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전히 낮은 급식 만족도, 무엇이 문제인가?
미래경영연구소
연구원 김지혜
초등학교 때 일이다. 배고픈 점심시간, 급식 판에 배식을 받고 김칫국을 먹으려고 숟가락을 들었다. 그때 국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파리를 보자 순간 황망하였다. 어쩔 줄을 몰라하는 나에게 선생님께서 ‘나도 먹었으니 괜찮다’고 파리를 건져주셨다. 그리고는 국을 먹으라고 하는데, 도저히 처량한 파리의 모습이 생각이나 국을 뜨지 못했다. 이렇게 학창시절 급식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이물질들, 그리고 주변에는 급식이 맛이 없어서 본의 아니게 단식투쟁을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서울지역 무상급식 전면실시 된지도 17개월이 지났다. 과연 우리 학생들은 요즘 급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최근 3년 동안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학교급식으로 식중독에 걸린 학생이 82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급식이 맛없다’며 밥을 먹지 않는 학생들도 있다. 이렇게 급식의 위생, 맛에 대해 아직도 우리 학생들은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 교육청이 조사한 발표에 따르면 학생들은 학교생활 중 급식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학생들의 단순한 반찬 투정일까? 실제로 요즘 학생들은 인스턴트 음식에 익숙해져있어, 부모가 생각하는 건강한 식단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고기반찬이 없어도 집에서 밥을 잘 먹는 아이가, 학교 급식은 굶고 온다는 것은 단순한 반찬투정은 아닐 것이다.
2010년 6·2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무상급식에 대한 이슈가 떠오르면서, 이것이 복지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여기서는 보편적 복지냐 선택적 복지냐에 대해서는 다루지는 않을 것이다. 서울 지역 초등학교 무상급식이 실시된 후 과연 학생들의 점심이 나아졌는지를 다룰 것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무상급식이 결과적으로 자녀의 점심의 질이 향상 되었는지를 중시할 것이다.
위탁급식 체제일 때 노로 바이러스로 인한 대규모 식중독 사태로 2010년 법을 제정하여 직영체제로 운영이 바뀌게 되었다. 당시 일부 시민단체들은 직영 급식이 사고를 없애고, 급식에 얽힌 비리도 없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탁업체가 급식을 수익사업으로만 생각하기에 책임감이 떨어져 급식의 질이 떨어졌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중고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 33%가 “직영급식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위탁이냐 직영이냐는 문제는 특별한 비교우위가 없다는 것이다. 직영이나 위탁이나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는데도 법으로 일률적으로 직영을 강요한 것이다.
실제로 직영으로 개별 학교에서 일일이 식자재를 구매하니 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고 여기에 국가 예산금 자체가 낮아지게 된 경우가 있다. 강남 압구정초의 경우, 2010년 유상급식 당시 우유 값을 제외하고도 한 끼 급식비로 총 2917원을 썼다. 그러나 2011년 무상급식이 되고서는 우유 값 포함 2580원으로 유상급식 때가 단가가 높았다. 단가는 해당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개별적으로 결정했다.
법조항 살펴보면(학교급식법시행령 제4조) 학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 또는 자문을 거쳐서 급식에 대한 운영계획 수립하게 되어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하는 것이다. 운영계획 속에 예산관리가 포함되어, 사실상 교장의 양심에 맡겨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학교마다 급식의 질이 차이가 나는 것은 학교의 지원금이 다르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교장의 재량에 따라 급식의 질이 달라지고, 직영 체제 안에서도 얼마든지 비리가 가능한 것이다. 이것을 막기 위해 학교급식위원회와 같은 기구가 있으나 이 또한 형식적인 곳이 많다. 또한 학교급식지원센터도 일부 지역에 설립되어, 방대한 학교 급식을 전문적으로 지원 할 수 있는지 미지수다.
부모 입장에서는 무상급식이 되어 당장 자기의 돈이 쓰이는 것이라 생각되지 않기에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당장 주머니에서 돈이 빠지는 것은 신경 쓰지만 세금의 낭비는 무관심한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력에 따라 학교급식비 지원액에 있어서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재정이 건전한 곳에서는 더 많은 지원비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학교급식비 지원액의 지역 간 격차 분석 논문 인용) 이러니 학교마다 급식의 질이 다르며, 학생들이 자신의 학교의 급식메뉴를 찍어 타학교와 비교하는 사진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것이다.
결국에는 직영체제로 전향하여 무상급식을 하는 것은 급식의 질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된 것이 아니다. 차라리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급식의 질을 높일 수 있다.
학교가 스스로 매번 급식 때마다 학생들의 만족도를 조사하여 새로운 메뉴개발하고, 자녀가 무엇을 먹는지 궁금한 부모에게도 알권리를 위해 급식메뉴 사진을 학교 홈페이지에 올리는 등 학부모와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는 급식이 선행조건인 것이다. 그리고 급식비 단가의 합리적 책정과 지원의 현실화, 영양사간의 활발한 정보교류를 통해, 만족도 높은 학교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내 자녀가 ‘건강하게만 자라다오!’가 소망인가? 그렇다면 당장 오늘부터 아이들이 무엇을 먹었는지부터 물어보자. 정치적으로 아이들의 급식을 보아, 보수는 무상급식 자체가 맘에 안 들어 관심을 갖지 않고, 진보는 자신들의 주장대로 시행하고 있으니 문제를 일으키지 말자는 태도를 가져서는 안 될 것이다. 이미 대학입시에서도 특례입학이니 입학사정관제도니 하면서 의도는 좋은 정책들은 만들어 놓고서도, 현실은 그렇게까지 나아지지 않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상급식도 엄청난 이슈가 되어 만든 것만큼 본래의 취지대로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만들 때의 관심처럼 관리·감독을 해야 할 것이다. 자녀를 낳기만 하고 기르지 않는 것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