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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양극화만 가중시키는 입학사정관제도
미래경영연구소
연구원 김지혜
문제: 다음 중 어느 사람이 더 봉사정신이 투철한가?
1) 9박 10일의 해외봉사
2) 주 1회, 1년 동안 교내봉사
당신은 어떤 사람을 선택했는가? 그리고 그 선택의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하기에 따라 이 문제는 굉장히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떤 것을 선택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선택들을 매해마다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입학사정관들이다. 입학사정관들이 누구냐? 바로 대입 선진화를 위해 도입한 입학사정관제도를 통해 ‘창의적 인재선발’을 할 사람들이다. 점수위주의 기계적인 선발을 막고, 학생 개인의 특성과 잠재력을 분석·반영한다고 한다. 겉으로만 보면 참 이상적인 선발방식이다.
하지만 곧바로 이런 질문이 생긴다. 창의적인 인재를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 현행 입학사정관제도는 이렇게 답했다.
지정된 학교의 학교장의 추천을 받은 자, 창의적 체험 활동을 한 자, 리더십이 뛰어난 자, 봉사정신이 투철한 자, 세계시민의식과 외국어 능력이 있는 자, 수학과 과학에 재능이 있는 자, 문화 예술적 소양이 뛰어난 자, 각종 대회에 입상한 자, 많은 독서 활동을 한 자 등이다.
이런 내용을 보면 그 사람의 특성을 알 수 있고, 심지어 창의력 있는 인재인지 판가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요구하는 서류는 다음과 같다.
학생부, 독후감, 자기소개서, 추천서, 논설문, 에세이, 그 밖에 자신의 우수성을 증명할 자료(포트폴리오)
다음은 자기소개서의 구체적인 질문내용을 살펴보자.
*자신의 성장과정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경험과 그 경험을 통해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기술하세요.
*지원 학과(부)에 진학하기 위해 기울인 학업적 노력과 다양한 활동(리더십, 봉사, 동아리, 연구, 취미, 기타활동)을 구체적으로 기술하시오
*해당 학과(부)에 지원한 동기와 입학 후 학업(진로)계획에 대해 기술하시오
보통 자기소개서의 질문은 저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온전히 지원자인 학생이 낸 서류에 의존하는 것이 입학사정관 제도이다. 물론 개별적으로 학생기록부, 수상여부 등은 관계기관에 협조하여 확인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모든 것이 학생이 챙기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다양한 전형과정과 그 안에 온갖 불법으로 도배된 입학비리들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공공연히 자녀 교육열이 높다고 손꼽히는 나라이다. 좋은 학교를 나온다는 것이 신분상승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크다. 그래서 부모들은 그 비싼 사교육비를 내서라도 자녀들을 꼭 명문대에 보내고 싶어 한다. 정부에서는 해마다 사교육시장을 줄이기 위해 여러 방안을 도입하지만, 이를 비웃기나 하듯 사교육 시장은 연간 20조원의 규모로 성장했다. 입학사정관제도도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도입했으나, 실상을 보면 뛰어난 적응력으로 ‘스토리텔링’학습법, 맞춤형 입시컨설팅, 사교육 대리모 등을 파는 사교육 시장이 학부모를 사로잡고 있다. 게다가 열심히 노력한 학생이 전형에서 탈락하여도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절대 알 수 없기에,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사교육에 매달리는 것이다.
학부모들이 비싼 사교육비를 감당하는 이유는 뭘까? 내 자녀는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도 한 몫 하지만, 무엇보다도 수시전형이 3200가지(2013년 기준)나 되는 너무나 복잡한 입시제도 때문이다. 학업에 치이는 학생으로서, 또 생업에 종사하는 부모로서 정확하게 파악하기에는 그 수가 너무 많다. 이렇게 종류가 많아진 것은 「대입자율화정책」 때문이다. 대학에서는 더 우수한 학생을 모집하기 위해 내놓은 다양한 요구사항이 학부모와 학생에게는 정보력의 경쟁이라는 또 하나의 경쟁무대를 만들어 준 것이다. 솔직히 정시와 수시의 성격이 다르기에 둘 중하나만 집중해도 명문대 입학은 학생들에게 힘든 일이다. 그런데 여기다가 입학하기 위한 정보를 검색하는 데만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 교육에만 집중해도 명문대를 갈 수 있는 입시제도가 우리의 바람이라면 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실제로 2012학년도 서울대 입학사정관 전형 합격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일반계고 지원자 1만887명 중 합격자는 1477명(13.6%)에 그친 반면 영재학교 출신 지원자는 185명 중 122명(65.9%)이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목고 출신 학생의 합격률이 일반계에 비해 최대 5배 가까이 높은 셈이다. 기여입학제에 대한 우리나라 특유의 거부감은 부가 자녀의 학벌에 영향을 주는 것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보여준다. 그런데도 사실상 부유층이라고 말할 있는 자녀들이 입학사정관제도를 통해 더 합격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또한 입학사정관 제도는 허위로 스펙들을 만들 수 있기에 부유층 자녀들의 입학 고속도로가 되기 쉽다. 공공연히 서류를 위조하거나 대필하는 방법들이 넘쳐나고, 자기소개서를 과장하는 것은 애교가 되었다. 짧은 입시 기간 동안 모든 서류를 검토하는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입시제도가 복잡할수록 소위 돈과 여유 있는 자들이 유리해진다. 최근에도 수험생의 스펙을 조작한 혐의로 브로커와 학부모가 적발되고 있는 실정이다. 돈만 있으면 입학사정관 제도에서 요구하는 특별한 경험들을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것이다. 수상실적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어디 그것뿐인가? 성균관대 리더십전형으로 집단 성폭력에 가담했던 가해자가 합격하기도 했다. 학생 개개인의 일면을 살펴보기에는 지금과 같은 자기소개서의 문항은 턱없이 부족하다. 입학사정관제도는 누군가 맘만 먹고 스펙을 만들어내도 이를 가려낼 장치가 부족하다. 조금만 틈만 보이면 어떻게든 법망을 피해 이득을 보려는 자들이 많은 이 나라에서 주관적인 요소가 많은 입학사정관제도는 딱 좋은 먹잇감이다.
그래서 단순, 명쾌한 입시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어떤 이들은 차라리 옛날의 학력고사 시절이 오히려 공평했다고 말한다. 기계적으로 점수로 판단하는 것이 어쩌면 복잡하고 믿을 수 없는 여러 요인들로 평가받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돈과 여유가 많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정보력의 차이가 생기는 것이 어떻게 공평한 기회인가? 작정하고 만든 허위 스펙으로 모든 학부모가 소망하는 명문대에 합격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가?
학생을 점수로만 판단하지 않고 여러 가지 요소를 판단하겠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결과 누군가만 유리해졌다는 것은 큰 문제이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구시대에만 존재하는 말이 되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입시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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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