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줄은 고 리영희 선생님과 사모님, 뒷줄은 왼쪽부터 '부미방' 김은숙씨, 임수경씨, 소설가 유시춘씨.
1982년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부미방) 사건을 주도했던 김은숙씨가 24일 오전 7시50분 서울 면목동 녹색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52세.
김씨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에 미국이 침묵한 데 반발해 문부식씨 등과 함께 ‘부미방 사건’을 일으켰다가 5년8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다시 세상에 나온 뒤엔 마산과 서울 구로지역에서 노동자 야학운동에 투신했다.
최근 3년간은 창신동 노동자 자녀를 위한 ‘참 신나는 학교’의 교장을 맡아 열정적으로 일했다. ‘김백리’라는 필명으로 <밥 딜런 평전> <흑색수배> 등 20여권의 소설과 번역서를 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위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지난 3월 녹색병원에 입원했다.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5000만원이 넘는 후원금이 모였고, 4월5일에는 ‘통일의 꽃’ 임수경씨, 함세웅 신부, 고은 시인 등 지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녹색병원에서 ‘김은숙을 위한 작은 음악회’가 열리기도 했다.
김씨는 ‘작은 음악회’ 이후 한동안 기운을 회복했다고 한다. 양길승 녹색병원 원장은 “음악회가 상당히 큰 용기를 줬다. 많은 사람이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데 큰 힘을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난 20일 이후 상태가 악화됐다. 23일 오후 열이 오르며 의식을 잃은 김씨는 임종 직전 깨어나 딸들에게 “사랑해!”라고 말한 뒤 눈을 감았다.
줄곧 병상을 지켜온 임수경씨는 “입원한 두 달 동안 너무 아팠는데 이제 언니의 고통이 끝났다”면서 “불과 1년 전 야학 학생들과 함께 제주도로 자전거여행을 갔던 언니가 지금 이렇게 가시니 믿어지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빈소를 찾은 인권재단 사람의 박래군 상임이사는 “시대를 앞서간 투쟁을 한 사람이었다. 보고 싶은 세상을 볼 때까지 건강하길 바랐는데, 같은 시대를 산 사람으로서 안타깝다”고 애도했다.
소설가 유시춘씨는 “불의가 정의로 포장된 시대에 진실을 외친 영원한 청년”이자 “불의에 분노 하고 거짓을 고발할 줄 아는 청년정신의 보편성을 증명한 사람”이라고 했다.
고인을 아끼는 이들은 25일 오후 8시30분 녹색병원에서 추모 모임을 열고 이야기와 노래로 고인을 떠나보낸다. 발인은 26일 오전 9시.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