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호: 그동안 한·미FTA를 둘러싸고 진보 진영에서 뜨거운 논란이 일었죠. 여러 가지 논점이 있지만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한·미 FTA가 실현되었을 때 그것의 규정력이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등 한·미 FTA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그것이 우리의 기존 산업구조에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주겠지만 우리 국민들이 부정적 영향을 잘 극복해 갈 수 있다고 했고, 진보신당 심상정 전대표나 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은 그 부정적 영향이 워낙 커서 기존의 양극화를 더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죠. 우리가 검증할 수 없는 미래의 일이긴 하지만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조국: 노무현 정권 말기에 합의된 한·미 FTA의 내용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투자자-국가소송제'의 경우, 우리 정부가 외국 자본에 불리한 사회경제 정책을 추진하면 외국 자본이 소송을 통해 이를 막을 수 있는 장치이기 때문에 특히 염려가 됩니다. 정책의 자주권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겁니다. 이 밖에도 걱정되는 조항이 여러 개 있습니다. 예컨데, 미국의 모든 서비스 상품을 포괄적으로 허용하는 조항(네거티브 리스트), 개방을 하면 이후 문제가 있더라도 되돌릴 수 없는 '역진방지' 조항등이 그렇습니다. 노대통령 퇴임 후 이를 깨닫고 재협상을 주장했죠. 노무현 정부 초대 정책실장인 이정우 교수도 최근 "한·미 FTA를 통해서 얻는 것보다 잃는게 많다. 당시에는 금융, 컨설팅, 보험, 설계 등에서 일자리 창출의 희망을 찾았는데 지나고 보니 신기루였던 것 같다" 고 평하시더군요. 한·미FTA 재협상이 불가피해진 지금,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체결 이후 멕시코에서는 농업이 불괴하고 고용불안, 빈부격차 문제가 심각해졌잖아요. 우리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합니다.
그렇지만 이와 별도로 FTA 자체를 거부할 이유는 없다고 봐요. 경제학자 중 제가 존경하고 신뢰하는 분이 서울대 경제학과 이준구 교수님입니다. 이 교수님이 이명박 정권의 경제정책을 맹렬히 비판하는 글을 쓰시다 보니 '진보'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이분은 진보도 보수도 아닌 정통 경제학이론에 따로 사고하시는 분이에요.<<쿠오바디스 한국 경제>> 등에서 이 교수님이 밝혔듯이, 경제학적으로 FTA는 '해볼 만한 도박'이 아닌가 해요. 이 교수님도 지적하셨지만, 과거 가전제품 개방이 이루어졌을 때 한국 가전제품 업체가 다 궤멸할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물론 앞에서 언급한 보호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빛 좋은 개살구'가 될 테니, 보호장치의 마련이 매우 중요하죠. 이 점에서 저는 FTA에 대하여 '조건부 찬성'의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FTA 자체의 찬반이 아니라 그 범위, 조건, 시기에 대한 논의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