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정당이라는 민주당이 망하지 않는 이유는 당연히 지지세력이 굳건하기 때문이다. 돌려 말할 필요도 없이 호남 유권자들이다. 그러니 민주당은 속칭 궁물, 난닝구 정당이면서 동시에 호남은 민주화 성지라는 건 인지부조화일 뿐이다.
어떤 대상을 판단함에 있어 민주,진보,개혁, 등등(또는 정반대 개념으로 보수), 정치적 수사를 제거하고 보았을 떼 그 본질에 좀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데 그건 호남인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서울 토박이인 필자가 호남출신 사람들을 처음 접한 것은 대학에 입학 후 자연스레 호남출신 친구들을 접하고 부터인데, 호남인들의 특징, 이럴테면 그들의 집단주의를 실제로 인상깊게 겪어 본 것은 군대생활 시절이었다. 한마디로 장교도 아니고 사병들이 부대 내에 호남향우회를 만들 정도면 말 다한 것이고, 어떤 호남출신 선임병은 중대 후임병들이 마련한 자기 전역 축하 회식을 제끼고, 같은 날 옆 중대의 호남출신 모임에 참석하더라는....
당시(지금은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으니...) 그들의 이런 집단의식은 타지역 사람들이 보기에는 황당할 지경이지만, 호남인들에게는 어떤 필연성과 경험칙의 반영일 수 밖에 없다.
혹자들은 삼국시대 백제,신라까지 들먹이는데, 이건 얘깃거리도 못된다. 역사적으로 백제라면 전라도보다는 차라리 충청도 쪽이 더 연고가 강하다. 조선후기에는 경기/충청지역의 서인들에 의해 경상도 기반의 남인세력이 찬밥대접을 받았으나, 전라도는 별 존재감 조차 없었다. 그래서 호남인들의 집단의식 형성의 근원은 먼 역사에서 찾을 필요가 없이 현대사만 간단히 살펴보면 된다.
결국은 답은 박정희 시절의 정치/경제전략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정치적으로는 김대중을 견제하기 위한 지역감정 조장, 경제적으로는 산업화의 추진이다.
박정희에 의한 지역감정 조장은 충분히 거론되어서 그닥 새로울 것도 없지만, 보다 근본적인 요인은 오히려 경제정책, 산업화 추진과 저곡가 정책에 있다.
잘 알려진 대로 63년 대선에서 박정희가 윤보선에게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영남 뿐 아니라) 호남의 지지 덕이었다. 이것이 김대중이 등장하고 부터 얘기가 달라졌다는 얘기다. 그런데 사실 호남인들 입장에서는, 아니 다른 지역도 다 마찬가지인데, 박정희가 집권하든 김대중이 집권하든 간에 먹고사는데 별 지장만 없다면야 지역주의적 투표를 할 이유는 없다. (물론 박정희 덕에 더 잘먹고 잘 살수 있는 동네라면 당연히 박정희를 위한 지역주의적 투표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영남/수도권 중심 산업화 정책과 저곡가 정책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지역은 당연히 농업비중이 높았던 호남이었다. 사실 농업이 안 풀리면 공부 열심히 해서 서울에서 출세하면 되는데... 호남인들에게는 이것마져도 잘 안풀린다.
그 때나 지금이나 일자리 창출은 기업들의 몫인데, 정치/경제권력이 영남출신들에게 집중되니 좋은 일자리는 주로 영남출신들에게, 열악한 일자리는 주로 호남 출신들에게 돌아간다. (물론 이런 경향성은 518 이후 더욱 심화되고, 호남에서 공부 좀 하는 인재들은 대기업보다는 공무원 시험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
이런 식으로 차별받는다는 의식이 호남인들 내면에 지속적으로 누적된 것이 1980년 광주항쟁의 또 다른 배경이기도 하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