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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무상보육이 필요하다
미래경영연구소
연구원 김지혜
22만원이 지원된다. 소득 관계없이 0~5세 아이들에게 보육료 및 양육수당이 지원된다. 이에 대해 복지예산이 부족하다, 불필요한 낭비를 하고 있다는 등의 말이 나오고 있다. 예산도 예산이지만, 무상보육비를 통해 가계의 부담이 그만큼 줄어든다면 국민들의 혈세는 아깝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벌써 여러 가지 나쁜 소식이 들린다. 무상보육비 지원에 맞추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이 가격을 올렸다는 소식, 일부 학부모들이 지원비를 받은 만큼 더 비싼 유치원이나 영어 유치원으로 자녀를 보낸다는 소식, 사립과 공립의 가격 차이 등이다. 상식적으로 22만원이 지원된다면, 그만큼 가계에서 보육비가 줄어들어야 할 것인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미 여러 언론에서 이 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어 삶이 빠듯한 가정에서는 기대했던 것과 다르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단 5살까지 누리과정이라고 하여 정부 지원 유아 교육·보육 통합과정이 시행되고 있다. 이 나이대의 아이에게 교육을 하느냐, 보육을 하냐는 또 다른 문제이기도 하다. 목적이 달라짐에 따라 주무관청과 공공성에 대한 요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교육에 있어서는 누구나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의무교육의 범위가 넓어졌다. 하지만 유치원은 아직 의무교육이 아니다. 그래서 학부모 입장에서는 다양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누군가는 운이 좋아서 덜 부담스러운 공립에 다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비싼 값에 아이를 맡기고 있다. 실제로 구립 어린이집에 등록하려했던 학부모들은 2~3년을 기다려야 순번이 돌아온다는 말을 듣기도 하였다.
물론 공립과 사립에서 획일적으로 어느 쪽이 더 제대로 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학부모들이 민간 어린이집에 등록했다가 공립 어린이집에 자리가 나오면 옮기는 것이 현실이다. 민간 어린이집은 정부의 통제 없이 자체 개발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재량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학부모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립을 찾고 있다. 실제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서울 소재 어린이집 2,493곳의 총보육비(보육비+기타 필요경비) 실태를 분석한 결과, 민간 어린이집(241만원)에 보내면 국공립 어린이집(83만원)에 보낼 때보다 연간 보육비를 2.9배 더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는 특별활동비의 가격 격차에서 빚어진다. 이 특별활동비라는 것이 회계상 어린이집 수입으로 잡히지 않는다. 2011년 자료에 따르면 특별활동비가 가장 높은 곳은 서울 강남구로 월 23만원이었고, 최저인 곳은 경기 평택·안성(3만원)이었다. 말 그대로 제각각인 비용이다.
더 심각한 것은 지원금의 절반 가까이가 유치원·어린이집의 교육비 인상분으로 쓰여 졌다. 육아정책연구소의 ‘5세 누리과정 시행 전·후 기관 이용 및 비용 변화 고찰’ 보고서를 보면, 유치원·어린이집에 보내는 가정의 비용이 매달 8만~9만원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즉, 나머지 부분은 원비 인상에 상쇄된 것이다. 정부에서 물가상승분에 기인하여 자제할 것을 부탁했지만, 일명 ‘귀족 유치원’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사실상 국가에서 원비 상승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무상보육비보다는 국공립 시설을 늘리는 것이 더 원천적인 해결방법이라 생각한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누구나 선택할 권리가 있다하지만, 이런 식으로 시설부족으로 인해 커가는 아이를 방치할 수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다른 곳에 맡기는 것은 상식이 아니다.
지원금 제도는 기반시설이 아닌 시장에 투자함으로서 또 다른 불편함을 만들고 있다. 지금처럼 일부 학부모들과 원장이 짜맞추어 유령원아를 놓고 지원금을 받거나, 여유 있는 사람들이 집에서 놀면서 지원금을 받아가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복지정책에서 수혜의 형평성은 언제나 논란이 되고 있다. 따라서 처음의 취지와 멀어져가는 결과를 낳는 지원금제도가 아닌 다른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국공립시설의 확장과 직장인들을 위한 직장 내 보육시설이다. 무상보육으로 진짜 도움이 필요한 직장인에게는 정작 고개 숙이고 애를 맡기게 하는 것이 현실이다.
만약 지금처럼 무상보육비 지원을 유지하려면 그에 따른 사후관리가 전제조건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를 감독해야할 공무원 수가 서울시교육청에는 유아교육을 담당하는 직원이 4명, 11개 교육지원청에는 1~2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립유치원들을 누가 지도 감독하겠는가? 지금도 회계운영과 힘들게 일하는 보육교사의 보수지급 등에서 각종 비리가 적발되고 있다.
교육이 투자라고 누군가 말했다. 그렇다면 그 투자를 통해 무엇이 변해야 할지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겉만 파격적인 무상(無償)이라면 자칫하면 무상(無狀)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일부 비양심적인 곳에 아이를 맡겨, 부실한 급식에 엉터리 교육을 만나 ‘이런 내가 운이 없었군’의 체념이 사라져야 한다. 진짜 필요한 사람에게 제대로 된 혜택이 와야 무상보육이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서울시 보육포털서비스(http://iseoul.seoul.go.kr)에 특별활동비 내역이 공개되어있으니, 꼭 확인하여 정당한 보육서비스를 받도록 하자.(현재 서울시 국공립만 공개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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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