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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승리라고들 말한다. 맞는 말이다. 동의하지 못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유시민은 열심히 했으며, 그런 찬사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것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거다란닷컴을 운영하는 블로거 거다란과 나는 김해 격전의 현장에서 두 눈으로 이를 확인했다.
거다란의 말이다. “참여당은 김해을에서 그야말로 사투를 벌였습니다. 후보와 대표가 몸을 던지고 당원들이 총출동했습니다. 결기가 느껴졌습니다. 그런 모습에 흔들리지 않을 유권자는 없을 것입니다. 이봉수 후보가 졌다면 오히려 이상했을 승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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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해 내외동 삼성홈플러스 앞에서 유세 중인 이봉수 참여당 후보와 유시민 대표 |
거다란은 그의 블로그에 “이봉수 후보가 승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란 보다 원색적인 제목을 달았다. 여론조사에 의한 야권단일후보 선거가 시작되기 하루 전날 거다란과 내가 김해을 선거운동 현장을 취재하면서 나눈 대화다. “보이는 건 노란 참여당 사람들뿐이네.”
그랬던 것이다. 참여당은 그야말로 사생결단의 자세로 나왔다. 모든 당원들이 총동원됐다. 생업까지 잠시 보류하고 뛰어나온 참여당 당원들과 중앙당의 명령에 따라 현지로 내려온 40여 명의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그 활동량이나 질의 면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김해을 선거구 중에서 4월 9일 토요일에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인 곳은 단연 연지못이었다. 드넓은 연지못 주변은 온통 화사하게 물든 벚꽃과 사람들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그 속에서 여러 명이 대오를 지은 노란 물결이 유독 눈에 자주 띄었다. 그들은 참여당 당원들이었다.
미인한 말이지만, 마치 밀린 숙제하듯 잠시 내려왔다 부랴부랴 올라가는 의원 지원단과 생업을 포기하고 뛰쳐나온 당원부대의 전투, 누가 이길까? 이름 있는 의원의 의례적인 선거운동보다 이름 없는 당원의 헌신적인 선거운동이 훨씬 유권자들에게 감동을 준다는 사실이 이번에 제대로 확인된 것이다.
이미 유권자의 성향도 시대에 따라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장강의 앞 물결을 밀어내고 새로이 장강의 대세를 이루고 있는 오늘날의 유권자들은 젊다. 그들은 기껏 유명세 있는 의원 몇이 내려온다고 해서 마음이 흔들릴 정도로 연약하지 않다. 줏대가 있는 것이다.
물론 만약에 수십 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떼를 지어 김해을을 돌아다니며 유세물결을 이루었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참여당의 이름 없는 당원들과 민주당의 이름 높은 의원들이 똑같은 무게의 선거운동을 했다고 하면, 당연히 전세는 민주당에 기울었을 테다.
김해시 내외동 홈플러스 앞에서 만난 유시민은 거의 미쳐있었다. 그는 커다란 패널을 목에 걸고 손가락으로 전화기를 만들어 흔들면서 고개를 45도로 제쳐 미소를 날리는, 50대가 부릴 수 있는 최고의 귀여운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땀을 뻘뻘 흘렸다. 그는 단 한명의 유권자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달려들었다.
이에 반해 민주당 전현직 대표들과 의원단은 너무나 유유자적, 마치 한양에서 내려온 선비들처럼 움직였다. 유시민이 쉰 목소리로 악을 쓰고 있을 때, 그들은 순행 나온 중앙관료들이었다. 이봉수 후보와 곽진업 후보의 격차가 불과 3%포인트였다고 하니 민주당으로서는 억울한 마음이 아니 들 수 없는 지점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경기도지사 후보단일화를 연상하며 “유시민에게 또 당했다”는 얘기마저 나오는 모양이지만, 이는 정말 잘못된 생각이다. 조직력, 자금력 모든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 참여당을 상대로 민주당이 소위 국민경선제를 고집하는 것은 별로 좋은 모양새가 아니었다.
게다가 선거인단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예상할 수 있는 부정과 비리로 인한 잡음이 생길 소지가 많고, 이를 소화해낼 시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여론조사 100%로 단일후보를 결정하는 것이 순리였다는 주장에는 상당한 일리가 있다. 민주당이 할 일은 이 방식으로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그러지 못했으며, 유시민이 사생결단의 각오로 친 배수진과 참여당 당원들의 헌신적인 선거운동은 이봉수 후보의 승리를 만들어냈다. 거다란의 말처럼 “이봉수 후보도 그 옆에서 목이 터져라 외치고 허리가 부러져라 굽혔”지만, 어쩌면 유시민이 후보인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유시민은 열심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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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당 유세단이 가는 곳마다 선거운동 중인 참여당 당원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 |
그러므로 이봉수 후보의 승리는 참여당의 승리이고, 참여당의 승리는 유시민의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블로거 아이엠피터의 지적처럼, 그러나 이 승리는 궁극적으로는 참여당의 승리도 아니고 민주당의 승리도 아니다. 오로지 국민의 승리로 만들 때에만 모두가 진정한 승리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야권단일후보가 결정된 만큼 정치적 논리와 공세로 야권단일후보 결정이 변질되거나 퇴색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그의 경고가 새삼스럽지 않다. 단일후보를 뽑아 함께 힘을 모아 한나라당 후보에 맞서기로 했으면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고 또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이다.
일각에서 참여당을 일컬어 ‘유시민사당’이라고 비하하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이는 매우 옹졸하고 비열한 태도다. 역시 소수정당인 진보신당을 향해서도 반대자들이 일러 ‘심노사당’이라 비아냥거리기도 했는데, 이런 태도는 수많은 상대 당의 당원들을 모독하는, 저열한 한국정치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아무튼, 통 큰 결단으로 김해을 재보선 야권단일화에 공헌을 한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공적에 금이 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이참에 민주당도 참여당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으리라 생각한다.
아마도 이번 일을 거울삼아 결기를 일으킨다면, 다음 총선이나 대선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 
soyagang@daum.net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