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유시민은 김해로 간다, 응원해 줄꺼지? >
내 정치의식은 과거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발전이 없으니 퇴보한 거라 생각한다. 늘 두개의 기준을 가졌던 것 같다. 하나는 남북문제(통일), 나머지 하나는 노동문제. 그러나 이 두개의 잣대는 한국의 대학생들이 그러했듯 타인으로부터 주입된 게 아니다. 사람과 책에 의해 소위 의식화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난 그렇게 됐다.
남북문제는 이산가족의 후예였기에 아주 어렸을 적부터 생겼다. 내 어미는 열 살이 되기전 일가전체에 섞여 평안남도 00에서 남한으로 야반도주 했다. 특별한 반동분자여서가 아니라 38선 이남에 살고 있는 삼촌의 편지를 받고서 였다. 평범한 일꾼에 불과한 삼촌이 곧 전쟁이 일어날 것을 어찌 알았는지 북쪽에 편지를 보냈던 것이다. 황소 한마리 값을 안내인에게 주고 38선을 넘었단다. 두돌 된 막내를 업고서 개천과 강을 건넜고 눈이 허리까지 내리던 곳을 지났다. 모두들 등에 머리에 양손에 짐과 보따리가 있어서 막내는 어미몫이었다.
남쪽에선 빨갱이 잡고 북쪽에선 반동분자 색출한다고 난리치던 시절 38선은 이미 국경선이었고 사람과 물자는 물론 서신까지도 검열되었다고 한다. 가장 위험했던 순간은 인민군 행렬과 가까워 졌을 때다. 내려오는 내내 계속 울어댔던 아이가 개울 둔덕 아래 덤불숲에서 울었다면 어찌 됐을까. 38선을 이미 넘었지만 경찰이 쏜 총소리에 놀라 가족 전체가 생이별을 했던 일도 있었다. 그저 살기 위해서 뛰었다고 한다. 어미 가족과는 무관하게 경찰들이 빨갱이를 추적하며 쏜 총소리였다.
.....(중략)
평창엔 난민 수용소 같은게 있었다. 남한 당국에 의해 지정된 곳이 결정되면 북쪽에서 내려온 사람들은 군소리 없이 그 마을로 가서 어떻게든 살아야 했다. 어렵게 구한 남의 집 사랑방 한칸, 남자들은 밖에서 이불 하나에 의지해서 잠을 잤다. 어떨때는 헛간에서, 담벼락밑에서 며칠씩 몇 달씩 살아 냈다. 하지만 전쟁이 터지자 남자 형제들은 모두 도망을 쳐야 했단다. 양쪽 군인들한테 걸리면 무조건 징집되거나 거부하면 총살이니까. 전선이 북쪽에 형성되면 만났다가 남하하면 다시 이별하기를 여러번 반복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작은 할아버지쪽 일가와 연락이 끊어진다.
.....(중략) 큰 삼촌은 미군부대 목수일을 하면서 인정을 받아 자립을 빨리 했다.
늘 향수병에 절어 폭음하던 그는 볼때마다 코가 빨갛게 변해갔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아버지 기일때는 꼭 빨간코를 볼 수 있었다. 어린 나에게 스케치북을 가져오게 해서 북녘 고향을 그림으로 그려냈다. 마을의 약도 가족의 묘, 임야와 야산, 전답....주소까지 적으면 끝났다.
"난 글렀고 니가 크면 이 땅 찾아라"
슬픔 가득 고인 그의 눈망울 때문에 이해도 못하면서 네네만 연발했었다. 중학교땐가, 그 이후론 알콜중독의 그 삼촌을 보지 못했다. 그 무렵이었는지 잘 모르겠으나 강산에의 '라구요'가 삼촌의 모습으로 내안에 들어왔다. 절절히 아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왜 정치인들은 아무것도 안하지? 만나게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들은 자연히 김대중을 지지하는 맘으로 이어졌다.
나머지 하나는 필연적으로 가난할 수 밖에 없었던 내 형제자매로 인해 생겨났다. 배우지 못해서 가장 밑바닥에서 인간이하의 삶을 살아냈던 이야기들은 정말 눈물나서 들어줄 수가 없다.(중략)
고등학교 졸업하고 개인적으로 한국현대사를 중점적으로 공부했다. 대학엘 가서 나의 두개의 잣대들이 싸우는 것을 목격했다. 외세로 부터 민족이 벗어나야 하기에 통일이 우선이라는 생각, 자본의 수탈로부터 노동자(민중)를 구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 난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 없었다.
...(중략) 대선은 민주당 후보를, 총선에선 민노당을 우선시 해서 찍어왔다. 남북관계 개선을 할 당과 내 계급적 성향을 실현시켜줄 당을 절충한 결과다. 민노당 성향으로 김대중, 노무현을 찍었던 거다(여기 있는 왠만한 자들보다 노빠짓 먼저했다). 참여정부때 당근 민노당이 너무 꼴뵈기 싫어 버렸다. 예전에 노빠들 모임에 불려 나간 적이 있었다. 내 성향을 모르고 정동영 지지하는 노빠와 김근태 지지하는 노빠가 지들이 지지하는 후보 잘 부탁한다고 살랑거리길래 민노당 성향이라고 얘기하니까 그 벙찐 표정들이란....
지금은 참여당과 민노당 사이에 끼여있다. 유시민이 노동자들 파업하는 곳에 가면 그렇게 이뻐 보일 수가 없다. 또 이정희가 노짱 추모하는 곳에 와도 그렇고 지난 지방선거때도 민노당 시의원으로 출마한 사돈어른 선거홍보 쫌 했고 나머지는 유시민 따라 다녔다.
어느 한쪽으로 확 쏠리지 못하는 나, 니들이 보기에 이해는 가냐. 당이나 정책보다는 인물에 좌우되는 후진적인 정치마인드, 문제다.
나는 이정희와 유시민이 <훌륭한 적>이 되었으면 한다. <훌륭한 적>이 되기로 선언하는 이벤트라도 가졌으면 좋겠다. 서로에게 약점 잡히지 않기 위해, 서로에게 더 잘 난 모습 보여주기위해 강력한 라이벌이 됐으면 좋겠다. 민노당의 제1 귀빈이 참여당 지도자, 참여당의 제 1 귀빈이 민노당 지도자 였으면 좋겠다. 그런 모습들을 지금보다 더 자주 연출해 주었으면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필요한 시점이 왔다고 본다.
|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