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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4월 26일, 舊(구)소련의 우크라이나 지역에 위치한 체르노빌 핵발전소 1기가 폭발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전까지 세계 최악의 핵발전소 사고로 기록되고 있는 사고다. 일부에서는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이미 체르노빌 사고 수준을
넘어선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지만 말이다.
체르노빌 사고, 3일 후 멀리 떨어진 북유럽의 스웨덴 등에서 핵분열에 의해서 나타나는 방사능 물질
세슘이 검출되기 시작하면서,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불행의 여신은 바람의 방향을 유럽으로 돌렸으며, 그 방향에 있던 체르노빌 인근의 벨로루시를 비롯하여
스웨덴, 폴란드, 독일, 네덜란드, 그리고 가장 멀리에 있는 영국까지도 방사능 물질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18일
NHK 방송은 후쿠시마 원전에 현재 지상 살수 작업이 시작됐다고 전하고 있다. ⓒYTN/뉴시스
방사능 물질 세슘-137은 광범위하게 떨어져서, 비록 상대적으로 저농도일지라도 4,000Bq/m3 이상
오염된 지역은 유럽 면적의 40%에 달했다.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방사능 오염으로 인해 우유의 식용 제한, 야채 섭취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핵발전소의 위험과 방사능 물질에 대한 공포가 유럽 사회를 휩쓸기 시작했다. 1970년대부터 핵무기 배치 반대 운동으로 일기 시작한 반핵운동은
체르노빌 사고를 통해서 급속히 성장하기 시작했다.
가장
두드러진 국가가 독일이다. 체르노빌 사고를 기회로 독일은 핵발전을 포기하기 위한 대장정에 나서면서,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진했다. 체르노빌 사고가 독일에 준 충격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곳이, 독일 남부의 조그만 마을 셰나우다. 그들의 노력을 소개한 독일 유력 일간지 '바디 셰 차이퉁'은 이 마을에서
일어난 '전기 반역'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5년
5개월 전, 체르노빌 재앙이 일어난 후 의사 미하엘 슬라덱과 그의 부인 우어줄라를 중심으로 마을의 각성한 부모들은 '원자력 없는 미래를 위한
부모들'이라는 단체를 결성했다. 그들은 에너지 정책이 환경정책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에 그들은 전기 절약경연대회와 체르노빌의 어린이들을 위한 운동을 펼쳤다. 이들은 또한 '생태
풍자극' '와트 킬러(wattkiller)'를 교회 행사일에 무대에 올려 '전기와 자본이 하나로 엉켜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분산적인
전기공급이다'라는 그들의 주장을 주민들에게 알렸다"(이필렬, '에너지 전환의 현장을 찾아서'에서 재인용).
이후
셰나우의 주민들은 '세나우 에너지 이니셔티브'라는 단체를 결성하고, 원자력과 대규모 화력 발전소로부터 독립을 추진했다. 그들은 지역에서 만들어진
열병합발전와 소수력 등의 재생에너지발전을 통해 만들어진 전기만을 쓰기를 원했고, 이렇게 생산된 전기를 배전해줄 수 있는 '세나우 전기회사'를
1990년에 설립했다. 또한 1997년에는 기존의 독점 전력기업의 전력망을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드디어 원자력과 대규모 석탄 발전으로부터 독립한
것이다.
이처럼
원전으로부터 독립하려는 독일의 움직임은 이 작은 마을에만 머물지 않았다. 1998년에 독일의 사민당과 녹색당의 연합을 통해서 집권한, 소위 적록
연립정부는 핵발전 포기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서 2002년부터 19기의 핵발전소가 하나씩 사라지며, 2022년에는 독일 영토 내에서
운영되는 모든 핵발전소를 폐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1970년대부터 성장한 반핵운동의 활동과 이에 기반한 녹색당의 제도 정치의 진출이 이루어진 상황에서, 체르노빌
사고는 핵발전 포기이라는 정책 대전환의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12일
폭발사고가 일어난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후쿠시마 지역을 촬영 위성사진. 지오아이(GeoEye)사가 제공한 위성사진. ⓒNEWSIS,지오아이(GeoEye)
독일의 핵발전 포기 정책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1998년 적록 연정이 핵발전 포기를 선언하는
시점에서 핵발전은 독일 전체 30%의 전기를 생산·공급하고 있었다. 지금 한국의 원자력 발전 비중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또한 1955년부터 추진된 핵발전 확대 정책은 정부와 좌우 정당 모두에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었으며,
이미 여러 기의 핵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핵산업 기업들의 로비도 강력했다. 그러나 체르노빌 사고를 통해서 핵없는 세상에 대한 열망과 요구는 더욱
강력해지면서, 결국 독일이 탈핵을 선언하도록 만들었다.
독일이 핵발전을 포기한다는 선언은 말로만 그친 것이 아니다.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대안적인 에너지 개발을 통해서 현실적인 설득력을 가졌다. 무엇보다도 독일인들은 위험한 원자력과 반환경적인 대규모 화력발전 대신에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받아들였다.
또한 재생에너지 사용이 충분히 정착이 되기까지 과도기적으로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가스나 열병합 발전을
통해서 틈새를 메우겠다는 시나리오를 작성하였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장 주목받는 것은 재생에너지 전기를 전기판매회사가 적정한 값에 의무적으로 구입하도록 규정한 재생에너지법률이다. 이 법은 2000년에
제정되었으며,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태양광 100만 지붕 프로그램과 전력매입법 등의 재생에너지 지원 정책을 본격적으로 제도화한
것이었다.
이런 정책과 제도에 힘입어 독일은 세계에게 재생에너지 개발이 가장 앞선 나라가 되었으며, 기후변화
대응과 녹색경제 전환의 선두주자가 되었다.
1986년
국경을 맞대지 않는 이웃나라, 구(舊)소련에서 벌어진 체르노빌 사고를 통해서 핵발전소의 위험을 배운 독일은 자국 내 핵발전을 포기하고
재생에너지를 향한 전환을 시작한 것이다.
2011년 일본 북동부 후쿠시마 핵발전 단지의 충격적인 사고, 언제 끝날 지 모를 재앙을 목격하면서,
이웃 나라 한국은 무엇을 배울 것인가. 핵재앙의 공포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지만, 늦지 않게 제기되어야 할 질문이다.
일본
북동부 지진 발생 나흘째인 14일 후쿠시마현 니혼마쓰에서 생후 1년된 어린아이가 방사능 오염 검사를 받고 있다. ⓒ뉴시스/AP
그러나 우리의 상황은 너무도 답답하다. 일본의 재앙 속에서도 한국의 이명박 정부는 꿈쩍도 하고 있지
않다. 일본 후쿠시마의 핵발전소의 재앙이 시작되던 날, UAE의 원전 기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대통령의 전용기가
이륙했다.
핵발전 위험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핵발전 수출에 혈안이 되어 있다는 것을 너무도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는 속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UAE 원전 기공식을 끝내고 더불어 대규모 석유 시추권을 획득했다는 것을
자랑하며 돌아왔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8․15 경축사를 통해서 천명한 녹색성장은 핵발전 집착증의 위장막일 뿐이다. 같은 달에 제시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는 '탈석유'니 '재생에너지 확대'니 하는 말이 요란스럽게 들어 있어도, 그 핵심은 2030년까지 최소 원전 10기를 추가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력 발전 비중에서 핵발전을 현 36%에서 59%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방안으로 재포장되기도 했다. 게다가 수출 상품으로 2030년까지 80기의 원전을 수주해서 세계 6번째 핵발전
수출국 대열에 합류하겠다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나기 이전부터 많은 이들이 핵발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과 기후변화 정책은 터무니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미 수명연장된 고리 핵발전소에 이어서 월성의 핵발전소도 6월 안에 수명연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또한 추가건설될 7기의 핵발전소 입지를 선정하기 위해서, 삼척을 비롯하여 여러 지역에서 유치 신청을
받고 현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사고가 터진 이후에도, 정부 관료는 한국의 '원자력 르네상스' 정책은 결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독일 등의 해외 여러
정부들은 핵발전소 안전을 긴급 점검하고, 새로운 원전 건설 계획이나 수명 연장 계획을 보류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이명박 정권은 눈도 가리고
귀도 닫은 채 무조건 핵발전은 안전하고,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외치고만 있다.
아마도 그들에게는 체르노빌 사고를 경험하고 탈핵 전환에 나서면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해나갔던 독일의 경험은
결코 교훈이 아닌 모양이다.
그러나 후쿠시마의 핵재앙을
지켜본 대중들은 다르다. 탈핵, 재생에너지의 전환이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가능하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것이다. 체르노빌을 겪은 독일에서
나타났듯이, 한국의 대중들도 후쿠시마를 경험하면서 에너지 전환을 위한 대장정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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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