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오후(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
나스르시티의 라바 광장이 전쟁터를 방불케할 정도로 폐허로 변한 모습. 라바 광장 앞 라바 알아다위야 모스크(이슬람 사원)와 인근 병원에 불에 탄
장면도 보였다. 광장은 쓰레기 더미에서 쓸모 있는 물건을 찾는 사람과 현장 사진을 찍으려는 인파로 매우 혼잡했다. 2013.8.16 ⓒ
연합뉴스
이집트사태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 특히 이미 한 차례의 민주화운동으로 오랜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에서 다시 일어난 사태이기에 더욱 유감스럽다.
이집트는 오랜 무바라크의 독재가 있었지만
'민주주의를 전파하는 국가'인 미국과는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자생적으로 민주화가 되어 미국과 '가치관도 공유'하는 우방이 될
만했다.
하지만 새로 들어선 무르시 정부는 급진 이슬람 성향을 보였기에 서방의 입장에서 '만족할 만한 민주국가'는 되지
않아보였다. 이런 중에 이집트 국내의 불만이 쌓여 야권의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는 끝에 군사쿠데타가 발생하고 임시정부가 들어서자, 다시 이제까지
비교적 조용히 있었을 친무르시정부 세력 중심으로, 어찌 보면 지난번의 반무르시정부 시위와 반무바라크정부 시위보다 더욱 절박한, 반군사쿠데타정부
시위로 치닫게 되었다.
사태의 책임은 이집트 일부 국민 스스로에게 있다. 민주적인 방법으로 정부가 선출되었으면 우선은 임기동안
지켜보고, 마땅치 못하면 다음 선거에서 교체하면 된다. 다음 차례의 시위는, 만약에 국민이 선거로 불신임해도 정부가 물러나지 않는다면 그 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제 일 년이 안 된 시점에서 그렇게 과격한 시위를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각료임명 안배 등의
약속을 안 지켰다는 것이 그럴만한 사유가 되지는 못한다. 어느 보도에서는 경제회복이 안되어 빵의 문제가 이집트 국민을 분노하게 했다는데, 수십년
이어오던 가난을 단 일년에 해결해주길 바랬다는 것이니 어처구니없다. 오랫동안 독재와 부패에 눌려 살아왔던 민중이 혁명에 성공하면, 독재자와 그
주변이 가지고 있던 재화를 거둬들이고 단번에 잘살게 되기를 기대하는 것이 인간의 단순한 생각이긴 하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당위가 있는데도 서방세계는, 합법적으로 선출한 정부를 곧바로 무너뜨리려는 이집트의 민중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음모론적 시각을 도입하면 이집트의 이슬람화를 꺼려 반정부행위를 부추기지는 않았을까 추측되기도 할
것이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이집트의 어느 정파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는 원칙적으로는 타당할지 몰라도 오랜
동안의 우방 사이라면 성립되지 않는다. 우방의 합법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버리는 것은 우방을 버리는 것과 같다. 야당인 공화당의 비판도 있지만
미국정부는 결국 이익에 따라 그들이 그토록 중히 여긴다는 민주주의 가치를 버리는 결과를 빚었다.
또한 더욱 두드러지는 것은 우리
한국사회 지식인들의 침묵이다. 민주주의가 그렇게 중요한 가치임을 늘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이집트 사태에 대하여 한마디 함직도 하지만 그들은 오직
이집트의 합법정부 축출시위와 유사한 우리의 시위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