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80년대 초에 선친의 친구가 국회의원 선거에 나왔더랬다 민정당도 아니었고 신민당도 아니었다 근데 어떻든 당선되었다 2등으로 (그때는 중선거구제였다)
그때 울 선친께서는 그 친구'놈'에게(도저히 친구'분'이란 말은 못 쓰겠다) 줄창 불쌍하게 보여야 한다고 충고를 했다 그 당은 당시 울 지역에서 전대갈에게 버림받은 유지들의 집합체였거든 "저 버림받았어요 흑흑 불쌍하시면 표 하나 주세요" 해야 한다는 거였다
그래서 넥타이 매고 점잖은 풍모로 (용모는 절대 궁상맞으면 안된다 그래야 믿을 수 있거든) 궁상찌지리 연극을 펼친 결과 당선되었다 물론 딴 이유도 있었겠지만 그게 제일 큰 이유였다 절마 불상하다 아이가 함 살려주 보자카이... 이런 식의 반응-_-
그 다음은 뻔하다 당선된 이후 선친도 한 번 만나보지도 못했다 무슨 수를 썼는지 그 다음에 비례대표까지 한 것으로 기억한다 다만 우연히 본 그 당당하던 품새라니....
지금 김태호가 왜 홀로 선거 운동을 하겠나
그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딴날당에 대한 민심 이반이 크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지가 지난 총리청문회 때 당한 데미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 데미지 때문에 저 놈은 못된 놈, 나쁜 놈 인식이 박혔다 근데 쫄쫄이 모양으로 혼자서 저렇게 절을 하고 있다 저 불쌍하지 않습니까 라는 거다 불쌍하니 한 번만 봐주십쇼 라는 거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나쁜 놈 못된 놈 인상을 지운다
더 놀라운 것은 노무현 대통령 묘소에까지 간 거다 나 그거 보고 정말 저 놈은 이명박 꼭대기보다 더한 놈, 개새끼, 존만한 새끼, 생각나는 욕은 다 퍼부었다 (아우 지금도 그거 생각하니 이가 득득 갈린다) 그러면서도 섬찟했다 저 놈은 별생각없는 민중들 호려먹는 법을 아는 놈이라는 거 땜에...
김태호가 왜 거기 갔겠냐 불쌍하게 보이면 나쁜 것도 잊어버리고 찍어주는 사람들에게 혼동 일으키려고 간 거다 저 놈 나쁜 놈이지만 불쌍한 노 대통령에게 인사도 했다지 그러니 함 봐 주자
말도 안 되는 거 같지? 그런데 그 동네에서 줄창 딴날당 찍어온 사람들은 사실 다시 찍어줄 빌미만 기다리고 있는 거다
그 빌미란 게 청렴한 노 대통령에게 인사하고 사죄하고 잘난 놈이 굴복하고 불쌍하게 보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사실 사죄 내용은 상관없다 불쌍하게 보이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불쌍하게 보이기만 하면 그 다음에는 자기도 모르게 우리 고장 발전시키려면 절마 힘이 필요하데이 하고서 청문회 일은 잊고 저 불쌍한 것 도와야지 하는 마음만 남아서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들처럼 투표하러 새벽일찍 나가는 것이다
하여튼 그거 보고 나는 혀를 내둘렀다 인두껍을 쓰고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는지
하여튼 김태호의 목표는 분명하다 어차피 투표에 적극적은 층은 50대 이상이고 그들의 약한 점인 사리분별 없음을 이용하여 나쁜 놈과 불쌍한 놈 바꿔치기 하려는 것이다
이걸 막으려면 김태호가 왜 나쁜 놈인지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 불행히도 김태호 나쁜 놈이라는 것은 촌로들에게 풍문이다 그리고 김태호가 자기 고장 발전시켜 줄 것이라는 것도 풍문이다 둘 다 풍문이면 사람들은 이로운 풍문을 믿고 싶어 한다
김태호는 자신이 딴날당이라는 것도 숨기고 싶고(그래서 혼자 인사 한다) 불쌍하다는 것도 각인시키고 싶어한다
이 전략을 분쇄하면 김태호는 망가진다
김태호는 자기 권력 이용해서 부자가 되었다는 것을 말해야 한다 김태호 찍으면 지금 고생 그대로 쭉 간다는 것을 말해야 한다 불쌍하게 보여서 나쁜 놈이라는 인상 없애려 한다는 것을 말해야 한다
김태호의 선거 전략은 딴날당 궁지에 몰렸을 때 하는 전형적인 것이지만 이번에 하는 것을 보니 이놈은 더 음험하고 교활하다 권력 있던 놈이(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권력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놈이) 불쌍하게 되면 왠지 더 측은하게 여겨지는 마음을 능란하게 이용해 먹는 것이다
대도시같으면 이런 전략이 안 통할 수 있겠지만 반농촌반도시인 김해는 사정이 다른 것 같다 철저하게 준비해서 압도적으로 이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