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호: 그러니까 한국은 역사적으로 수구·보수 세력이 진보·개혁 세력보다 강한 정치지형이 형성되 있지만, 그 규정력의 크기와 정도는 '깨어 있는 시민','열정을 가진 시민'의 힘에 의해 돌파될 수 있는 수준이라는 말씀인가요?
조국: 체제나 정치지형의 규정력이 항상 완벽하게 시민들을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분단 체제로 인해 한국 사회는 보수적 규정력이 센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국 현대사에서 계속 시민들이 파열구를 만들어내지 않습니까? 4·19에서 5·18로, 6·10으로, 그리고 이후의 촛불 집회·시위로.
체제의 파열구가 생기는 것은 여러 양태로 나타납니다. 1987년 6월 항쟁의 경우, 군사독재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과 분노가 박종철의 고문치사, 이한열의 시위 중 최루탄 피격 사망으로 터져 나오고, 이를 민주화운동 세력이 이끌어나가면서 일어났죠.
그런데 판을 이끄는 세력 없이도 파열구가 돌발적으로 생기디도 합니다. 2008년 촛불시위는 그 이전의 시각으로 볼 때는 '이상'하게 일어났다고 볼 수도 있어요. '지도'하는 세력 없이 갑자기 터진 것 아닙니까. 기존의 진보적 정치 세력이나 시민단체도 광우병 문제가 이렇게 대중적 열기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죠. 저부터도 광우병 위험에 대한 언론보도가 많이 나올 때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쇠고기 개방이 전국적인 대규모 촛불시위를 야기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요컨데, 한국의 정치지형은 '과잉우경화','과잉보수화' 되어 있지만, 시민들은 간헐적으로 파열구를 낸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한국의 정치지형 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만약 시민들의 불만이 정기적으로 선거와 제도를 통해서 수렴되면' 거리의 정치'에 의존하지 않겠죠. 그런데 한국의 정치적 상부구조는 승자독식 구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대의제가 대중의 의사,이익,욕망을 온전하게 반영하지 못하다 보니 시민들이 '직접행동'에 호소하는 것입니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