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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곳은 군포시 금정동입니다. 서울생활이 너무 팍팍해서 마음 맞는 친구와 같이 방을 얻어 살기로 했는데. 마침 대중교통이 나쁘지 않은 곳 중 방값이 싼 곳을 찾다보니 군포 금정동의 어느 반상가건물에 세들어살게 됐습니다.
5층짜리 건물인데, 건물 지하에는 교회가, 1층은 편의점과 이발소가 있고, 2층에는 고시원이 있습니다. 3층부터 5층은 층마다 몇개씩 방이 있어서 사람들이 세들어 삽니다. 제가 사는 곳은 5층이죠.
남자놈들끼리 사는 집이라 먹는게 꽤 부실해서 집에 들어갈 때 마다 1층에 있는 편의점을 들러 끼니거리를 살 때가 많습니다.
어제 저녁에는 목이 칼칼해서 편의점에 맥주 한 캔을 사러 갔습니다.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제 앞에 대여섯살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아이스크림 하나를 들고 서 있더군요. 그 옆에는 늘어진 런닝을 걸친 초췌한 모습의 중년 남자가 서 있었습니다. 아이가 남자를 바라보는데, 눈빛을 보니 아버지 같더군요.
제가 맥주가 있는 냉장고 쪽으로 몸을 옮기니 두 사람은 편의점 밖을 빠져나가더군요. 가는 방향을 보니 저랑 같은 건물에 사는 사람들 같았습니다.
편의점에서 맥주를 계산하고 집으로 올라가는 길에 고시원 현관 쪽을 슬쩍 봤습니다. 자그마한 여자아이 신발 하나가 놓여 있었습니다. 아리송한 기분이었습니다.
오늘 저녁, 집으로 올라가기 위해 건물 입구를 들어섰습니다. 들어서자마자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계단을 올라가는데 어제 그 남자가 어제와 똑같은 차림새로 우는 여자아이를 안고 황급히 내려가더군요. 아이가 울면서 칭얼거리는 소리를 슬쩍 들어보니 배가 고프다는 투정이었습니다. 다시 슬쩍 들여다본 고시원 현관에는 여자아이의 신발이 어제와 똑같이 놓여있었습니다.
집으로 들어오니 초췌한 차림새의 남자와 남자에게 안겨 우는 여자아이의 모습이 자꾸 아른거렸습니다.
고시원방 크기, 뻔합니다. 저도 처음 사회생활을 하면서 돈이 없었던 관계로 꽤 오랜 시간을 고시원에서 생활해야 했습니다. 방에 작은 침대 하나도 다 들어가지 못해 책상 아래로 발을 넣고 자야하는 그 곳에서 남자는 딸아이와 같이 생활하고 있었던 겁니다.
갖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있는데 고시원 주인이 용케도 받아줬구나 하는 모진 생각도, 사업이 망했을까, 엄마가 집문서라도 들고 도망갔을까라는 안타까운 생각도, 행여 아버지가 돈벌러 나가면 고시원방에 여자아이 혼자 있을텐데 괜찮을까하는 몹쓸 생각도.
서울에는 벌써 2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고시원과 같은 비인간적인 주거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림짐작으로 집계한 것이니 아마 더 많은 수가 고시원에서 살고 있겠죠.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힌다면 그 수는 당연히 더 많아질 겁니다.
대체로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은 저소득계층입니다. 그 중에서도 지방에서 올라온 젊은이들이나, 일용직 노동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죠.
제가 예전에 살던 한 고시원에는 근처 다단계 업체에 다니던 젊은이들이 무더기로 살고 있었습니다. 이 친구들은 끼니때만 되면 고시원으로 몰려 들어와서 밥과 김치를 탕진했습니다. 고시원에서 밥하고 김치, 기본적인 양념은 제공해주니까 밥과 김치로 갖은 음식을 다해먹더군요. 김치만 넣은 김치찌개, 김치볶음밥, 김치볶음. 김치전. 점심이랑 저녁 시간 때면 고시원의 좁은 통로에 김치냄새가 빠질 틈이 없었습니다. 식사중 이 친구들이 나누는 대화에서 하나같이 나오는 단어들은 다이아몬드니 골드니 플래티넘이니 하는 귀금속류였습니다. 그리고 간간히 들리는 원대한 꿈들.
몇 년 전이었을 겁니다. 지방대를 마치고였나 휴학하고였나, 서울로 올라와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유명패밀리레스토랑에서 알바를 하던 한 20대 여성이 한강에서 투신자살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만원도 안되는 시급을 주면서 손님이 뜸한 오후시간에는 알바들에게 두세시간씩 무조건 나가서 놀고들어오라고 했다던 그 패밀리레스토랑. 비인간적인 고시원 생활조차 이어나가기 버거워 그녀는 목숨을 내던졌죠. :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유시민은 진보의 가치에 대해 첫번째로 '물질적 결핍으로부터의 해방'을 꼽았습니다. 우리는 얼마만큼 진보에 대해 꿈꾸고 있을까요.
환기를 하려고 열어놓은 현관문 밖에서 매캐한 담배냄새가 풍겨옵니다. 아마도 2층 고시원에 사는 남자들이 계단에 모여 담배를 피워대는 모양입니다.
그 여자아이는 저보다 더 매캐한 담배냄새를 맡으며 고시원방에서 아빠를 끌어안고 잠이 들겁니다. 그 아이는 어떤 내일을 꿈꾸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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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