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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장애인 단체들도 투명해져야 한다.
미래경영연구소
연구원 김지혜
50명 남짓 되는 직원들로 이루어진 공공기관이 있다. 상대적으로 소외받기 쉬운 장애인들의 체육활동을 도와주고, 장애인들의 복지를 증대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그런데 10년도 안된 기관에서 여러 가지 비리가 터져 나왔다. 그 기관은 바로 모 장애인체육회이다. 적지 않은 돈인 예산 500억원을 사용하는 공공기관에서 직급 상하를 막론하고 비리가 나왔으니, 이정도면 비리의 복마전이라고 말해도 무색하지 않다.
일단 수장인 장애인체육회 회장 Y씨부터 후원물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돼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Y는 관리 감독기관인 문체부로부터 직원 폭행 등의 혐의로 직무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Y는 이에 반발하여 법원의 가처분신청을 하여 회장직에 복귀한 뒤, 자신이 없는 동안 회장직을 대리 수행을 했던 인사들을 물갈이했다. 대립각을 세우던 사무총장을 직위해제하는가 하면, 일부 간부급 직원을 사실상 해고하는 등 복수(?)의 칼날을 휘둘렀다. Y와 행정 전반을 두고 갈등을 빚던 사무총장을 뚜렷한 사유나 제재 근거가 없이 직위해제해 실무행정에 큰 공백을 만들었던 것이다. 또한 성추행 혐의가 있는 감독을 슬그머니 국가대표 감독으로 복직시키려다 반발이 거세지자 인사를 철회하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장애인체육회는 Y회장 취임이후 직원폭행, 횡령, 인사전횡 등 갖가지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다. 산하 단체인 대한장애인사격연맹 회장을 인준할 때도 문제가 발생했다. 산하단체 회장을 인준할 때 있는 절차를 무시하고 장애인체육회 간부 A씨에 의해 독단적으로 이뤄진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원래는 산하 경기단체 회장의 인준 시에는 장애인체육회 사무총장을 거쳐 회장이 결재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인준했다가 뒤늦게 정부의 시정지도를 받은 것이다. 사실상 30년 동안 장애인 체육 행정을 해온 간부 A씨가 결재 절차를 몰랐을리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간부 A씨는 견책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이는 파면, 해임, 정직, 감봉에 이어 가장 가벼운 제재다. 견책은 승진 임용이 반년 정도 지체될 뿐 다른 불이익이 없어 사실상 주의환기성 징계라고 한다. 장애인체육회가 A씨의 행정날치기를 가볍게 보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한 가지 사실을 더 추가하자면 당시 인준된 인사가 Y회장의 우호세력으로 분류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장애인체육회 안팎에서는 Y의 측근을 무리하게 지지하다가 일어난 사태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사태로 인해 대한장애인사격연맹은 집행부의 공백이 빚어져 올해 사업이 사실상 마비되었다는 전망이다. 여기에 국가대표 훈련원장(선수촌장)의 공백 사태까지 불거졌다. 훈련원장은 고용노동부 산하의 공공기관 수장으로 선출돼 사직서를 내고 이달 말에 떠나기로 했다. 이렇게 또 중요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장애인체육회는 올해 7월 불가리아에서 열리는 농아인올림픽에 참가계획 조차 불투명한 상태이다.
지도부가 이러하니 밑의 직원들의 비리 또한 만만치 않다. 회계담당 직원이 후원물품을 빼돌리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외부기업에서 개당 수십만 원 상당하는 의료기기를 후원받았는데, 이를 6차례에 거쳐 무단 반출한 것이다. 후원 물품의 수량이 맞지 않아 CCTV를 확인하던 중 내부직원의 소행으로 들어난 것이다. 여기에 Y가 개입되었는지도 수사될 예정이라고 하니, 만약 Y가 관련되어있다면 도둑질의 달인이 탄생하는 것이다. 부하 직원 또한 회계담당이라고 하니 그동안 다른 비리를 저질렀을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 마지막을 장식할 금품갈취 사건이 있다. 장애인체육회 훈련원(선수촌)에 소속된 버스 운전사들이 산하 경기단체에서 금품을 뜯어낸 것이다. 운전사들은 장애인체육회 직원으로서 월급, 출장수당, 고속도로 통행비 등을 지급받음에도 각종 대회에서 버스를 운행하면서 비용을 경기단체에 전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를 본 경기단체들은 운전사들이 고의로 선수들의 이동을 불편하게 하는 방식으로 금품을 건넬 수밖에 없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장애인 인권을 위해, 복지를 위해 일하는 공공기관이 도리어 장애인들의 인권을 묵살시키는 일련의 사태들이 발생한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장애인체육회 산하 31개 경기단체의 협의체인 중앙경기단체사무국연맹은 최근 성명을 통해 이사회의 퇴진을 촉구했다. 장애인체육회의 지도부를 이제는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대부분 잘 알지 못하는 공공기관은 수도 없이 많다. 장애인체육회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직원 50명 남짓되는 공공기관에서도 나올 수 있는 비리와 부패의 모든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들을 더욱 씁쓸하게 만드는 상황은 다른 공공기관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중에는 ‘신이 숨겨놓은 직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초호화 연봉을 받으면서, 제대로 일하지 않는 공공기관도 있다. 축구협회의 경우 신입사원 연봉은 4200만 원 수준이었다. 이는 스포츠계에선 최고 수준이며 대기업인 삼성전자의 신입사원 평균 연봉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삼성전자 신입사원 연봉이 평균 4100만 원 수준이다. 그런데도 축구협회는 최근 비리직원에게 위로금을 주기도 하고, 직원이 안마시술소 출입 및 전자오락기기 구입비용을 식비 및 세탁비로 허위 작성한 사례가 감사원 조사에서 밝혀졌다. 서울산업통상진흥원이라는 곳은 직제에도 없는 직위를 만들어 특정인사를 채용하고, 법인카드의 부적절하게 집행, 성희롱 사례가 적발됐고, 서울시체육회의 경우 선수에게 지급되는 대회입상 보상금의 일부를 회수해 코치 수고비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 밖에 사례를 열거하면 지면이 모자를 정도로 공공기관의 부실한 행정, 도덕이 붕괴된 각종 범죄행위들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눈 뜨고 코 베어가는 상황으로 국민들의 혈세가 비리 범죄자들의 전리품이 되고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확신하게 된 점은 정체된 조직, 관리·통제가 덜 한 곳에서는 이런 비리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제대로 된 감사가 필요한 것이다. 이름도 듣지 못한 수많은 공공기관의 투명성을 제대로 확보해야, 그 기관을 설립한 목적에 가까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금번 장애인체육회의 파행을 보면서, 장애인 마라톤 대회에서 만났던 선수들이 기억났다. 결승선에서 마라톤 선수들에게 해당하는 순위의 목걸이를 목에 걸어주었는데, 그들의 모습은 마치 개선장군 같았다. 그동안 장애인들이 보호만 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장애인 선수가 멋졌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런 선수들에게 제대로 된 행정지원을 위해 대한장애인체육회의 비리인사들은 모조리 배제하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위에 있는 사람이고 아래 있는 사람이고 상관없이 인적쇄신이 필요한 곳에는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주인인 장애인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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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