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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전, 80년대 후반 이야기
나는 69년생이며, 88년도에 대학을 들어갔고, 신입생 시절 "전태일 평전"을 읽고 충격을 받았으며, 매일 뜨거웠던 투쟁의 대열 후미에서 투쟁가를 따라 불렀고, 선배의 눈에 띄었고, 간곡한 설득에 의해서 동아리에 가입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학내에서 어느때 부터인가-내가 그때야 인지했을지도 모른다- 두개의 집회가 따로 따로 개최되는 것이었다. 한편에선 자주,민주,통일을 외치는 집회를 열었고, 또 한편에서는 노동자의 정치 세력화를 주장하는 그룹에서 집회를 열었다. 나는 선배들을 따라 자주,민주,통일을 외치는 집회에 참석하였고,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다른 그룹의 집회에 가지 못하도록 단속하였다.
두 그룹은 민족과 민중을 위한다고 하면서도 동지가 되지 못했고 심지어 사투-사상투쟁-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고 상처를 주었으며 때론 적이 되었다.
이것이 나의 청춘시절 씁쓸한 단상이다.
서로의 그룹들은 사상의 교조에 빠져들었고, 나 또한 유시민의 책 "청춘의 독서" 광장편에 나오는 한무리의 청년들속에 끼어 집단적으로 관념의 월북을 하였고, 그리고 대부분의 청년들과 함께 다시 대한민국의 선량한 시민으로 복귀하였다.
나는 그렇게 한때 유행했던 단어 "386세대"의 막내둥이로 20대를 보냈고, 청춘시절을 돌이켜보며, 한 국가의 이념을 일방적으로 비판없이 받아들였던 과거의 오류가 떠올라 가끔 쭈뼛쭈뼜거리기도 하며 사상의 교조주의에 빠져 동지가 될 수도 있었던 벗들에게 모질었던 시절이 내내 상처가 되었다.
그리고 강과 산이 두 번이나 바뀌는 시간이 흘러, 한때 두 그룹으로 나누었던 세력들이, 혹은 같았지만 그 후에 서로 다른 길을 갔던 사람들이, 20여년이 훨씬 더 흐른 이 시점에서, 혹자는 대중적이라는 이름으로, 혹자는 현대적이라는 이름으로, 혹자는 새로운이라는 이름으로 진보라는 큰 울타리에 다시 모이려한다.
나처럼 소시민이 되어, 유연함과 합리성과 관용을 미덕으로 삼는 자유주의자가 된 사람들과, 사회운동판에 혹은 노동판에 혹은 농민판의 언저리에서 활동가로 투사로 지내며 타협을 모르며 같지 않다는 이유로 상대를 개량주의자로 부르며, 얼마 전 까지도 사회주의노선을 버리지 않고 진보를 독식하려던 사람들이 새로운 진보의 영역으로 모이려 한다.
나는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미래의 진보”의 첫 페이지를 펼쳤다.
#불온한 자유주의자 유시민과 진정성있는 진보주의자 이정희의 만남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나와 같은 69년생이다. 그래서 그도 “386세대”의 막내둥이다.
그시절 대부분이 그랬듯이 그도 전태일에 감명을 받았을 것이며, 유시민의 “항소이유서”를 읽고 슬픔과 노여움으로 가슴이 뜨거워 졌을 386의 막내 세대 이정희가 대한민국 정당 중 가장 좌측에 있는 민주노동당의 대표가 되어 원내의석이 단 하나도 없는 작은정당 국민참여당 대표 유시민과 만나 대화하고 교류하고 공감하며 “진보의 미래”가 아닌 아직 오지않은 “미래의 진보”를 이야기한다.
나는 이정희 유시민의 대담집 “미래의 진보”를 읽으며 희망을 보았다. 두려움이 조금은 사라졌다. 진보 대통합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설레임도 있었지만 두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대표의 생각이 이렇다면 두려움없이 설레임과 희망으로 진보의 길을 함께 할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긴다.
물론 민주노동당의 모든 구성원이 이정희대표와 똑같을 수 없음이 안타깝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책을 읽는 내내 그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정희라는 진정성있는 진보주의자와 함께 같은 울타리에서 동지가 되고 벗이 되어 새로운 진보의 길를 개척해 나간다면 참 행복하겠다는 기분좋은 상상으로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 또한 모질고 험한 가시밭 길을 멍에를 지고 가는 유시민 대표와 이정희 대표가 벗이되고 길동무가 되어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준다면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은 이 두 사람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물리적 결합이 아닌 화학적 결합으로 가야한다.
나는 진보 대통합이 각 정파간의 형식적 결합으로 정파 연합체로 시작할 거라고 여겨왔다.
그리고 진보 대통합이 된다해도 각정파의 헤게모니 싸움으로 혹은 나눠먹기식의 정치적 협상으로 될 가능성이 농후 할것이라 여겼다. 한지붕 세가족이 될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책을 읽으며 나는 형식적 정파연합을 뛰어 넘어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화학적 결합을 이루어야 한다는 신념과 각오를 가지게 되었다.
10년 혹은 20년을 서로 다른 영역에서, 서로 다른 분위기에서, 이질적인 조직문화 속에서 살다가 한순간에 모든 것을 하나로 할 수는 없겠지만 서로 노력하고 양보하는 마음으로 시작해야한다.
내가 먼저 관대하고, 내가 먼저 다가가고자 한다.
청춘시절 사상의 교조에 빠져 벗이 될 수도 있었던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생채기를 냈던 오류를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다.
나는 자유주의자이며, 관대하며, 관용할줄 알며, 유연하니까.
불온한 자유주의자 유시민에게 진정한 진보주의자 이정희가 벗으로 다가와 나는 참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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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