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딸은 공부 잘 한다. 고2인데... 순전히 지가 원해서 공부 엄청 하는 학교 다닌다.
사실 나는 공부 별로 시키고 싶지 않았다. 어릴때 엄마한테 하도 공부하라고 들볶이고 자라서... 내 딸만큼은 공부 스트레스 없이 키우고 싶었다.
오죽하면 갓 태어난 핏덩이에게 "너한텐 공부하라는 소리 안할게." 라고 다짐했을라구..
그래서 정말 그렇게 키웠다. 초등학교땐 달랑 피아노 학원 하나 보내고 내내 골목에서 놀게 했다. 우리딸,초등학교 때 기억은 실컷 논 기억밖에 없단다.
사실, 공부를 안 시키면서도 기본은 할거라는 기대가 없진 않았는데... 5학년때 수학 44점 맞는 거 보고 아, 공부쪽으로는 아니구나 하고 거의 포기했다.
실컷 놀게 한 대신....책은 많이 읽게 했다. 그것도 싫어한다면 억지로 시키진 않았을텐데... 다행히 책을 좋아했다. 엄마들 멋모르고 전집 사주는데.. 난 전집 한 질도 안 사줬다. 그냥 질 좋은 단행본으로 한 권씩 한 권씩...야금야금... 그래서 우리 애는 좋아하는 책을 너덜너덜하게 끼고 다니며 봤다.
공부는 안 시키는대신... 대화는 참 많이 나눴다. 여행도 같이 잘 다니고..영화도 많이 보고...
사춘기에 들어서면서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다. 공부를 잘하거나 출세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행복하게 사는게 중요한거고... 행복하게 살면서 세상에 좋은 일을 하고 사는게 좋은거라고 자꾸자꾸 얘기해주었다.
그런데...뜻밖의 결과가 생겼다. 중학교 2학년 1학기 중간고사때... 애가 갑자기 시험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평소 같으면 문제집 반도 못 풀고 시험을 봤는데.. 그땐 새벽 1시까지 공부하더니.. 문제집을 한 권 더 사달라고 했다. 그러더니 단번에 평균 11점이 올라버렸다.
갑자기 우등생이 되더니.. 그 후로는 자기 포지션을 그렇게 잡았는지... 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스스로....
조금 시간이 지나서 물어보았다. 왜 공부를 하기 시작했냐고... 딸내미 왈, 이왕 태어났는데...빈둥빈둥 살다 가긴 싫다는 생각이 들었어. 좋은 일,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공부를 해야 하겠더라구. 처음엔 내가 할 수 있을까 했는데.. 막상 해보니 되니까 신기하더라.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된거 같아.
지금 고2가 된 딸은... 이런저런 꿈을 품고 공부하고 있다. 아직 진로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뭘 하더라도 세상 사람들, 힘없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단다.
매일 새벽 2시까지 공부하느라... 그 곱던 얼굴에 여드름까지 난 딸이 걱정되어.. 난 잠 좀 자라고 잔소리를 해대지만... 딸은 요지부동이다...
사람들은 우리 아이를 보면... 어떻게 키웠느냐고, 어떻게 공부를 시켰느냐고 묻는다. 그럴때마다 난 대답한다. 실컷 놀게 했어요..라고.. 그러면 나를 잘 아는 친구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를 모르는 사람들은...믿지 않는 눈치다.
오래 전에 이적의 어머니인 박혜란씨가 "아이들은 믿는 만큼 자란다"고 하셨는데... 나는 그 말이 진리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누구나 잠재력을 가진 특별한 존재로 태어난다. 그 잠재력이 발현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키우면... 누구나 더 특별하고 빛나는 존재가 된다. 그런데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특별함을 인정하지 않고.. 부모의 기준에 맞춰 키우려고 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기만의 빛을 발하지 못하고 평범하게 길들여지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식물을 키우는 일과 같은 것이다. 식물을 키울때... 그 식물의 특징에 따라..때맞춰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어야 하듯... 아이 또한 아이의 특징에 맞춰...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고 보살펴야 한다. 아이는 장미인데..부모가 백합으로 키우고 싶다고 백합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한다면...그 아이는 뭐가 될 것인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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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딸 초3... 거의 놀게 하는데...문제는 놀아이들이없다...문제는 책도 싫어한다...나도 피아노학원하나만 보낸다...엄마인 나는 학원에서 아이들 영어로 먹고산다... 울딸은 알파벳도 헷갈린다...그냥 내버려둔다...뭐..그냥 나도 홍기자와 비슷한 학습관을 갖고 있는데...나름 앞으로 어떻게 될지모르겠다..어저께 중간고사 보았는데...수학이 엄청 어려웠다고한다...보니깐 울딸이 엄청 어려워하면 다른 친구들이 90점대더라
댓글 썼다가 지웠다..쓸데없는 자랑질 같아서...
사실 공부 잘하는 거 고맙지만..
내가 더 고마운건..나름 어려움이 있었는데..
잘 이겨내 준거랑...
개념 있는 아이로 자라준거다.
오늘 수행평가로 만든 자기소개서 동영상 보여주는데...
자기가 왜 사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이렇게 설명하더라.
중학교때 엄마 말씀이 내 삶을 바꾸었다
그건 바로..."연못에 사는 물고기들이 아무리 건강해도
물이 썩으면 제대로 살 수 없듯이...
이 사회 역시 개인이 아무리 잘 살려고 해도
사회가 제대로 되지 못하면 잘 살 수가 없다."는 말씀이었다...
그러면서 자기 관심사는 환경, 노동, 인권이라고..
그런 일들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일을 하고 싶다고 썼더라.
그거 보니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시큰해지더라.
공부 잘하는 것보다 이렇게 개념있게 자라준게 난 참 고맙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