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도발을 바라보는 냉정한 시각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황 장 수
1. 오늘 북한이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출근을 중단시키며 전원 철수조치를 내렸다.
지난 3일 북측은 이미 우리 측의 입경을 차단하며 원자재, 식자재, 연료 등 공급을 중단시켰다.
어제 북한 노동당 대남 담당비서 김양건의 개성공단을 방문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남북 화해 분위기가 예측되었지만 결국 북한 근로자 철수 단계까지 가며 2004년 개장 후 처음으로 우리 측 근로자 475명만 남고 멈춰버린 것이다.
2. 북측의 연이어지는 이런 강경한 행위에 대해 향후 전개 상황을 예측하는 것은 대단히 힘들지만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다.
작년 12월 대선 직전 장거리 미사일 발사 성공, 2월 설 연휴 마지막 날 3차 핵실험, 4월 2일 동해안 미사일 이동, 4월 3일 입경 및 물자반입제한 그리고 오늘 4월 9일 북측 근로자 철수 등 지속적인 긴장 조성을 해오고 있다.
한국과 서방세계에서 보기에는 북측은 도무지 예측 불허한 행동을 일삼는 것으로 보일지 몰라도 선군정치 구도에 김정은이 얹혀있는 북측의 입장에서는 나름 매우 일관적이고 순차적인 대응을 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정권사회에 대해서 『내재적 접근』을 하자는 한국의 좌파진영이 왜 북한 군부 정권의 행태 예측에 대해서는 『내재적 예측』을 하지 않는지 의문이다.
3. 북은 겨우 조금 남아 있는 수천억 원에 해당하는 자원을 총 집결시켜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만들었다.
그들은 김정은 체제와 군부 과두체제가 안정유지 되기 위해서는 어차피 미국, 한국, 일본, 중국 등과 『큰 한판 게임』을 벌이지 않고 불가능 하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아끼고 아끼던 마지막 자원을 집중시켜 세계를 상대로 협박할 강력한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 시연한 것이다.
즉 주머니 탈탈 털어 『약탈경제로의 집중』을 선택한 것이고 이쪽으로 방향을 turn 한 이상 쉽사리 다시 제자리로 u-turn 하기는 불가능 하다.
동네 조폭 보스도 앉아 죽으나 싸우다 죽으나 똑같다며 이웃 조직에 일전불사를 선언해 놓고 슬그머니 없었던 일로 하자고 꽁무니를 빼면 쫓겨나거나 칼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하물며 1930년대 만주군벌과 비슷한 과두적 군부체제에 얹혀있는 어린 김정은이 소득이나 성과 없이 턴하게 된다면 그의 지도력은 땅바닥에 추락하게 되고 향후 그의 입지는 바람 앞의 등불이 될 것이다.
4.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북은 미국과 한국이 자신들의 위협에 굴복해 협상장에 나오고 나아가 상당한 공물을 가져오는 상황이 되지 않고는 현재의 긴장을 다운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금 북한의 식량, 연료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작년 식량 수확량은 15% 정도 감소했고 중국으로부터 식품수입과 비료수입도 감소했다. 현재 북한의 기초곡물재고량은 1년치의 10% 안팎인 40일치 정도도 못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이미 일부 지방에서 한계적 상황이라 현 배급제도 조차 중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극심한 보릿고개 춘궁기를 겪고 있으며 이 기간이 좀 더 지속될 경우 폭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계속되는 전시의 긴장은 식량 배급중단에 대한 구실을 제공해 주며 분노를 밖으로 돌릴 수 있게 만든다.
이런 상황은 한마디로 카지노에서 다 털린 도박사가 마지막 가진 모든 걸 털어 한방을 노리며 『올인』하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
이런 자에게 『돌아갈 차비나 간식비』 줄 테니 그냥 가라고 하면 응하겠는가?
5. 미국과 중국의 딜레마는 단기적으로 협상에 끌어내는 것 외에는 해결책이 없다는데 있다.
한국 또한 야권에서 북측에 특사를 보내라고 성화이나 빈손과 맨입으로 간 특사가 무슨 대답을 얻어올 것인지 의문이며 함흥차사 꼴이 날 것이다.
이 경우 결국 달래기 위해 뭘 좀 줄 테니 더 이상 우리를 협박하지 말라고 과거 중국 송나라에서 몽고족이나 위구르 족에게 뇌물을 주듯 공물을 주는 방법 밖에 없는데, 이것은 도발하고 협박하는 자에 굴복한 선례를 띠게 되며 국제 공조에도 문제가 된다.
과거 북측에 햇볕정책이라며 돈과 식량 등을 줄 때는 핵이나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지 않았을 때이니 가능했다.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전과 그 후는 엄연히 완전히 다른 상황이 된 것이다.
물론 북은 현재와 같은 핵, 장거리 미사일 실험, 개성공단 폐쇄와 같은 협박이 먹혀 들지 않으면 무력충돌을 시도하는 단계에 나갈 수 밖에 없다.
6. 지금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과 중국의 주요 고민도 이 문제에 있다.
북한은 없는 집 내부단속을 긴장 조성으로 하고 있고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담력을 테스트하고 있다.
과거 김정은의 부친, 조부와는 달리 권력기반이 취약하고 미숙하고 과시적인 김정은은 이대로 원점회귀가 불가능하다는데 딜레마가 있다.
따라서 지금 북한은 5월2일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하기 이전에 『북 이슈』가 한미중간에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길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은 서로 북측이 어디까지 가나 두고 보자는 입장이다. 이 두 나라는 당할 수 있는 당사자인 한국과 입장은 다르다. 이 두 나라가 북측에 먼저 접근해 대화를 시도하려면 당연히 북측에 줄 선물이 있어야 한다. 국민여론과 의회를 당장 의식해야 하는 미국 정부와 새 정부의 권위를 세우려는 중국이 이러한 선택을 하기도 쉽지 않다. 중국은 최근 시진핑 정권이 들어서면서 북의 자극에 역정을 자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 수단이 없는 미-중은 서로 북한을 먼저 좀 달래보라고 지켜보는 양상이다.
7. 지금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군사적 대비는 해야 하지만 쓸데없이 현 상황을 악화 자극시키는 것도 자제해야 하며, 그렇다고 특사가 가서 북측에 선물을 주는 것도 약속해서는 안 된다는 제약 조건하에서 현명한 길을 찾는 것이다.
좌파적 비굴주의와 우파적 실험주의에서 벗어나 현명한 줄타기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현실이다.
이 일은 공연히 말이 앞서서도 안되고 정치적 욕심이 앞서서도 안 된다. 북이 향후 가는 길을 냉정히 예측하면서 그때 그때 국민적 명분이 허용하는 조건 하에서 선택지를 고르면 된다.
정확한 판단능력과 Risk management 기술이 현 정권이 당면한 가장 우선적인 과제가 되어가고 있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