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경제는 수출을 하던 내수를 하던 일단 '모조리 팔아야' 한다. 봉건 영주는 소작료 명목으로 농민들이 생산한 생산물의 일부를 취하면 된다. 봉건 영주들에게 다른 재화가 필요하면 농민들에게 취했던 그 일부 생산물의 일부와 자기가 원하는 재화를 교환하면 된다. 이런 방식만 잘 굴러갈 수 있으면 봉건영주에게 '경제적'인 애로사항은 없다.
반면 자본가들은 근로자들이 생산한 생산물 전부를 취해야 하고, 그 전부를 다시 시장에 팔아야 한다. (그러면 기업의 재고는 뭐냐고 따지는 멍청한 질문은 사절.)
만일 인민이 필요한 재화를 국가가 공급한다고 가정하자. 전제군주가 다스리는 국가라면 전매를 통해서 폭리를 취할 것이고, 사회주의 국가라면 이론 상으로 이윤없는 배분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인민에게 필요한 재화가 자유시장에서 공급된다면 공급자들은 당연히 이윤추구를 하게 된다. (이윤추구 그 자체가 소비부족을 일으키지만 그 얘기는 일단 제껴 놓고,) 공급자들도 서로 치열한 경쟁이다 보니, 가능하면 인건비를 줄이려고 한다.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품질의 수준을 높이던가 아님 비용을 줄이면 되는데, 세계시장에서 기술수준이 일천하거나 자본주의 생산단계에 막 진입하는 국가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저임금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박정희 정권이 공업화를 추진하기로 결정을 내렸으면, 저곡가 정책을 병행해서 의도적으로 농촌의 대량실업을 유발시키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다. 그렇게 해야 저임금 도시 노동자들의 공급이 원할해 진다.
영국의 경우는 지주들 스스로가 곡물재배보다 고마진 비지니스인 목축업으로 전환하기 농민들을 적극적으로 도시로 내몰았기 때문에 공업화의 전재조건으로서 저곡가 정책이 애초에 불필요했다.
저곡가 정책으로 호남이 피해를 입었으면 호남은 어짜피 반 박정희로 기울 수 밖에 없다. 이것은 김대중이라는 정치인의 존재여부와 무관한 문제다.
경제적, 사회적 차별이 누적되어서 광주시민들이 봉기한 것이고, 그런 차별이 만약 존재하지 않았다면 김대중이라는 정치인은 애초에 뜨지도 않았을 것이다. 김영삼은 '박정희가 자기를 탄압해서 부산/마산 시민들이 들고 일어났다'고 한 적이 있는데, 한마디로 그 다운, 아주 수준 낮은 발상이다.
아무튼.... 저곡가 정책을 비판하다 보면 논리적으로 박정희의 공업화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되고 더 나아가면 자본주의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된다. 결론은 전라도는 빨갱이가 되고, 박정희 비판도 빨갱이가 된다.
그런데 사실은 518 당시 광주시민들은 가장 큰 착각은 자본주의 진영의 형님국가이자 민주주의 선진국이라던 미국이 신군부가 아닌 자기덜 편일 것이라 오해한 것이다. 물론 빨갱이들은 그런 착각을 할 수가 없다.
결국 호남인들의 반박정희 정서는 김대중 탄압 때문도 아니요, 박정희의 공업화 추진 그 자체 때문도 아니다. 산업 인프라를 영남에 몰아준 것이 문제다.
그러다보니 호남인들이 일자리를 찾아 부산 등으로 이주/정착하는데, 지역색 때문에 자기 고향이 호남임을 숨기는 웃지못할 일들이 벌어진다. 그런 웃지 못할 현실에 지역색을 없애자는 식의 주장은 단순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