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기자가 아주 중요한 화두를 던져 주었다. 고맙다. 댓글로 토론에 참여 하려다가 조금 길어질 것 같아서 본 글 하나 세운다(그러고 보니 처음으로 봉팔러 모드로 쓰는 글이다) 어느 정도 예상을 했지만 스기자의 정세파악 글을 읽고 보니 상황이 정말 녹록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운신의 폭이 거의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는게 실감난다. 지금부터의 선택과 행보가 조금만 삐끗해도 우리들이 함께 꿈꾸는 미래에 심각한 균열이 생길 수 있으니 돌다리도 두드리면서 같이 고민해 보자.
우선 스기자가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으나 맘에 들지도 않고 섣불리 예상할 수도 없는 변수가 많은 선택지 중 고르기 전에 한나라당과 MB정권 심판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할 야권 주체들이 이번 선거 이후에 서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유추해 보는게 필요해 보인다. 상대방이 어떤 판단과 의도를 가지고 우리를 바라 보는지 최대한 정확하게 파악한 연후에나 우리의 고민과 선택이 의미있어 질테니까 말이다. 민주당부터 시작하자.
민주당
지금 기분 최고인 상태일꺼다. 나름 여유까지 생길 지경이겠지. 원래 민주당은 참여당은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유시민만을 상수로 여긴다. 죽이거나 흡수해서 이용하거나. 진보신당 당근 관심 밖이다. 대신 국민의명령이나 민주노동당은 확실히 신경쓰고 있으며 잘 보이고 싶은 마음까지도 있다. 왜? 한나라당에 맞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무시할 수 없는 세를 상대적으로 가지고 있고, 이 두 세력 중 어느 하나라도 유시민과 국민참여당과 손을 잡는 순간 위험해 질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절대 급해질 이유가 없다. 시간은 자기네 편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겠지. 그래서 민주당이 무언가 주도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아주 낮다. 다만 자기네가 원치 않는 시나리오로 가는걸 막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꺼다.
민주노동당
이 쪽이 확실히 실질적이고 강력한 캐스팅보트가 돼버렸다. 지방선거까지는 유시민과 참여당과 건강한 경쟁자이자 협력자였는데 이번 선거를 통해 운신의 폭이 확 넓어져 버렸다. 개인적으로 다른 놈들은 몰라도 이정희와 민주노동당이 모두가 우리를 욕할 때 그래도 조금은 힘을 보태주거나 막아줄 것을 기대했는데 참 냉정하더라. 마니 서운하다. 어쨌든 여기까지는 개인적 감정이고. 지금 당장 민주노동당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파트너는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당이 돼버렸다.
솔직히 선거전까지만 해도 참여당까지 포함한 진보소통합만이 민주당의 횡포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을 알기에 소통합 진전에 적극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유시민 대표와 참여당의 세가 최악의 상황으로 위축된 상태로 변한 지금 그들은 꼭 뭉치지 않아도 지렛대로만 삼으면 민노당이 원하는 파이를 가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을꺼다. 그래서 국민의명령에 동의할 가능성도 멀어졌고 유시민과 참여당과도 불가근 불가원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민노당은 총선과 대선을 분리해서 전략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 위에서 언급한 스탠스는 총선용으론 딱이지만 대선용은 아니다. 그들에게는 확실한 대선주자가 없기 때문이다. 진보신당의 노회찬, 심상정을 내세우기도 쉽지 않고 이정희 대표가 차기 또는 차차기 성장용으로 나오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유시민을 선호하지도 않지만 손학규가 야권을 대표해서 본선에 나가거나 대통령 되는 것도 마뜩치는 않을게다. 물론 민노당의 정파적 이익만 고려한다면 손학규가 대통령이 된다면 나쁘지 않겠지만. 암튼 대선 관련해서는 어떤 선택지를 가지고 접근하기 보다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을 할 것이며 총선성과 극대화를 위해 지렛대로 삼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민의명령
이 세력을 이끌고 있는 문성근의 생각은 아주 중요하다. 그의 속을 들여다 보진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행보와 면면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민주당, 유시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모두에게 골고루 애정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민주당은 민주세력의 적통성과 역사 때문에, 두 진보정당에게는 진정성과 그동안의 시련에 대한 미안함때문에 애정이 있다. 유시민과 참여당이 왜 새로운 노선을 선택하게 되었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이해하고 있을게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이 삼각세력 어느 하나를 중심축으로 삼아서는 길이 안 보인다고 판단해서 모두가 무모하다고 말하는 야권 단일정당 건설을 국민의 힘만으로 이끌어 내겠다는 선택을 했을게다.
국민의명령 입장에서는 아직 누구도 압박의 대상이 아니다. 아직 충분히 세를 모으지 못했으니까. 거기에 전력을 기울이는게 먼저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뚜벅뚜벅 갈꺼다. 그 과정에서 국민의명령에 끝까지 반항하는 놈을 압박의 타겟으로 삼을꺼다. 민주당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나 역시 대의에는 동의하나 방법론의 적절성이나 실현가능성에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점이 많지만 요 대목때문에 마냥 반대하거나 답이 아니라고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국민의명령 만큼은 정파적 이익에서 자유롭다는 사실이다. 자기 세력의 이익때문에 대사를 그르칠 가능성은 적다는 얘기다. 그리고 다른 파트너에 대해서도 가장 객관적 시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도 하다.
뭐 얼마나 잘 정리하고 유추를 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고민을 진전시키는데 쪼매라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우리들의 행보를 논하기 전에 한가지 주관적 주체와 객관적 주체를 짚고 넘어가자. 바로 우리 참여당원들과 국민들이다. 단언컨대 이 두 주체는 아주 다른 대답을 원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국민들의 기대에 호응하는게 당연하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들의 뜻을 이어가기 위한 동력과 국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수준까지 가려면 참여당원들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내 생각에는 국민들의 시선을 가장 중시하면서 대안을 이끌어 내되 우리 동지들에게 이것이 최선임을 설득시키는 수순으로 전개를 하는게 맞다고 본다. 이런 전제하에서 토론이 진행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 입장에서는 유시민과 참여당의 행보나 전략을 분리하거나 총선과 대선을 구분해서 생각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거다. 스기자 말대로 참 고민할게 많아서 머리가 아프지만 최선의 선택을 위해서는 이 정도 골아픔은 감수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부터가 내 생각이다. 일단 지금과 같이 꽉 막힌 상황에서 뭔가 움직이려면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 조금 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친구를 선택해야 하고 마음을 얻어야 한다. 선거이전까지는 유시민의 힘으로 가능했던 일이었으나 이제는 우리들 혼자의 힘으로는 할 수 있는게 없다. 민주당이 아닌건 당연히 알고 있겠고.. 민노당과 국민의명령 중 하나일 수 밖에.. 원래는 민노당쪽이 유력했는데..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이쪽이 안 받아줄 가능성이 높다. 노골적으로 거절이야 안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국민의명령 쪽과 머리를 맞대고 함께 힘을 모으는게 지금의 상황을 타개하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일단 유시민 대표가 문성근하고 자주 만나야 한다. 국민의명령 방식대로 무조건 따르겠다가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같이 머리를 맞대자 정도가 좋겠지. 그리고 그 안에서 토론하는거다. 국민의명령이 정말 힘을 받기 위한 이전 단계로서 진보소통합이 필요하면 우선 진보정당들을 설득하는데 힘을 모으기도 하고 국민의 기대하는 바를 더 구체적이고 실감나게 수집하는 것도 함께 해 나가는거다. 일단 국민이 보기에 유시민과 참여당이 국민의명령과 같은 대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내년 총선과 대선에 한해서는) 보여주는게 좋다. 그래야 새로운 야권천하 삼분지계의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까.
이 선택과 행보를 통해서 내가 기대하는 효과는 다음과 같다. 국민의명령과 가까워지는 것은 야권분열의 주체라는 악의적인 이미지를 벗는데 도움이 된다. 야권 정당보다는 국민의명령을 국민들이 더 신뢰하고 있을 개연성이 높고 이 운동에 미온적이고 버티는 정당들이야말로 정권심판에 대한 진정성이 없는 놈들로 대우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실질적 힘을 어떨지 몰라도 상징적으로 우리 진영의 힘을 늘릴 수 있다. 마지막 효과가 가장 중요한데..
민주당의 무차별적 공격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완전한 합체가 아니라 해도 국민의명령의 대의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순간 유시민과 참여당을 공격하는 것은 부분적으로 국민의명령에 참여하고 있는 국민과 맞서는 모양새가 될테니까 말이다. 맘놓고 다구리하기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물론 나쁜 의도를 가지고 우리가 국민의명령의 순수한 대의를 악용하고 있다고 이간질은 할테지만 그래봐야 미운털만 더 생길 뿐이다. 이런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계산적인 의도가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그들을 대해야 한다는건 말할 필요도 없다. 솔직히 걱정할게 없는게 우리가 가슴으로 하는건 뭐든 잘하지 않나. 다만 전략적 사고까지 곁들여서 움직여 나가자 이 말이다.
말을 하다 보니 나쁜 버릇이 도져서 에둘러 말한 것 같다. 좀 더 쉽게 이바구 하면. 문성근과 국민의명령의 틀안으로 들어 가서 지혜도 빌리고 설득할 부분이 있다면 설득도 하자는 거고. 최대한 공통분모를 찾아내서 서로 고립되거나 약화되는걸 막자는거다. 문성근과 유시민이 허심탄회하게 논의를 시작하면 생각지 못한 성과가 꽤 있을꺼고 서로에게 더 큰 신뢰가 쌓이고 공감대가 만들어 지면 꽤나 괜찮은 그림이 나올듯 해서 하는 말이다. 둘 다 머리도 좋고 가슴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니 난 이야기가 통할꺼라고 본다.(게다가 문재인 역시 이런 사인을 보내고 있으며 이에 호응하면 그 역시 더욱 우리에게 힘을 보태줄 것이다) 요 부분에서 뭐가 좀 풀려야 다음 행보에 대한 운신의 폭이 생길듯 하다.
지금까지 얘기한 대안은 유시민 대표가 상징성을 가지고 해나가면 될 일이고 참여당 차원에서도 여전히 진도 나가야 할 것이 있다. 이동당사를 통해 국민과의 직접 소통에 전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참여당 세확장을 위한 홍보로 보여서는 안된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그저 참여당이 꿈꾸는 것이 무엇이고 그걸 가능케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국민에게 묻고 또 묻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더불어 연대파트너인 국민의명령, 민주노동당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서도 많이 알려주고 참여를 독려해 주어야 한다. 어떤 방향에 참여할지의 선택권은 당연히 국민에게 있고 저희는 좋은 선택을 위한 정보를 드린다는 겸허하고 봉사하는 자세가 제일 중요하겠지. 이건 다른 행보와 상관 없이 밑바닥에서 여론 의식하지 말고 꾸준히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참여당원으로서 국민에게 기존 정당과 다른 소통이 무엇인지에 대해 나름의 복안을 가지고 있고 당에 건의할 예정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을 통해 나중에 얘기할 기회가 있을듯 하다)
마지막으로 이런 움직임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참여당 지지자들의 이해와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 흑백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의명령과 머리를 맞댄다고 해서 참여당의 미래를 포기하거나 굴복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그 이후에 민노당과 민주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몇 가지 전략적 접근과 논의과정만을 보고 미리 예단해서 결론내리고 흥분하거나 곡해하는 일이 없도록 마음을 다 잡았으면 한다. 항상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최대한 존중하고 믿는 정치문화를 우리부터가 먼저 보여주자 이 말이다. 나부터가 열심히 하련다. 스기자를 비롯해 유시민과 참여당의 앞날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동지들의 좋은 토론에 보탬이 되었기를 기대해 본다.. 화이링..^^
|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