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양당의 통합은 (1) 열린우리당의 재판으로서 통합당 안에서 민노당파와 참여당파의 니전투구가 벌어져 결국은 다시 갈라지게 될 것이고, (2)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민노당이 주류가 될 통합당의 확장성은 여전히 고만고만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한 적이 있다. 정치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전망으로서, 양당의 통합이 마뜩치 못한 표면적이고 명시적인 이유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좀 더 내면적인 이유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통합'의 거론은 4.27 보선이 있기 전부터 참여당 지도부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고 거기에는 당연히 유시민 대표도 포함된다. 사실 당원들을 포함해서 일반 참여당 지지자들은 '연대'를 생각해왔다는 점에서 참여당 지도부와는 인식의 차이가 상당히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고, 참여당과 민노당의 지향점도 차이가 적지 않으므로 양당의 통합은 파격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유시민 대표가, 참여당 지도부가 뜻밖의 제안을 했다는 점이 지지자들이 입장을 바꾸어야 할 충분조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지금, 전에는 부정적이던 양당의 통합에 갑자기 긍정적인 발언들이 줄을 잇는다면, 그것은 유시민이 그런 제안을 했고 지지자는 그 제안을 합리화해주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전제가 작동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양당의 통합을 못 마뜩하게 여기게 하는 세번째 이유이다.
그러나 저런 이유 때문에 통합에 비판적인 나 자신에게도 못 마뜩함이 있다. 자기가 잘 모르는 사안에 대해서도 아는 척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 사안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비판은 일차적으로 신중한 태도에서 나온다고 여겨지지만 나중에 일이 잘못 되더라도 빠져나갈 수 있고 사람을 지적으로 보이게까지 하는 매력적인 태도이다. 그래서 우리는 거기에 무의식적으로 경도된다. 어떤 결정에 임박해서 우리가 듣는 조언과 우리가 해주는 조언의 대부분은 비판적이지 않은가? 차라리 "아무 걱정 말고 한번 해 보라"는 조언을 듣거나 해주기가 더 어렵다. 비판적인 태도의 이러한 무책임한 속성은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또 다른 못 마뜩함은 지지자들 대다수가 현장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비례대표를 바라보고 있기에 정치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 의식은 심각할 수 있는 것이고, 참여당 지도부의 제안은 이를 반영한 것이리라. 그리고 우리가 당 지도부를 신뢰하는 한 '현장의 목소리'로 충분히 수용할 필요가 있겠다.
이처럼 양당의 통합에 대해 복잡한 심경인 것은 나뿐이 아니고, 참여당 지지자뿐 아니라 통합으로 인해 진보적 가치의 선명성이 훼손된다고 볼 민노당 지지자도 마찬가지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이 회자되는 것은 그만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 매력은 바로 '획기적인 변화의 가능성'이다. 통합으로 인해 일시에 양대 야당이 정립되게 되고 곧 다가올 총선에서 의석수로 반영될 것이다. 그리고 한나라당-민주당이라는 양대 구조를 결정적으로 파괴함으로써 거기에 매여 악과 차악 중에서 선택을 강요당했던 국민들에게 제3의 선택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돌려주게 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통합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설레임이 아니겠는가?
여전히 남는 참여당과 민노당의 정책의 차이는 진성당원제로 극복하자. 참여당, 민노당, 진보신당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과 달리 진성당원제가 정착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참여당과 이정희 대표 체제의 민노당은 상대적으로 진보신당에 비해 유연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인간의 욕심으로 내분이 일어날 염려는 상존하지만, 적어도 진성당원제로 당이 운영되고 그 당원들의 총의에 의해 정책이 유연하게 결정되는 제도적 뒷받침과 당내 분위기가 유지된다면 그 정책은 따라야 하지 않겠는가? FTA를 반대하든 해외 파병을 하든 말이다.
자기검열적인 못 마뜩함과 불확실한 설레임이 교차하는 오늘, 단지 인간의 본능으로 '설레임'을 선택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주기자 말이 맞다.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의 건설이다. 다만 실질적으로는 존재감이 상실된 진보신당의 통합파나 시민사회가 주도력을 가지지 못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참여당과 민노당의 통합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어찌되었든 반년 넘게 지도부의 발언을 쌩까고 지내오다 봉창 두드리는 당원들은 왜 그렇게 된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도 수반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덧붙인다. 앞으로도 이번처럼 유대표와 지도부가 일벌이고 있는데 딴짓하다가 뒤늦게 발목잡고 그러면 곤란하다고 본다.
나도 어제까지 시민기자와 비슷하게 마뜩찮음이 있었다.
하지만 울타리의 해체가 장미의 여왕이 왕림하기 위한 준비였다는 말에
한방 먹었다...(봉팔 고마와^^)
집권가능한 대중적인 진보정당..매력적이다. 그 매력에 푹 빠져보자...
새로운 도전에의 응전은 진보가 가야할 길이라 생각한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