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 줄 알았었고 그리고 이긴 줄 알았었다. 이삿짐을 싸면서도 새 집을 청소하면서도 흥얼흥얼 즐거웠고, 포탈에서 이런저런 예측기사들 읽는 마음도 여유로웠었고, 초반 엎치락 뒤치락 할 때도 웃으면서 지켜볼 수 있었다. 하지만 졌다. 개표내내 맘 졸이던 아내의 한숨소리.. 현실은 녹녹치 않음을 다시 보았고 오장육부가 뒤틀리고 마음이 미어져서 그가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렸던 그 날 밤처럼.. 애들 재우면서 같이 잠들었다.
못 다 정리한 이삿짐 싸려고 일찍 일어난 이 새벽... 창 밖 하늘을 올려다보니 비구름.. 이사할 때 비가 오면 안되는데.. 이번 보궐선거에서 이겨 내년까지 우리 모두가 가야하는 길이 좀 순탄하기를 바랬다. 어젯밤은 유시민이 환히 웃는 모습을 보면 술 한잔 하고 더 즐거워질 다음 날들을 기대하며 기분 좋게 잠들기를 바랬다. 하지만 하늘 무거운 이 아침은 무심하고 생생한 현실이구나. 우리에게 냉랭하게 등돌린 현실의 아침이구나.
우리는 새벽에 있지 않았다. 아직 우리는 어둠 속에 있고 많은 것이 착각이었을 뿐.. 벌써부터 사방에서 비웃음 소리 들려오고 그들만의 축제를 알리는 나팔소리 들려오는 이 시간은 우리에겐 진짜 고난의 행군을 시작해야할 시간이다. 울고 싶은 사람은 울고 좌절하고 싶은 사람은 좌절하라. 변명이 위안이 된다면 변명하고, 다른 이들에 대한 비난이 위로가 된다면 비난하라. 농부가 밭을 탓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으랴, 밭을 탓하기로 하자. 하지만 그것은 오직 오늘 아침까지만이다.
우리는 더 똑똑해지고 교활해지고 더 강해지기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다시 세우고 그 어느 때보다도 견고히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또 다른 패배가 우리에게 필연으로 주어지고, 함께 하는 이들의 눈물과 아픔을 다시 보게 되더라도, 승리할 때 까지 이 행군은 멈출 수 없고 멈추어서도 안되는 것.. 이것이 너와 나의 운명이고 유시민의 운명이다. 운명의 여신이 우리를 기꺼이 인정할 때까지 온 몸 부딪쳐 열어 나가야 하는 길이다. 그 길의 끝에서 '노무현'을 다시 만나자.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