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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비판과 관련한 스나이퍼 기자의 가장 최근 글에 식민지 근대화론이 언급되었다. 이것은 장하준 비판과 관련해서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따로 살펴보고자 한다.
일단 논쟁이란 것은 '틀'이다. 상대가 만들어 놓은 틀에서 놀면 상대를 이기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장하준에 대한 '정치적' 비판은 '실익이 없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고 말이다.
'정치적' 비판이라는 틀을 얼핏 우리 쪽에서 만든 것 같지만, 더 큰 시각에서 보면 오히려 저쪽의 틀에서 노는 것이라고 본다. 뭐 어쨋든 그 이야기는 선거 뒤로 미루고,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해 썰을 풀어보자.
친일세력의 자기합리화 근거가 되는 식민지근대화론. 이 논리를 민족진영 또는 진보진영에서 제대로 깨부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진보진영이 문제가 된다.
민족진영이야 '민족'이라는 축을 중심으로 뭉치니 어떻게 하든 버티지만... 진보진영은 태생적으로 민족주의를 부정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식민지근대화론을 제대로 반박하지 못하면 오히려 친일파의 논리를 수긍하게 된다. 이것은 그냥 기우가 아니고.. 뉴라이트의 면면들을 보면 과거에 학생운동 좀 하던 인물들이 아닌가? 이미 투항한 그들 뿐 아니라 진보진영 전체를 두고두고 흔들 수 있는 무기라는 것이 문제다.
진보진영의 로망은 유럽의 '근대'이다. 그런데 이 근대화를 우리보다 일본이 먼저 달성한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니 '식민지근대화론'을 제대로 반박하지 못하면, '근대'에는 약해지고, '민족'에는 시큰둥한 진보진영이 급소를 찔리는 것이다. 말 많기로 유명한 진모씨가 사사건건 일본을 감싸는 이유는 단지 부인이 일본인이기 때문은 아니다.
이것을 논리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방향이 있다.
1. 유럽의 근대라는 거 별거 아니다. 2. 일제가 우리 근대화에 기여한 바 없다.
첫번째 방법은 시실 진보의 자기부정이 된다. 내가 박봉팔닷컴에서 처음 쓴 글들은 주로 문예방에 올린 철학과 역사관련 글들이다. 주로 고대사와 고대철학을 건드렸는데... 궁극적 타겟은 서양의 근현대에 대한 사대주의 해체다. 그 때문에 먼저 고대사 고대철학 부분에서 시작한 것이다. 이 주제에 대한 글질은 때가 되면 다시 재개할 것이다. 애시당초 진보세력에 별 기대치가 없는 나에게는 큰 문제가 안된다. 그러나 진보-보수를 망라하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주장이 포함되서 지금은 시기상조인 듯하다.
암튼 일단 .... 일제가 근대화에 기여한 바 없다...로 촛점을 좁혀 보자. 경제지표든 뭐든 간에.. 도대체 근대화가 뭐냐? 근대가 뭐냐?... 이것 부터 파고들어야 한다. 즉 이영훈들이 만들어 놓은 틀에서 놀지 말고 그 틀을 부셔 버리는 거다.
근대화가 뭐냐? 유럽이 전근대에서 근대로 가면서 무엇이 바뀌었나?
1. 생산경제 : 인력/가축의 힘 ---> 증기기관(산업혁명) 2. 행정군사 : 봉건제 ---> 중앙집권제 3. 계급 : 신분제 ---> 신분해방
결국 요 세가지 되겠다.
그럼 이 세가지 중에 일제시대 때 이루어 진것이 뭐냐? 셋 중에 한가지라도 있으면 일본이 우리 근대화에 기여한 것이지만, 한가지도 없다면 식민지근대화론은 어불성설이다.
첫째, 일제가 우리에게 증기기관을 만드는 기술을 전수해 줬나? 그런 적 없다. 친일파들이 하는 주로 이야기가 철도의 부설이다. 그런데 그 철도는 한반도의 지하자원 식량자원을 착취하기 위함이고, 만주를 관리하기 위함이지 우리의 근대화를 위함이 아니었다. 그들이 조선인 기술자와 조선기업에 증기기관 제작기술을 전수해 주었다면 근대화 기여 맞다. 일제는 식민지 기간동안 그런 기술을 전수해 준 적이 없으며, 해방이 되자 미군의 보호아래 무사히 한반도에서 철수했다. 북한은 일본 기술자들을 억류하고는 회유했는지 두들겨 팼는지... 암튼 일제의 여러가지 산업기술을 재빨리 습득했다. 그것이 해방 후 상당기간 북한이 남한보다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었던 기반이다. 식민통치 해체가 오히려 근대화에 기여한 셈이다.
둘째, 봉건제에서 중앙집권으로 전환... 봉건제란 지방 통치가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역호족에 의해 세습적으로 이뤄지고, 군대도 호족들이 소집하고 사적으로 운영한다. 중앙집권은 반대로 행정관이 지방에 파견되서 제반행정업무를 집행하고... 군대의 소집과 유지 또한 지방호족이 아니라 중앙정부나 중앙정부의 행정관이 컨트롤하는 것을 말한다. 유럽은 루이 14세가 시작해서 나폴레옹에 와서야 완성했지? 이건 우리는 조선의 개국과 함께 이미 졸업한 사항이다. 역사적으로 유럽보다 오히려 빠르다고 할 수 있다.
세째, 신분해방... 이건 식민통치 이전에 갑오개혁으로 실시 되었다. 혹자들은 갑오개혁이 일제의 압력으로 진행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갑오개혁의 내용 중에 신분해방은 일제의 의지가 아니라 갑오농민전쟁의 요구사항이었다. 그 농민계급의 저항을 군사력으로 토벌한 것이 일본군 아닌가? 일본이 주체적인 계급혁명을 방해한 꼴이다. 오히려 일본은 귀족계급이 존재했고, 조선의 친일파들에게 작위를 수여했다.
여기 더해서 근대화 요소는 아니지만... 민주주의. 무슨 구구절절한 말이 필요 있겠냐. 우리가 조선총독을 선거로 뽑은 적 없다.
이렇게 보면 일제가 근대화를 돕기는 커녕 근대화를 막은 듯 하다. 우리가 해방 후에 근대화를 빠른 시일 안에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일제 식민통치 덕분이 아니고... 오히려 근대화에 필요한 몇몇 숙제들을 조선왕조 시기에 미리 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영훈들이 계속 경제지표 운운한다면 이렇게 틀을 바꿔서 반박을 하면 된다. 더불어 '일제가 한글을 탄압한 것은 경제지표로 어떻게 산출하냐?' 고 반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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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