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른잔치는 끝났다
-최영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 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것을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오늘은 5.18이다
그래 5월은 원래 광주였다.
5월이 되면 올해는 꼭 광주를 가야지 다짐했었고
가지 못하면 술이라도 먹어야 직성이 풀렸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광주를 경험하거나 광주를 제대로 경험하거나
광주를 제대로 배운 세대도 아니다.
그런 나 같은 사람에게도 5월은 광주였다.
그가 가버리기 전에는 정말 그랬다
그가 가버린 후에는 5월은 광주가 되고
또 5월은 노무현이 되었다.
그러니까
오늘은 5.18이고 조금있으면 5.23이니까
5월은 내게는 그리고 아마 당신에게도 많이 슬픈 시간이 것이다
가끔
서른 잔치를 끝났다를 읽을때가 있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여기 저기 떠돌면서
이사람 저사람 만나 오면서 때론 좋아도 해보고
때론 미워도 해보고 하면서 살아온 세월동안
술자리에 앉아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마시면서
때론 뭔가를 해보려 노력하고 뭔가를 이뤄보려고 노력하면서도
내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이유가
나의 신념 때문일까
아니면 여기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인연 때문일까 하는
고민을 하곤 했었다
최영미의 꽤 오래된 시는 시간이 흐른 지금도 내게 고민을 안겨주는 글이다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 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것을
누군가에게는
잔치가 끝날 수도 있다
잔치가 끝난 이후 새로운 잔치판을 떠나 가버린 이도 있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잔치의 기억만을 가지고 돌아간 이도 있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저렇게 홀로 남아 다른이를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주인대신 상을 치우고 그 자리에 홀로 앉아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는이도
있었을 것이다.
난 어디쯤 있었던 걸까? 그런 생각을 해본적도 있다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생각해 보았는데 늘 잔치는 계속되었고
조금은 다르고 조금은 다른 사람들이지만
늘 잔치는 계속되었고
그속에서 즐거움도 있고 외로움도 있고 절망도 있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것은
즐거움도 외로움도 절망도 희망도
모두가 잔치안에서 벌어지는 하나의 행위였다는것이다
우리가 지금 벌이고 있는 잔치가
또 아프게 끝날수도 있고
우리르 즐겁게 해주는 이 잔치상이
우리가 아닌 다른 이에 의해 엎어질수도 있을것이다.
그러면서 때론 실망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때론 욕하고 뒤돌아서는 사람도 있을것이이다.
지금은 잠시...
우리가 벌이고 있는 이 잔치가
이 잔치상이 조금은 소강 상태일수도 있겠지
잔치에서 즐거움을 주던이가 잠시 아플수도 있겠지.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건 우리가 벌이고 있는 이 잔치는
아직 진행중이라는 거다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란 말따위는
다른이들에게 맡겨두고
조금은 소강상태인 너와 나의 이 잔치판을 위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원래 있던 사람이던지
새로운 사람이던지
우리의 이 즐거운 잔치판에 초청해 보자
하다 보면 이 판이 더 즐거워 질수도 있겠지
중요한건 우리의 잔치판이여 한다는거
아.. 잔치국수 먹고 잡다.
|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