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역 단위로 뭉치는 것이 과연 유리한가? 이런 질문은 성립되지 않는다. 뭉치는 것이 유리하면 뭉치게 되고, 불리하면 흩어지게 된다. 즉 지역단위로 뭉친다는 것은 그리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그리하는 것이다.
비근한 예로 영남인들에게 지역주의는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민주/개혁 운운하는 양반들이 '영남기득권에 이용 당하는 영남서민'들의 무식함을 조롱하곤 하는데, 무식함을 조롱받아야 할 상대는 오히려 그런 식자들이다.
영남이 정치적 패권을 유지하는 한 영남 지역주의는 그 자체로 영남 서민들에게 (다른 지역 서민들에 비교하면)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영남 내부의 문제는 따로 따지면 된다. 그래서 그들은 절대적인 박정희교 신도들인 것이고 동시에 진보정당을 지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익을 기반으로 분석하지 않으면 이런 현상이 이율배반으로 보인다.
그러면 영남은 그렇다 치고, 호남은 왜 별 이익도 없이 자기덜 끼리 뭉치겠나? 어짜피 각개격파로 깨지느니 당해도 뭉쳐서 당하는 것이 나은 것이다. 이것은 외부환경에 대한 합리적인 적응이라고 봐야 한다. 즉 영남 뿐 아니라 호남도 개인주의보다는 집단주의가 유리한 동네다.
어느 지역이든 집단주의를 해체하고 개인주의를 발전시키려면 개인주의가 발전할 만한 물적토대를 조성해 주면 된다. 그런 선행과정 없이 개인주의를 요구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다.
80년 5월의 광주시민들이 개인적으로 각성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광주시민으로서의 연대에는 일단 성공했던 것 같다. 물론 구조적 모순에 대한 깊은 성찰이 결여된 연대는 준비가 부족할 수 밖에 없고 외부의 무력개입에 쉽게 와해될 수 밖에 없다.
광주항쟁 당시 광주시민들의 최대착각은 미국이 자기덜 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역설적으로 보면 광주항쟁의 교훈은 미국의 본질을 까발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구조적으로 미국의 통제에서 탈피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에서 진정한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광주항쟁의 실패가 역설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그래서 반미-반제국주의가 광주 이후 학생운동의 화두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광주항쟁이 87년 6월 항쟁의 원천이 되었고, 형식적 민주화의 완성에 이바지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 정치적 연대는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바로 87년 양김분열이다. 사실 이 부분은 개인이든 정치세력이든 국가간 연대든 다 똑같이 적용된다.
광주의 의의는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시민들 간의 성공적인 공동체 형성이었고, 광주의 한계는 비전의 결여와 준비 부족으로 그 공동체가 무력진압된 것이다. 그 당시 시민지도자들이 미래를 내다볼 수 있었다면 도청사수보다는 시민들을 해산시키는데 주력했을 것이다. 광주항쟁 이후 전두환 시절 호남인들이 당한 사회적 왕따와 멸시는 오히려 박통시절 보다 더 가혹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민주주의의 주춧돌은 되지 않았느냐....? 맞다. 그런데...그것으로 광주항쟁을 민주항쟁을 박제화하고 그 앞에서 향을 피우는 것으로 만족하는 지금의 현실 때문에 더더욱 시민들의 봉기를 말렸을 것이다. 향 피우는 자들은 다름아닌 지금의 민주당인데... 그런 민주당을 비판하는 쪽 마져도 단지 '그 향은 내가 피우겠다'는 식이니 더 한심한 거다.
라임/
충청도는 경부축에 포함되서 재미 좀 본 동네임돠.
물론 강원도 쪽에 붙은 충북은 애기가 좀 다르고.
강원도는 일단 한국전쟁 시 수복지역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영남의 반공논리에 무조건 따라갈 수 밖에 없음.
그리고 인구가 작아서 영남이 밥숫가락 몇개 던져 주는데 별 부담도 없음.
호남은 영남이 챙겨줄래야 챙겨줄 수가 없는 동네임돠.
호남은 인구가 어느 정도 될 뿐더러 거기까정 챙겨주면 영남의 패권적 이익추구가 무의미해 짐.
그래서 이 문제는 영남기득권과 인민들이 저절로 환골탈태하는 것은 기대난망이고, 그들의 이익기반이 되는 물적토대에 먼저 변화가 생겨야 함.
여기 내가 글만 올리면 튀어 나와서 '정신병' 운운하면서 쌍욕이나 해대는 얘가 하나 있음.
욕만 하면 쪽팔리니까 중간 중간에 베버가 어쩌고 맑스가 어쩌고 늘어 놓는데, 목적이 유식해 보이려는 건지 무식해 보이려는 건지 당췌 알 수가 없다.
욕설이나 인신공격으로 승부하려면 아예 그쪽으로 전문성을 더 키우고,
과거 학자들의 권위를 동원해서 상대를 까려면 먼저 본인 스스로 그 학자들의 논리를 철저하게 앂어서 자기 것으로 소화시켜야 한다.
들이대는 내용들을 보면 한마디로 자기 생각이 없다.
머리 좀 쥐어 짜내고 한다는 얘기가 '한국 아저씨 아줌마들은 개인주의, 지방자치 역사를 겪지 않았기 때문에 자아가 부족하다'는 식인데... 자아찾기 놀이는 인도가 본좌급이라서 그 쪽에 알아보는 것이 더 빠를 듯 싶다.
지방자치 잘된 유럽애덜이 자아찾기 놀이를 할 때는 인도여행을 떠나는 것이 정석코스다.
이 봉닷컴이 처음 생겼을 때 내가 여기 처음 올린 글들은 정치글이 아니고 그리이스나 인도의 자아찾기 놀이를 힌두라는 개념으로 묶어서 비판한 글들이다.
왜 그런 글들을 먼저 올렸느냐면 원숭이들이 부처님 손바닥에서 어떻게 노는지 그 그림이 빤하기 때문.
통깨/
공수부대의 과잉진압 자체는 의도적이든 우발적이든 팩트는 맞을깁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 일반적으로 거론되는 518의 원인입니다.
그런데 과잉진압을 광주항쟁의 원인으로 규정해 버리면 항쟁의 자발성은 사라지고 오히려 남는 것이 없어요.
그리고 공수부대가 왜 하필 전라도 광주만 콕 짚어 조졌느냐에 대한 적절한 설명도 안됩니다.
그래서 신군부 이전에 박정희 시절부터의 경제/사회적 차별과, 박정희 입장에서는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 물적토대의 문제까지 한꺼번에 살펴본 다음에 항쟁의 성격을 규정할 수 밖에 없슴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