 반대로 미국중심적 질서에 순응했고, 이라크 파병과 한미FTA를 추진했다. 노무현의 그런 선택 자체는 한국의 현실에서는 적절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국민 대다수가 파병이나 FTA를 반대하지도 않았고, 당시 이걸 물고 늘어진 세력은 한줌도 안되는 소위 진보세력 정도다. 당시 남한의 진보진영은 유권자들에게 듣보잡스런 존재에 불과했기 때문에 노무현의 실패는 역설적으로 진보의 딴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차라리 최근에 이정희의 대선TV토론 때문에 문재인이 떨어졌다는 것이 설득력 있다.)
심지어 보수언론의 발목잡기도 마찬가지다. 차베스는 국내의 반-차베스 언론이 뭐라던 간에 자기가 갈 길을 갔다. 즉 베네주엘라 빈민층의 먹고사니즘을 챙기면서 지지기반을 확고히 만들었다.
한나라당의 '경포대' 운운이 통한 이유는 노무현 시절에도 서민경제가 호전된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주식거품/부동산 거품으로 빈부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비정규직은 계속 늘어나는데 대통령은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는 것을 걱정했고, 그 지지자들은 코스피 지수 2000을 찬양했고, 원화가치가 올라가서 해외여행이 수월해졌다고 행복해 했다. 그런데도 지지율이 추락하지 않았다면 그것이 비정상이다.
한미FTA 추진을 예로 들면, 앞에 언급대로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피할 수 없다면, 그래서 선제적으로 미국에 제안을 했다면 FTA의 긍정적이 효과가 가급적 차별없이 돌아갈 수 있는 세부정책을 수립하면 되는 것이다.
한미 FTA는 상식적으로 제조업에 유리하고 농업에 불리한데... 그렇다면 농업 중심 지역도 제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정책의 순리다. 그런데 농업비중이 높은 호남을 배후로 하는 광양항은 축소하고 이미 제조업이 발전한 동남 산업벨트 지역을 배후로 하는 부산항의 확장을 추진한 것이 바로 참여정부다. 즉 노무현식으로 하면 지역격차가 더 벌어지게 생겼으니 '부산콩,대구콩,광주콩'은 아무 의미없는 헛소리가 되어버린 거다. 사실 노무현이 정권재창출 따위를 목적으로 삼지 않았다면 그 시절의 동진정책은 이미 명분을 상실한다
원칙은 간단하다. 지지자를 뒤통수칠 상황이 예상되면 아무리 거창한 이상을 품고 있어도 앞으로 나서면 안된다. 윤리적으로 당연한 기본아닌가?
자기가 자기 지지자들을 뒤통수 칠지 아닐지 미리 알려면 틀이 흘러가는 것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차베스가 그런 능력이 있었는지 그냥 운이 좋았던 건지는 알 수 없으나, 노무현은 분명히 운도 없었고 능력도 없었다.
한미FTA의 혜택을 가장 크게 누릴 동남 산업벨트의 노동자들을 기반으로 하는 진보진영은 한미FTA를 반대하고, 그 지역 노동자들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주구장창 지지한다. 그들이 노동자로서의 이익을 진보정당을 통해 추구하고, 지역주의가 주는 이익을 기득권정당을 통해 추구하는 것은 이윤추구 측면에서 합리적(?)인 선택이고 그런 계층을 기반으로 하는 진보정당이 FTA를 반대하는 것은 비윤리적인거다. 왜 FTA로 득보는 집단의 돈으로 정치하면서 FTA를 반대하나?
반면 노무현처럼 그들을 상대로 지역주의 극복을 외치는 것도 바보짓이다. 지역주의가 자기덜에게 유리한데 그걸 왜 포기하겠나? 지역주의를 없얘려면 지역주의가 주는 유불리를 없애야 한다. 그러면 지역주의는 저절로 없어진다. 지역주의를 노무현처럼 '가치'의 문제로 접근하면 반드시 실패하게 되어 있다.
차베스는 계급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자기의 서민 지지자들에게 '이익'을 주었고 그것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 '소통은 이익으로' 결국 차베스와 노무현의 차이는 소통하는 방법을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다.
떠돌이/ 떠돌이 기자가 궁금해 하는 건 아마도
1~6까지 그렇게 나열할 필요도 없을 거 같다.
떠돌이 기자가 생각하기에 참여정부가 성공한 것 한가지만 밝혀보자.
그럼 최소한 그 부분에서는 성공한 정부일 것이지만,
성공한 게 아무것도 없다면 실패아닐까?
그 자리가 청와대에서 걍 하세월보내기 위해 오르는 자리가 아닐테니까.
밥솥/
"정치의 목적은 인민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것이고, 그런 상태를 오래 유지시키는 것이다."
요 부분에서 남한의 진보, 좌파들, 학생운동 꽤나 했다는 사람들이
착각했거나 자신들을 위해 아전인수로 해석한 게 바로 [물적토대]란
맑스의 단어가 아닐까 싶네.
[물적토대]란 건 "인민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것"이었어야 했는데
위의 세력들은 혁명적 인민들의 머리수로 이해했으니까.
그것만 되면 혁명이 가능하다고들 떠들어댔지만, 정작 인민들은
잘먹고 잘 사는 게 그 자신들의 [물적토대]란 걸 잘 알고 있었던 거지.
자본론 꽤나 읽어다고 체하는 자들 보다 더, 맑스적이었던 거 같애.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