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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390억을 먹어버린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
미래경영연구소
연구원 김지혜
2008년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이 새로 만들어진다고 할 때 학부모들과 학생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었다. 새로운 시험이 어떻게 출제될지 그리고 그에 대한 대비 방법 등 여러 사항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영어능력 검증시험의 국산화가 가능한지, 과연 NEAT를 통해 기존의 수능세대보다 영어인재 양성이 가능한지도 의문이었다. NEAT의 목적은 사교육 없이 시험에 대비하여 1급은 일반인 대상, 2‧3급의 경우 지금의 수능 외국어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 4가지의 영역을 테스트함으로써 실질적인 영어능력을 평가하겠다고 야심차게 시작한 정책이었다. 그런데 2008년부터 시작한 이 정책이 세금 390억만 쓰고 소득 없이 끝나게 생겼다. 교육부 관계자가 NEAT의 수능 대체 계획이 사실상 백지화된 상태라고 밝힌 것이다.
2010년에 NEAT가 2016년부터 수능 외국어 영역을 대체한다는 기사가 뜬 직후 교육부에서는 수능대체 여부는 2012년 하반기에 결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NEAT가 2013년 대입 수시에 참고자료로 사용됨으로써, NEAT의 수능대체화가 곧 이루어질 것 같았다. 이에 맞추어 기존의 영어교과서들도 NEAT에 맞게끔 듣기‧읽기 위주의 교육에서 새롭게 바뀌어야 했다. 또한 입시자료로 쓰임에 따라 기존의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A~D 등급)방식이 개인에게 유불리한지 분석이 뒤따랐다. 하지만 NEAT 2‧3급의 대입수시에 쓰이는 대학이 예상외로 적고, 1급의 경우 기업체에서 채용시험에 활용하는 곳이 없었다. 점수변환표도 없는데다가 공신력을 인정하기 어렵기에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에는 공신력을 인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상황도 한 몫 했다. 이번 달 초 인터넷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NEAT가 오류를 일으켜 225명의 학생들이 제대로된 시험을 치루지 못하게 되었다. 시험 도중 이전 화면의 문제로 돌아가니, 응시자가 작성한 답안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고사장에선 응시생들이 시스템 오류에 항의도 했으나, 문제는 이 사실이 열흘동안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뒤늦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시스템 오류를 인정했지만 이마저도 58명이라며 사고를 축소했다. 이런 사고로 인해 시험의 공정성, 신뢰도에 금이 간 것이다. 매년 60만 고3 수험생이 치룰 예정인 NEAT가 이렇게 관리가 엉망이라는 사실에 허탈해진 것이다. 첫 번째 정식 시험이라 오류가 생긴 것이라고 하기에는 1백번 가까이 모의테스트를 실시했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5월에 있었던 1급 NEAT에서는 신청자 수가 예상보다 적자 일선 교사들을 동원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는 NEAT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응시자 부풀리기로 해석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의 한 고교의 영어교사는 “우리 학교는 ‘영어교육모델 창의경영학교’이니 시험에 응시해야 한다”는 학교 측 지시를 받고 시험에 응시했다고 한다. 시험 도중 교원 연수 중 만났던 교사들도 상당수 있었다고 한다. 교육부의 니트 담당 부서인 영어교육팀은 전국 128개 영어교육모델 창의경영학교에 “첫 니트 1급 시험에 많은 참여를 부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영어교육팀 관계자는 ‘첫 시험이라 홍보 차 참여를 안내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일선 교사들은 ‘교육부의 권유는 지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 일반인과 수준이 다른 영어교사들이 대거 참여함으로서 NEAT의 평균 점수를 믿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운영되다보니 NEAT는 세금만 390억 쓰고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이라는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애당초 NEAT를 만들어질 때 시험의 성격조차 분명하지 않고, 이 또한 사교육만 조장할 것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특히 NEAT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교육을 통해서도 시험을 보는 것이 가능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인프라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행해져 졸속행정이라는 비판은 면치 못하게 되었다. 올 초 교육과학기술부의 '초ㆍ중등 영어교육 현황 분석 연구'에 따르면, 초중고 영어교사 1,000명 중 206명(20.6%)이 "현재 본인의 역량으로 말하기ㆍ쓰기 영역을 포함한 NEAT 대비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영어사교육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지만, 정작 영어교사 5명 중 1명은 가르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수능 대체에 대해서는 학부모 1,000명 중 244명, 교사 1,000명 중 390명이 반대했고, 학생 5,271명 중 47.5%인 2,504명이 반대했다.
학생, 학부모, 교사들 어느 누구도 찬성하지 않는 NEAT. 성급한 추진으로 사교육 조장과 학력 격차 심화, 홍보 부족 문제 등으로 혈세낭비가 되었다. 아직 NEAT 자체가 폐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면 폐지까지도 갈 수 있는 상황이다. 1급 NEAT의 경우도 그 공신력이 인정되지 않아 일반인에게 외면 받고 있는 현상이다. 사실 그동안 영어평가시험으로 외국에 지불한 로열티가 연간 330억이다. 이런 폐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시험이 가진 영향력이 상당해, 외국에서 원정 토익시험을 치는 경우도 있다. 지금이라도 NEAT의 살릴 수 있는 부분은 살리고, 버릴 부분은 과감히 버리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시험만 남고 응시자는 없는 유명무실한 NEAT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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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