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호: 법학 교수의 입장에서도 그 시점에서 검찰이 벌인 노 대통령에 대한 수사의 강도라든가, 수사의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십니까?
조국: 매우 부적절했어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라든가 이런 얘기는 다 빼고, 그 수사 자체가 특수 수사의 기본을 지키지 못했다고 봅니다. 특수수사의 기본 원칙은 모든 물증을 다 갖춰두고 맨 마지막에 그 사람을 데리고 와서 자백을 받는 겁니다. 은행 계좌 추적, 감청 등을 통해 피의자를 꼼짝 못하게 할 증거를 확보한 상황에서 부르는 거죠.
그런데 노 대통령은 언제 불려갔습니까? 노 대통령은 가서 논쟁만 하고 왔어요. 무죄판결이 난 한명숙 전 총리 사건만 하더라도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직접 돈을 줬다고 진술했어요. 하지만 노 대통령의 경우은 그게 아니에요. 부인인 권양숙 여사에게 줬다는 거죠. 권 여사도 이를 인정했고, 노대통령은 사건이 터지고 난 후에 알았고······.
전직 대통령을 불러놓고, 아무 물증도 없는 상태에서 부인이 받은 것을 애초부터 알고 있지 않았느냐 하며 자백하라는 겁니다. 노 대통령이 살아 있어서 재판까지 갔더라면 분명히 무죄가 나올 사건이었어요.
그런데 검찰은 왜 노 대통령을 불렀을까요? 노무현 개인에게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고 반대 정파를 절멸시겠다는 정권의 의도를 충실히 집행한 것 외에는 이유가 없어요. 당시 검찰은 노 대통령이 투신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겠죠. 그러나 향후 수사,기소,재판의 전 과정에서 매 순간마다 언론은 얼마나 노무현을 할퀴었겠어요. 검찰은 추후 무죄판결이 나오더라도 개의치 않죠. 형사절차 과정에서 이미 목적을 달성했으니까요.
법률가의 시각에서 보면 노 대통령이 부어잉바위에 오른 심정이 이해됩니다. 그는 최후에 무죄판결이 난다 하더라도 수사, 기소, 재판의 전 과정에서 자신은 물론, 자신의 지지자들까지 정치적 생명줄이 끊어질 것을 직감한 겁니다.
오연호: 상황이 그렇다 보니 노 대통령은 막판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편지까지 쓰려고 했던 것 같아요.
조국: 노 대통령도 이명박 정권이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현직 대통령의 승인 없이는 할 수 없거든요. 법무부 장관의 결재도 반드시 필요하고요. 물론 문서상 결재를 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을 통하여 수사에 대한 보고를 받았고, 청와대 회의를 거친 후 일을 계속 진행하라고 승인한 것은 분명합니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