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란 무관심한 유권자들 뒤통수 치는 놈이기 때문이다. 덩달아 관심 있던 유권자들도 피해를 보게 되니 남에게도 폐를 끼치게 된다. 자기개발서 베스트셀러에 나오는 "죽을만큼 열정을 다 해 봤느냐?" 하는 식의 훈고에 휘둘리면 안 된다. 죽을 만큼 해도, 결국 죽어도 안 되는 일들이 세상에 널렸다. 그 이유는 첫째, 개인이 미련해서이고 둘째, 세상이 불공평하기 때문이다.
물론 각 개인은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자기는 빈둥거리면서 세상만 탓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뭐든지 열심히만 하면 된다는 신념에만 빠져있으면 노예의 삶을 사는 것밖에 안 된다. 얼마 전에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라는 책이 나왔다. 한번 읽어봐라. '열정' 권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자기 딴에는 똑똑하다는 젊은이들이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노동' 착취의 대상이 되고 있는지.
그러면 세상를 공정하게 만들려면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의 룰(rule)'을 만드는 게 정치이기 때문이다.
아래에 기사도 하나 인용한다. 세탁소 하면서 열심히 살았지만, 정치에 의해 '뉴타운'이라는 펀치를 받고 쓰러져버린 박씨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실생활과 무관한 듯한 정치가 개인에게 얼마나 큰 타격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박씨가 가재울 3구역으로 이사온 것은 2005년 2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원짜리 가게를 차렸다. 집을 따로 구할 돈이 없어 가게에 딸린 비좁은 방에서 네 식구가 숙식을 해결했다. 당시 개발 얘기가 떠돌았지만 적어도 8년간은 아무일 없을 것이라는 얘기를 믿었다. 그러나 석달 후인 그해 5월 도로 위에 플래카드가 걸렸다. ‘경축 가재울 뉴타운 확정.’ 가슴이 철렁했다.
2006년은 폭우 직전의 짧은 햇살과도 같았다. 세탁소가 자리잡으면서 한 달에 500만~600만원을 벌었다. 불경기라는 여름과 겨울에도 한 달 평균 300만원 정도가 들어왔다. 네 식구가 먹고 살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입춘을 지나 두꺼운 겨울코트가 세탁소로 몰릴 때면 한달에 1000만원도 너끈했다. 장사가 신이 났다. 그 해 여름 월세 25만원짜리 옥탑방을 얻었다. 아비 역할을 잘하고 있구나 생각하니 뿌듯했다.
2008년 초부터 재개발이 본격화하면서 수입이 급전직하했다. 사람들이 하나 둘 가재울을 떠나면서 주변 상권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4~5월부터는 장사가 거의 안 됐다. 월세조차 낼 수 없었다. 보증금도 모두 깎아먹고 말았다. 결국 그해 8월 세탁소 문을 닫았다. 보증금과 별도로 권리금을 4000만원이나 주고 들어온 가게였다.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인근에 다시 세탁소를 차려볼까 했지만 권리금을 포함해 1억원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럴 돈이 없었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