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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의 진행파 원자로, 과연 꿈의 기술인가?
미래경영연구소
2013년 4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산업통상자원부 초청으로 방한하여 21일은 서울대 강연을, 22일은 박근혜 대통령 예방과 함께 19대 국회를 방문하고 아부다비로 떠났다. 빌 게이츠 한국 방문은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방문 후 5년 만의 빅 이벤트였다.
이번 방문의 핫 이슈도 2008년의 데자뷰처럼 악수할 때 빌 게이츠 습관이었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예방하는 상황에 감히 그래서 안 된다는 의전 상 관점을 쏟아낸 언론들의 설레발 포화 속에 빌 게이츠의 방한 이유에는 큰 관심이 집중되지도 않았고 딱히 보도된 바도 없었다. 빌 게이츠의 이번 방한은 빌 앤 멀린다 재단 이사장과 테라파워 회장으로서의 직함을 걸고 온 방문이었다.
이 글에서 이야기 해보고자 하는 주제는 테라파워와 그 회사의 핵심 사업인 진행파 원자로(Travelling Wave Reactor)에 관한 것이다.
테라파워의 성격을 요약해보면 1996년 나온 진행파 원자로 원천 특허 포트폴리오로 기술료 수익을 얻고자 하는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 할 수 있다. 견고한 회사 위상을 위하여 미국 내 내셔널 랩을 위시하여 세계 각지의 쟁쟁한 원자력 분야 산학연 단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한국 측 파트너는 원자력연구원이며 ‘연료 및 재료 연구’ 부문에 있어 도움을 주고 있다고 홈페이지에 밝히고 있다. 테라파워는 제품을 생산하여 매출을 올리는 제조업체는 아니다. 지적재산권인 특허의 권리를 행사하여 수익을 올리는 사업모델로 익히 알려진 '인텔렉츄얼 벤쳐스'에서 분리되어 나온 회사이다.
이들 사업모델은 업계 일각에서는 ‘특허괴물’이란 표현으로 각하시켜 표현하기도 하나, 이들이 하는 일을 본다면 그렇게 과한 표현도 아닌 듯싶다. 꼭 인텔렉츄얼 벤쳐스가 그런다는 것은 아님을 전제하고 이야기한다면, ‘특허괴물’이란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가진 업체들은 다양한 분야의 원천성이 있는 특허를 값싸게 매입하여, 그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조사된 전 세계 각지의 기업들에게 특허 소송을 걸어 수익을 올린다. 특허괴물들은 사업 초창기엔 매입 특허로만 특허 포트폴리오를 짜다가, 요즘은 한층 업그레이드되어 부설 연구소나 자회사를 설립하여, 더욱 견고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빈틈없이 짠 후 특허 소송에 임한다. 이런 특허 괴물에게 걸리면 취약한 업체들은 사업을 접어야 할 정도의 후폭풍에 시달리게 된다. ‘난 원자로가 뭔지 잘 몰라’ 하는 독자 제위들도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삼성-애플의 특허 소송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안드로이드 진영과 윈도폰 라이센스료가 천문학적 수치임을 떠올린다면 특허괴물 실체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여하 간에 테라파워는 인텔렉츄얼 벤쳐스 보유 특허 중 진행파 원자로 부문을 떼어 내 만든 사업체라는 것이 요지이다.
진행파 원자로를 긍정적으로 보는 측은 당장이라도 시험 원자로만 가동시킬 수 있으면 농축화나 폐연료 재처리 기술도 바이패스할 수 있는 꿈의 기술로 포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측 이야기를 들어 보면 진행파 원자로는 기술적 가능성도 희박하고 문제도 많으며 그들이 보여주는 장밋빛 미래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비즈니스 언어’에 기반을 두었을 뿐이라 한다. 상용화까지 수많은 난관이 남아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을 빌 게이츠 회장이 TED에 소개하며 촉발시켰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지세력의 주장을 믿고 가기엔 불확실성이 상당한 기술임을 뜻한다. 여기에 더하여 설령 수십 년 후에 상용화되더라도 진행파 원자로 기술에 대한 기술료 문제가 새롭게 대두된다. 국제 언론에 보도된 바에 근거하여 테라파워의 현황을 살펴보면,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Fund Raising이 시급한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테라파워는 500 MWe 급 진행파 원자로 디자인 기술을 갖고 있고 4세대 원자로를 연구하는 세계적인 산학연과 파트너십을 맺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음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암초에 부딪혀 있다. 인텔렉츄얼 벤쳐스에 유래한 회사답게 지적재산권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에 집중된 반면, 시험 원자로 건설과 운전은 극히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세계 어느 국가도 테라파워의 시험 원자로를 자국 내 영토에서 가동시킬 생각도, 라이센스를 부여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도되어 있다. 비근한 예로 월스트릿 저널 2011년 2월 27일 자 보도 'A Window Into the Nuclear Future'에 따르면, 프랑스, 일본, 미국, 인도, 중국 중 어느 국가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인도는 Reliance 그룹이 에너지 자회사를 통해 '소정의 지분'을 테라파워에 투자하고 있고 (2011년 12월 보도) 중국은 테라파워와 함께 시험용 원자로를 건설한다는 보도가 2011년 12월경에 국제 언론에 보도된 바 있으나, 바로 오보로 확인된 바가 있다. 다시 말해, 진행파 원자로 사업화를 목표로 함에도 불구하고 시험 원자로 사업 파트너가 없다는 것이다.
이제 시험 원자로 건설 능력이 있는 국가 중 유일하게 남은 곳은 대한민국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테라파워의 가능성을 각하하는 측에서는 시험용 원자로를 건설해 줄 '마루타 지역'을 찾고 있다고 폄훼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보지 않는다 하더라도 저준위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조차 건설할 여유가 없었던 대한민국에 당장 발전에 투입할 수 있는 상용 원자로가 아닌, 미검증 시험 원자로 건설을 정부 차원에서 개입할 때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시험 원자로는 CDMA 통신 테스트베드와 같은 것이 절대 아니다.
소수의 원자력 전문가들은 진행파 원자로가 한미 원자력 협정을 우회할 수 있는 카드로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없는 기술이란 일부 평가는 과장된 것이다. 진행파 원자로는 연구 단계의 파이로 프로세싱보다도 상용화 가능성이 희박한 기술로 평가되기 때문에 현재의 카드로 고려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민간차원의 진행파 원자로 공동 연구는 장려할 만하지만, 정부 차원에서의 접근은 극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저준위 방사능폐기물 처리장 건설보다 국민적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큰 게 이런 시험 원자로 건설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인도 Reliance 그룹이 테라파워에 대해 취한 스탠스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진정 가치 있는 기술이 될 법 하다면, 여력 있는 민간 그룹이 테라파워에 지분 참여하여 같이 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다. 아직, 정부차원에서 접근하기엔 무리한 기술이 아닌가 싶다. 진행파 원자로 기술에 관심이 많은 민간 기업에게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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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