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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경영연구소
연구원 함용식
1. 대기업 재벌들을 비롯한 우리 사회 최상류층의 미술품에 대한 애착(혹은 집착)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이 것은 지난 2008년 삼성특검 당시 외견상의 단순함과는 너무 괴리되어 보이는 가격으로 세간을 떠들석하게 했던 작품 『행복한 눈물』로 일반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얼마전 전 한국의 유명한 모 갤러리와 모 재벌 사이의 소송 사건이 터지며 갤러리는 사실상 재벌들의 『자산관리처』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으며, 최근엔 CJ비자금 사태에서 발견된 138점의 고가 미술품들 역시 탈세의 한 루트가 된 의혹이 있다는 이야기들이 들려오며 재벌과 미술품과의 관계는 본격적으로 사회적 이슈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 사실 미술이란 원래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사실화』외에 다른 것은 없었다.
이 것은 미술사를 가볍게 훓어봐도 누구나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고대에서 중세까지는 자연을 얼마나 정확하고 역동적으로 표현해 내느냐가 미술가 실력의 관건이었다.
그러던 것이 근대 미술로 넘어오는 과정에 사진이 발명되며 사실화의 가치는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고, 이후 생겨난 미술사조가 바로 인상주의, 입체주의, 추상표현주의 같은 것들이었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조금 시니컬한 관점으로 말하자면, 예술가들은 자연을 그대로 표현할 때 보다, 원래의 것을 어느정도 비틀고 왜곡해야 먹고 살기가 수월했던 것이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을 말하자면, 실존 세계에서 보여질 수 없는 것을 표현해내기 위해 작가들은 자기 내면의 깊은 곳으로 파고 들어가야 했고, 그 결과 자기 내면에서 재창조된 빛의 순간적 『인상』을 극적으로 표현해낸 모네의 『수련』같은 작품도 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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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 대표 작가 모네의 『수련』 : 연못에 비친 빛과 그림자의 강한인상을 극적으로 표현
3. 그러나 어쨌든 주류 미술은 언제나 부자들에게 속해 있었으며, 미술이 돈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부자들의 마지막 취미는 미술품 수집이라는 말에서 보듯, 부자들이 미술품에 갖는 집착은 한편으론 굉장히 심미적이고 탐욕적이며, 다른 한편으론 차갑도록 계산적이고, 또 다른 한편으론 아주 지저분하다.
가령 일반인들이 미적 느낌을 공감하기 힘든 피카소 작품들의 경우, 부자들이 그 것들을 보며 희열을 느끼는 이유는 해당 작가가 표현해 낸 알 수 없는 영적인 무언가를 같이 공감했기 때문인데, 이런 류는 최 상류층 부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돈으로 살 수 있는 모든 쾌락을 다 경험해본 끝에, 그들의 미적 감각이 극단적으로 변형된 결과, 바로 그런 그림들에서 일반인들이 느낄수 없는 뭔가를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즉 특별히 미술에 관심있는 사람이 아닌 한, 모든 쾌락을 다 경험해볼 수 없는 일반 서민들의 정상적인 미적 감각으로는 그런 것들을 공감하기가 매우 힘든 것이다. 따라서 그런 것들을 공감한 부류들끼리 자연히 자기들만의 사교 모임을 만들게 되며, 신흥부자들 역시 그 서클 안에 들어가기 위해 고가의 미술품을 구매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에는 심미적 탐욕 보다는 일종의 허영심이 더 많이 작용한다 하겠다.
어쨌든 한번 필이 꽂힌 부자들은 얼마의 값을 치르더라도 그 그림을 사려고 하기 때문에 유명 작가들의 미술품 시장에는 수십~수백억원의 돈이 오가게 되고, 따라서 이 것은 미술품에 대한 투자 상품으로써의 가치도 상승시키게 된다. 그리하여 미술품 시장은 탐욕과 허영심과 심미적 요소와 투자가치 요소 등이 얽히고 섥히며 거대한 자본 이동의 보이지 않는 한 축이 되었다.
4. 그러나 아직 본론은 꺼내지도 않았다.
그 것은 위에 잠간 언급한 『아주 지저분하다』라는 말에서 암시한 것으로, 바로 『탈세』나 『비자금』과 관련된 것들을 말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미술품에 대해 전혀 세금을 매기지 않았다. 그래서 부자들은 그것들을 거래하여 남긴 이익에 대한 소득세도 내지 않았고, 그것들을 자녀들에게 물려줄 때도 상속세를 내지 않았다. 그래서 미술품은 부자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상속 수단이었다. 또한 미술품이란 기본적으로 『정가(定價)』는 물론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통용가격』이란 것도 없기 때문에, 그 구매가와 판매가를 당사자 마음대로 장부에 기재하여 그 사이에서 짭짤한 비자금도 아주 쉽게 만들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는 20년 가까이 미술품 양도 소득세 논란을 거듭하다 올해부터 드디어 그림에도 세금을 매기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6천만원 이상의 미술품에 대해서는, 양도가액과 취득가액의 차이 즉, 소득 부분에 대해서 기타소득으로 인정하여 이에 대한 종합소득세를 내야한다. 또한 미술품이 증여나 상속되는 경우에도 50억이 넘는 물품들에 대해서는 과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부자들이 미술품으로 탈세하는 일은 줄어들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미술품 탈세의 본질은 『세금 정책의 유무』가 아니라 『유통과정 확인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무슨 뜻이냐면 아무리 미술품에 대한 세금정책을 새롭게 만들어도, 기본적으로 그 미술품들이 누구의 손에 있는지가 전혀 파악이 안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 가장 큰 이유는 해외 미술품을 국내로 들여올 때 관세를 전혀 매기지 않는 데 있다. 즉 해외 미술품 반입은 국내에서 전혀 체크를 안 하기 때문에, 어떤 재벌이 전세기에 수백억원 어치의 미술품을 짐짝으로 싣고와도 아무도 그것들에 대해 검사를 안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지금까지 들어온 수천억, 수조원, 어쩌면 수십조원의 미술품들이 지금 누구의 손에 있는지 전혀 파악이 안되며, 따라서 그것들에 세금을 매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5. 그러므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알량한 세금 정책 몇 개 더 만들 것이 아니라, 정부는 먼저 미술품 과세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하고, 그 다음 일차적 실천 수단으로써 국내 반입 해외 미술품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관세를 물도록 해야한다.
두번째 수단은, 한국의 모든 시장에서 거래되는 『고가』의 미술품들은 모두 등록하게 하여 그 출처와 최종 소유자를 완전히 파악함으로써 한푼의 세금도 누락되지 않게 해야한다.
결국 기득권들은 탈세를 위해서 지금까지 미술품에 대한 관리를 정책적으로 허술하게 만든 것이 아니냐는 우리의 질문에 답을 해야 할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함으로, 미술계가 우려하는 것처럼 한국의 미술시장이 죽게 될 것인가? 그렇지 않다. 미술계 역시 양극화가 아주 심한 분야로써, 극소수의 유명 작가 작품들만이 수천만원에 거래되고, 대부분의 가난한 작가들의 작품은 일반인들에게 수만원~수십만원에 팔리는 것이 고작이기 때문이다.
먹고 살만한 극소수 부자 작가들에게만 제대로 세금이 매겨지면, 오히려 그 돈으로 가난한 작가들의 예술활동을 도울 수 있다. 또한 해외 작품에 관세가 매겨지면 국내 작품 시장이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극소수 부자 작가의 한 사람이었던 피카소, 바로 그런 부류에 있던 자가 생전에 말한 아주 의미심장한 말을 그대로 옮기면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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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한 장에 수백만 마르크를 지불해가면서, 그림에 대한 가치를 지불하는 행위는 예술의 본질적 가치평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단지 아무 가치도 없는 작품 하나하나에 터무니없는 돈을 처바르고, 그 작가들을 신격화하며, 그들을 알 수 없는 말로 칭송하는 것은 단지 돈에 대한 인간의 탐욕 때문이다.
그림을 사는 사람들은 노련한 사람들이다. 내가 이 사실을 아는 이유는 나 역시 부자이기 때문이다. 예술은 비즈니스다. 예술은 무한한 화폐의 흐름이다. 여기서 말하는 무한이란 유통되는 화폐를 가리킨다. 즉, 통화로써의 예술은 결코 가치가 떨어지는 법이 없다.
-피카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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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