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해석'이란 나도 잘 모르는 이야기를 좀 해 보면 '공시적 해석'이란 게 있고, '통시적 해석'이란 게 있단다. 공시적(共時的/synchronic), 통시적(通時的/diachronic) 이란 말은 원래 소쉬르의 언어 이론에서 나온 말인데 전자는 한 시대의 단면을 연구하는 것이다. 예컨대 '19세기 조선의 방언 연구'나 '1980년대 서울 지역 계층 언어 연구' 같은 예를 급조함으로써 대충 의미를 파악해 볼 수 있겠다. 후자는 언어학적 연구 대상을 시대에 걸쳐 연구하는 것이다. 예컨대 '서울'이라는 말이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서, 나도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신라 때부터 시작해서 "서라벌>...>셔블...>서울" 어쩌구저쩌구 따지는 게 한 예가 되겠다. 그런데 이 용어는 성경학자들을 중심으로 성경(과 발굴된 성서 사본들)이란 텍스트 해석에 차용되었는데 의미는 좀 달라진다. 텍스트의 공시적 해석이란 "텍스트의 의미는 텍스트 안에서만 찾을 수 있다"는 입장이고 통시적 해석이란 "텍스트가 형성되는 과정, 즉 텍스트의 바깥에서 텍스트의 의미를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입장임으로 치중하는 점이 다르다. 예컨대 모세가 홍해를 가르고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집트에서 탈출시켰다는 텍스트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해석하는 입장이 전자라면, 왜 그런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한 기록이 형성되었는지 출애급기 저자의 의도나 저술 당시의 상황 등 텍스트 외부적인 요인에 중점을 두는 입장이 후자라고 할 수 있다. 좀 단순화 하자면 '저자-텍스트-독자'라는 삼자 관계에서 텍스트를 중시하는 게 공시적 해석이고, 텍스트 외부적인 요소 가운데 가장 중요한 저자를 중시하는 게 통시적 해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란 그 텍스트가 형성되기까지의 모든 '역사적 과정'을 대변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주관도 '역사적 과정'의 일부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잘 알지도 못하는 텍스트 해석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신문 기사'를 '텍스트'라는 관점에서 낯설게 다시 보자는 의미이다. 바보정치 게시판에서 '데이터 뉴스'라는 개념이 나왔는데 내 생각에는 단순한 사실, 즉 텍스트만 제공하자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그럼 텍스트만 제공하고 해석은 독자인 '봉팔러'들에게 맡기자는 의도인가, 아니면 언론 매체를 지향하는 박봉팔닷컴이 나중에 공시적이든 통시적이든 해석을 해서 제공하겠다는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현재 '정치인 신문' 섹션에서 텍스트를 제공함으로써 공시적 해석의 기회는 제공하고 있지만, 기사라는 텍스트의 저자인 기자의 실명이 부차적으로 다루어지는 한 통시적 해석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부차적으로 다루어진다는 말은 인용된 기사에 기자의 이름이 빠져있다거나 정치인별로 카테고리가 나누어져있지만 기자별로는 카테고리가 나누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정치인의 수보다 기자의 수가 훨씬 많으므로 일일이 카테고리로 나눌 수는 없겠다. 그러나 적어도 데이타베이스에서 기자와 그 기자가 속한 언론사가 하나의 데이터 필드를 차지해서 검색 정도는 가능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소제목을 '정치인 신문은 기자 신문이어야 한다'고 한 이유이다.
텍스트 해석에 관해 사족을 붙이자면, 일견 공시적 해석이 통시적 해석보다 수준이 낮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공시적 해석은 통시적 해석에 비해 주관이 배제되기 때문에 그 파괴력이 더 크다. 에컨대 민주당 이인영 최고위원이 김해을 야권 단일화 규칙에 대해 뭐라뭐라 했는데 이게 기사라는 텍스트로 남았다. 그런데 전에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 경선할 때 뭐라뭐라 한 게 기사라는 텍스트로 남아서 그가 경선 규칙을 자기 편의대로 해석함이 발각되었는데, 이 두 텍스트 사이의 충돌로 인해 이인영 최고는 기자가 텍스트를 조작했다는 증거를 내놓기 전에는 본인이 일관성 없는 정치인임을 부인하기 어렵게 되었다. 두 텍스트가 있고 충돌이 있었으니 공시적 해석 하나로 간단히 끝나버렸지, 만일 하나의 기사만 있다고 할 때 거기에서 그가 일관성 없는 정치인임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통시적 해석 관점에서 얼마나 많은 말이 나와야 했겠으며 그런 말들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하는 보장도 없다. 그렇다. 이게 공시적 해석의 힘이다. 우리는 이런 증거를 모아야 한다. 정치인에 대해서 당연히 이렇게 해야하고, 기자들에 대해서도 기자별로 텍스트를 모아서 분류함으로써 그들이 생산하는 기사가 공시적 관점에서 논리적 충돌이 발생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내가 이해하는 한 공시적/통시적 해석이란 어려운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제 이명박 대통령이 기자 회견에서 한겨레 신문 기자가 박근혜 대표의 대통령 비판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 질문 자체에 텍스트로서 중점을 둔다면 그건 공시적 해석이고, 기자한테 "지금, 한겨레 신문이죠?..." 했다면 텍스트 이전에 저자를 본 것이니 통시적 해석이다. 이처럼 통시적 해석을 처음부터 우선시하는 건 천박한 짓이다. 우리가 특정 언론에 대해 무조건 백안시 하기 이전에 그들이 생산한 기사를 텍스트로 공시적으로 분석하는 토대가 있어야 한다. 사실 서프에서 이루어진 정치 기사 해석은 통시적 해석이 주를 이루지 않았나? 물론 공시적 해석으로서 견고한 비평 형태를 유지한 글도 많았지만 그것조차 서프에서는 보존이 되지 못하고 말았다. 이런 관점에서 박봉팔닷컴을 우리는 서프처럼 정치 토론 사이트로 보면 안 된다. 언론사로 보아야 하고, 우리 봉팔러들은 제비가 집을 짓기 위해 부지런히 재료를 물어오듯이, 부지런히 텍스트를 발굴하여 물고 와야 한다. 그리고 그 자료들은 통시적 해석의 전단계로서 공시적으로 분석되어야 한다.
니가 고민하는 거 나도 많이 고민하고 있고, 전에 내가 누구에게 말한 적이 있는데 사이트 이름을 심지어 '스마트팩트'라고 할 생각까지도 했었고..
앞으로 만약, 혹 여력되면 자료정리 인원을 직원으로 둘 계획까지 있다. 지금 정치방에서 다 소화될 거다. 단지 니가 말한 정치분야의 기자신문 뿐 아니라 앞으로 할 게 많겠지. 정치분야 뿐 아니라 경제분야, 사회분야까지 생각해보라고. 사람 뿐 아니라 사건까지 말이지.
그리고 니가 이야기하는 통시 뭐 그거는 걱정 안 하고 앞으로도 할 필요도 없을 거 같다. 뭔말인지 알지?
그리고 너 이 부분에 관심 있으면 계속 의견 개진해라. 혹 아냐 내가 너랑 만나고 니가 여기 자료실에서 일하게 될지. 하지만 시간이 좀 필요하지.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