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에서 좋은 글 있어서 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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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으로서 비토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이 행복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비토세력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그 정치인의 파괴력을 상징한다. 소위 말해 깜이 아니면 그런 비토를 당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정치인으로서 비토세력의 존재는 차라리 즐겁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일지 모른다.
김대중은 색깔론을 종식시키기 위해 김종필, 박태준의 손을 잡고서야 대통령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고, 노무현은 불안하다는 평가를 불식시키기 위해 정몽준과 연대를 했다. 비토세력은 유력정치인의 운명인지 모른다.
유시민은 이 문제를 풀어가는데 있어 이 점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자신에 대한 비토의 정확한 이유를 분석하고 그 점을 불식시키기 위해 적절한 전략을 구사한다면 정치적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유시민의 비토세력은 크게 3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민주당, 둘째는 진보정치세력, 세째는 한나라당이다.
첫째 가장 큰 부분은 민주당과의 갈등이다. 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분열주의자, 영남패권주의자로 귀결된다. 유시민이 이런 평가를 받게 된 배경에는 결국 민주당의 근간을 이루는 호남 지역주의 세력과의 갈등 즉, 열린우리당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노무현의 당선 이후 민주당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구세력과의 대결에서 밀린 정동영, 신기남 등은 열린우리당을 창당한다. 개혁당을 이끌고 가담한 유시민은 당내 개혁파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그러나 탄핵이전과 달리 탄핵 이후 대거 늘어난 국회의원들은 창당 초기 당원중심의 정당에서 국회의원 중심의 정당으로 되돌리려했다. 당권을 노리던 정동영은 이 과정에서 호남지역주의세력과 다시 손을 잡았다. 개혁파의 중심이었고 대중적 지지도가 높았던 유시민은 이후 당내에서 심한 견제에 시달리게 되었다.
김대중과 달리 열린우리당에 전혀 관여를 하지 않았던 노무현은 집권기간 내내 여당으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했고 당내 최대 계파 수장이던 정동영과 김근태가 통일부총리 자리와 보건복지부 장관 자리를 놓고 싸우던 그 시절 국회에선 4대 개혁입법이 좌절됐고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과 진보정당 양쪽에서 공공의 적이 되었다. 참여정부시절 노무현 대통령을 위해 싸워준 사람들은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 등 열린우리당내에서 계파도 없고 세력도 미미했던 사람들이다.
결국 유시민은 열린우리당의 몰락후 민주당에서 쫓겨났다. 그런 그가 야권에서 최고 지지율을 보이고, 제1야당인 민주당은 서자인 손학규에 기대고 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호남지역주의자들에게 영남의 지역주의를 해체하려는 영남진보세력은 결코 반갑지 않다. 그래서 지역주의에 저항했던 노무현이나 유시민에게 영남패권주의자라는 딱지를 씌운다. 영남패권주의라는 표현은 영남의 수구세력과 진보세력을 한 통속으로 몰아세우는 그래서 가장 악랄한 호남지역주의의 표출이고 우리가 남이가?의 호남버전이다.
호남은 영남에 비해 정치적으로 더 진보적인 곳이다. 2002년 노무현의 기적이 광주에서 시작되었듯이 이제 우리 정치사에 지역주의가 없어지는 계기 역시 호남에서 마련해야한다. 민주당 일색의 정치판을 갈아엎어야한다. 그것이 지역주의를 청산하는 지름길이다.
유시민은 자신의 진정성을 호남의 유권자들에게 보여주어야한다. 진정성은 본인이 주장하는게 아니고 남이 인정해주는 것이다. 민주당과의 갈등이 호남인과의 갈등은 아니다. 유시민이 똑똑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그러나 마음은 얻는 것은 그것 하나로는 부족하다.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萬人之下의 자리에 드는 것이다. 만백성을 받들어 모실만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한다.
둘째 진보세력과의 갈등이다. 우리 사회에서 진보정당은 아직 세력이 미약하다. 세력이 약한 사람들일수록 정체성을 확고하게 하기 위해 선명성을 따진다. 이렇게 선명성이 극대화된 정당은 그만큼 유연성이 떨어진다.
그런 사람들에게 대중성이 높은 정치인의 사표방지론이나 자존심을 건드리는 언사는 모욕적이었을 것이다. 유시민은 이 부분에 대해 겸허하게 사과하고 이들에게 역시 진정성을 보여줘야한다.
우리 사회는 달라졌다. 2002년에는 권영길이 말했던 무상의료, 무상교육이 공허하게 들렸다. 그러나 지금은 제 1야당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는 실정이다. 진보정당의 가치가 받아들여질 시기가 된 것이다.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는 이런 가치를 드높여줄 정치인들이 뽑혀야한다. 그래서 성장일변도의 패러다임에서 분배와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야한다. 유시민은 이런 과정에서 밑거름이 된다는 자세로 임해야한다.
노무현이 구시대의 막차였다면 유시민은 새시대의 첫 차가 되어야한다. 그 첫 차에 첫 승객은 진보정당과의 연대가 되어야한다. 그 힘으로 보수 정당의 프레임을 깨고 진보의 시대를 앞당겨야한다.
세째 한나라당의 비토는 앞선 두 세력에 비해 미미하다. 한나라당은 유시민의 존재가 껄끄럽다. 논리로도 당하기 어렵고 김대중처럼 지역감정으로 내치기도 어렵고 노무현처럼 호남당으로 매도하기도 어렵다. 영남지역주의가 오히려 유시민에게 힘을 못쓰는 결과가 나온다. 대구총선에서 낙선했으나 만만치않은 저력을 보였던 과거도 있다.
영남 역시 부끄러운 과거에서 벗어날 때다. 동향이라고 독재자 박정희, 전두환, 이명박 싸고 돌기도 그만 둘 때다. 유시민이라면 영남인들에게 지역주의에서 벗어난 미래에 대한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유시민의 비토는 행운이다. 이제 김해을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유시민의 정치력은 시험에 들게 된다. 아무쪼록 그가 많은 비토세력마저 끌어안은 큰 정치인으로 성장해 가길 기대한다. 권력은 나눌수록 강해지고 지위는 굽힐수록 높아지는 법이다. 나누고 낮추는 정치인이 되기를......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