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호: 지금과 같은 교육현실은 분명 바뀌어야 하고, 그러려면 학교 선생님들의 준비와 변화도 필요할 텐데요. 이와 관련하여 학교사회의 진보·개혁 세력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이야기를 잠시 해볼까 합니다. 학교 사회에서 전교조가 어떤 위치에 있는가는, 한국 사회에서 진보·개혁 진영이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전교조는 1989년에 출범하여 학교 민주화 문제를 다뤄왔습니다. 초기엔 그 세력이 컸지만 현재는 보수언론의 공세 등에 의해 수세적 분위기로 가는 모습니다. 학부모들의 지지는 뜨뜻미지근한 상황이고요. 사실 그동안의 역사성으로 본다면 전교조가 힘을 집중하여 공교육을 더욱 활성화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습니다.
조국: 전교조가 출범할 때 외쳤던 구호가 '참교육' 아닙니까. 전교조 엠블럼에도 '참교육'이라는 단어가 찍혀 있죠. 그 취지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전교조만큼 병영 같고 입시지옥을 조장하는 학교현실을 해결하려고 노력한 집단이 어디 있겠습니까? 전교조가 합법화되기 전까지 가입 교사들이 해직되는 등 수많은 희생이 있었죠.
그런데 수구·보수언론이 비판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전교조활동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전교조'란 이름이 나타내듯이 교원도 노동자입니다. 그런데 교원은 교육 노동자이지 공장 노동자는 아닙니다. 저는 교사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해요. "전교조가 노동조합 환원주의에 빠지면 안 된다"고요 전교조는 민주노총 소속이죠. 그렇지만 민주노동총에 속해 있는 다른 노조와는 다른 역할이 분명 있습니다. 교원은 교사이자 노동자라는 이중적 지위가 있고, 전교조는 교육운동과 노동운동을 동시에 해야 합니다. 교사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과 정서도 그럴 겁니다. 노동자로서는 민주노총과 궤를 같이하는 활동을 하면 족하지만, 교사로서는 민주노총 활동으로 해소되지 않는 교육활동을 해야 합니다. 학부모 등 일반 대중이 전교조 소속원에게 바라는 것도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익을 지킬 뿐만 아니라, 교육에 관련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학교 현장에서 이것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전교조가 이런 점이 상대적으로 약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전교조는 '통일교육' 운동도 벌였고, '시국선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다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교사의 정치참여가 금지되어 있지만, OECD 국가 대부분에서는 교사의 정당 가입과 정치활동을 인정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어요. 그런데 이와 동시에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참교육'의 전범典範이 되는 모델을 창출하고 전파하는 운동이 펼쳐졌으면 합니다. 교과과정 개편운동, 수업 내용 내실화 운동, 학생 인권 지키기 운동 등등. 물론 지금도 이러한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훨씬 더 비중이 높아지면 좋겠습니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