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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변화와 개혁』과제1. – 유류 업계 개혁
미래경영연구소 연구원 함용식
1. 유류 시장의 독특한 특성
지난 주 박 대통령은 『주가조작 엄단』과 함께 『통신료 인하(모바일 기기)』를 발표하며 민생 안정을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여기서 후자에 언급한 『통신료 인하』는 전 국민이 사용하는 필수 재화라는 특성상, 서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아젠다 『변화와 개혁』에 매우 잘 어울린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모바일기기-통신료』와 마찬가지로,그 가격 탄력성이 지극히 낮은 특성을 지니는 재화로서, 국민경제와 서민생활에 심대한 영향을미치는 시장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유류 시장이다. 유류시장은 모바일기기-통신료 시장과 같이 소수(4개 사)의 정유사가 그 시장을 독점하고 있고, 기본적으로 석유란 이 시대 사람들에겐 식량과 같은 필수품이기 때문에 그 가격 변동과 일체의 상관이 없이 항상 같은 수요를 유지하는 매우 독특한 시장이다.
2. 불황을 모르는 정유업계
유류 시장의 이러한 독특한 특성 때문에 2003년부터 국제 원유가격이 3배 이상 오르는 기 현상 속에서도, 세계 메이저 석유회사들은 물론, 한국의 4대 정유사들 역시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였다. 일반적인 시장에서라면, 가령 짜장면 가격이 오르면 설렁탕을 먹으러가면 되기 때문에, 원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수익이 줄어드는 것이 당연하지만, 4대 정유사(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들은 원가가 3배 이상 오르는 중에 오히려 수익도 몇 배나 늘어났다. 대부분의 다른 업계가 불황에 신음하고 있을 때에도 정유사들은 승승장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연도별 한국 정유사들 실적> <단위 : 십억원>
<연도별 한국 정유사들 실적> <단위 : 십억원> 연도 | 매출액 | 영업이익 | 국제유가(달러/배럴) | 2011년 | 167,248 | 6,813 | 105.51 | 2009년 | 98,448 | 2,397 | 78.27 | 2008년 | 74,969 | 4,299 | 94.29 | 2006년 | 70,644 | 2,940 | 61.55 | 2005년 | 61,828 | 3,443 | 49.37 | 2004년 | 50,674 | 4,432 | 33.64 | 2003년 | 40,038 | 1,913 | 26.80 |
물론 국제유가 상승과 정유사들의 이익 상승률이 정비례로 일치하진 않지만, 유가가 3배 이상 오르는 동안 정유사들의 영업이익 역시 2~3배 정도 오르는 것이 대략적인 패턴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원가 100원짜리 상품을 150원에 팔아 50원의 이익을 남겨왔던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런 경우 원가가 120원으로 오르면 170원에 팔아 동일하게 50원 정도의 이익을 남기면 되거나, 혹은 매출이 줄어들 것을 염려해 똑같이 150원에 팔아 30원의 이익만 남기려는 것이 일반 시장의 작동 원리임에 반해, 유류시장의 경우엔 특이하게도 마진을 대폭 늘려 200원에 팔아 80원의 이익을 남겨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정유사들은 정부와 국민들의 별다른 저항 없이 이런 특이한 행태(원가가오를 때 오히려 폭리를 취하는 행태)를 과감하게 진행해 올 수 있었던 것일까? 첫째는 두꺼운 장막 속에 감춰진 비밀스런 원유 수입 원가에 그 이유가 있고, 둘째는 국내 석유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4대 정유사들의 독점/담합에 있다.
3. 장막 속에 감춰진 원유 수입 원가
2011년 1월, 재벌위주의 정책노선을 걸어왔던 MB정부조차 바닥을 모르고 주저앉는 경기 침체와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물가상승의 스태그플레이션을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었는지, 유사 이래 처음으로 정유사의 석유제품 원가 공개문제를 언급하기 시작했고, 동년 8월에 관련 법안을 입법하며 정유사의 제품 원가가 공개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것은 단지 정유소가 대리점이나 주유소 등에공급하는 가격 즉, 유통 단계의 마진만을 공개한 것이지, 중동이나 동남아 등지에서 수입하는 원유의 진정한 원가 그 자체를 공개한 것은 아니였다.
『원유 수입원가』 이것이 왜 중요한가? 한국시장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원유 가격이란, 우리나라 항구에원유수송선이 도착한 시점에 세관당국에 신고한 가격이기 때문이다. 실제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 등 원산지에서 어떤 가격으로 거래됐는지는 따지지않는다. 여기에 더 기가 막히는 것은 세계 현물 거래에서 불과5~6% 밖에 차지하지 않는 싱가포르 시장의 거래 가격을 국제 거래가격으로 인정해 국내 주유소 판매 가격을 정하는 기준으로 사용하고있다는 것이다.
이런 비합리적이고 비밀스런 가격 체계에는 한국 주요 정유사들이 세계 메이저 석유 회사들의 지배하에 있다는 점도 한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참고로 GS칼텍스의 경우 Chevron Holdings(미국의 복합 에너지회사)의 지분율이 40%이고, S-OIL의 경우 A.O.C.B.V(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의 지분율이 35%이다.
어쨌든 이러한 비합리/비밀주의가격 체계는, 한국과 같은 독점적 유류 시장에선,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정유 가격을 조정하여 막대한 추가이익 발생을 가능케 한다. 원가가 드러나지 않는데 어느 누가 부당 가격에 대한 증거를 제시할 수 있단 말인가?
정유사들은 이러한 가격 체계를 고수하는 것이 국회의 권고를 따른 것이라고 말하지만, 국회 산자위의 어느 의원이 권고했다는 것은 밝히지 않았다. 또한 2008년, 지식경제부의 이윤호 장관은 “정유사 원가 정보 공개를 법률로 강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하며 정유사를 두둔한 적이 있다. 이런 행태는 조승수 전 의원이 지적한 『정유업계-전력회사-관료-정치권-언론-학계』로 이어지는 에너지 자본 카르텔의 한 단면일 수 있고, 김동철 의원이 2008년 정무위원회에 보고한 『정유사-정관계 부패 커넥션』의 일부일 수 있다.
참고로 독일은 현재 5개정유사가 독일 휘발유 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고, 독일연방 카르텔청은 2011년부터 이러한 에너지 자본 카르텔을 깨기 위한 착수 작업에 들어갔다. 이에 발맞춰 독일의 경제학자이며 국회의원인 헤르만 셰어는 그의 저서 『에너지 주권』에서 에너지 전환의 10대 철칙 중하나로, 에너지 업계 내에 존재하는 카르텔을 실질적으로 해체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4. 4대 정유사들의 독점/담합
작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정유 4사(SK, GS 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가 시장점유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자 소위 『원적 관리』 원칙에 따라 주유소 확보 경쟁을 제한하기로 담합한 행위에 대해 총4,32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여기서 『원적 관리』란 주유소가 상표를 변경하려는 경우(가령 SK주유소가 SK와의 계약 기간이 끝나 GS칼텍스로 거래 정유사를 옮기려는 경우), 원 정유사(SK)의 포기 각서를 받아와야 GS칼텍스가 해당 주유소를 받아주는 관례적 행태를 말하는 것이다. 즉 정유사들이 서로의 기득권을 인정하여 경쟁사의 동의없이 타사 주유소를임의로 유치하지 않는 영업 관행으로, 마치 프로스포츠의 자유계약 선수가 구단을 이적하려 하더라도 종전구단의 동의가 없으면 이적을 제한하는 행태와 유사한 것이다.
만약 정유사들의 유류 시장에 대한 이런 형태의 장악과 영향력이 없었다면, 1만3000여 개에 달하는 주유소들은 제 각각 독립된 경제 주체로서 정유사들과 거래를 하게 되었을 것이고, 이 것은 곧 정유사들이 더 많은주유소를 유치하기 위해 납품 단가를 낮추는 노력을 할 수 밖에 없게 됨을 의미한다.
유류 업계의 기득권은 석유 수입업을 하는 소규모 판매법인이 사라진 것을 보아도 확연히 드러난다. 2000년대 초중반 까지 보였던 타이거오일, 바울주유소, 이지석유 등이 현재는 모두 문을 닫았다. 이 것 역시 거대 정유사들의 작업으로 이뤄진 것이다. 당시 정유사가 수입하는 원유와 타이거오일이 수입하는 석유 완제품에 붙는 관세는 모두 5%로 똑같았다. 그러나 정유사들은 “가공이 안된 원유에 붙는 관세와 이미 가공이 끝난 석유제품에 붙는 수입 관세가 같으면 정유사에 불리하다”며 정관계 로비에 나섰다. 결국 정부는 정유사 편을 들어 석유제품의 관세를 7%로 올렸다. 그러나 2%의 관세 차이로는 소규모 판매법인들의 수입 석유 제품을 막을 수 없었다. 정유사들은 ‘2차 작업’에 들어갔고, 이번에는 정부가 원유에 붙는 관세를 3%로 낮췄다. 관세 차이가 4%로 벌어지자 소규모 석유 수입 업자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이와 관련, 지난정부가 추진한 『알뜰주유소』 확대 정책은 굉장히 이율배반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기름값을 잡기 위해 경쟁 무풍지대에 있는 정유업계 독과점 구조를 깨겠다는 지난 정부의 기본 취지엔 동감하지만, 그 대상이 왜 정유사가 아닌 주유소인가? 지난 정부는 거대 기업인 정유사를 상대하기가 껄끄러운 나머지, 알뜰주유소라는 알량한 기획상품을 내세워 3~6%의 유통 마진을 쥐어짜서 주유소들간의 대리전을 시킨 것인가?
따라서 유류업계 개혁의 본질은 정유업 개방이 되어야 한다.
5. 정유업 개방이 문제 해결의 본질
일본은 지난 94~99년『석유산업자유화』를 취한 이후, 경쟁체제 도입으로 5년간 무려 44%의 석유값 인하 효과를 가져왔다. 이는 석유제품 수입에 종합상사 등이 새롭게 참가하고, 대기업 유통업자와 외국인 투자기업도 주유소 사업에 참가하며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였다.
한국와 일본 석유회사의 이익구조는 사업분야가 다소 차이가있어 직접 비교의 한계가 있으나, 유통 단계에서의 경쟁에 따라 일본 석유회사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은우리나라에 비해 적은 상황이다. 대략 일본 석유회사의 경우 우리나라 정유사에 비해 매출액은 4배 많은데 비해, 영업이익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이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100% 석유 수입 국가이고, 물가는 우리나라보다 대략 2배정도 높음에도 불구하고 석유제품 소비자 가격은 오히려 우리보다 낮다.
<한국-일본 석유제품 가격 비교, 2007년 기준, 단위: 원/리터>
| 한국 | 일본 | 차액 | 휘발유 | 661 | 592 | 69 | 경 유 | 634 | 605 | 29 |
이상의 자료들이 시사하는 바는 정유업 개방에 의한 경쟁체제의 회복이다. 정상적인 시장 경쟁의 판을 만들려면 삼성토탈 하나 가지고는 턱도 없다. 삼성토탈은 4대 정유사의 독과점을 막겠다는 취지로 작년 하반기부터 휘발유를 공급하기 시작한 회사인데, 4대 정유 대기업들이 판을 치는 곳에 단지 또 다른 대기업 하나를끼여준 모양새는 참으로 쓴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 진정 소수 정유사의 독과점을 막으려 했다면, 현재 공고히 고착된 정유업계의 카르텔을 깨고, 국내외 자본이 자유롭게 본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보완과 개혁에 착수해야했다.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곧 자유로운 시장 경쟁 속에 합리적 가격이 형성되는 자유시장주의를 신봉하는 보수우파는 왜 이런 정유업계의 독점과 담합엔 침묵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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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