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사장이 1일 오후 방문진 이사회에서 사의를 번복한 뒤 나오는 가운데, MBC노조 관계자들이 길을 막고 사표 제출 경위 등을 따져묻고 있다.(MBC노조 제공)
분식회계(粉飾會計). 기업이 자산이나 이익을 실제보다 부풀리는 행위를 일컫는다. 주로 주주와 채권자들을 속이기 위한 것이다. 그 방법도 다양해 아예 공인회계사를 매수하기까지 한다. 그러니 감사보고서를 통해서도 분식회계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이익을 적게 계상하는 역분식회계도 있다. 세금 부담이나 근로자에 대한 임금 인상을 피하기 위해서다. 모두 해서는 안 될 짓들이다.
요즘 방송의 행태를 보면 공정방송에도 분식회계가 있는 모양이다. 언론의 기본인 진실보도 대신 편향보도를 일삼으면서도 공정방송을 앞세운다. 권력감시 대신 권력과 자본의 주구 노릇을 하면서도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내세운다. 더욱 공영방송이 이렇다면 큰일이다. 공영방송은 국민의 방송을 의미한다. 방송의 목적을 영리에 두지 않고, 공공의 이익에 둔다. 공영방송의 이념적 근거가 방송의 공공성에 있는 까닭이다.
김인규 KBS 사장
염치없는 공영방송 사장들의 분식행동
공영방송을 자임해온 MBC와 KBS의 행태가 갈수록 태산이다. 이명박정권이후 보여온 반(反)공영, 친(親)국영 경향의 악순환을 일일이 거론할 필요도 없다. 당장 기막힌 일들이 코 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MBC의 방송심의규정(제8장) 개정이 그 하나요, KBS의 도청의혹 전개과정이 다른 하나다.
MBC가 보름 전 개정한 이 심의규정은 그야말로 언론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언론자유라는 저널리즘의 기본마저 내팽개친 패악이자 국민의 기본권 침해다. 개정된 규정은 ‘사회적 쟁점과 관련해 특정 의견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행위로 회사의 공정성이나 명예와 위신을 손상시키는 경우’ 고정출연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그 주대상이 ‘소셜테이너’(사회문제에 참여하는 연예인을 통칭)들이고 그 대표적 케이스 중의 하나가 김여진씨다. 그의 MBC 라디오 ‘손석희 시선집중’ 출연이 무산된 것이다. 김여진씨는 희망버스의 참여시민이다. 부산 영도의 한진중공업 크레인에서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200일 넘게 농성중인 김진숙씨를 격려했다는 게 출연금지의 배경이 됐을 법하다.
KBS의 도청의혹은 그 자체로 언론사의 치욕이다. 당초에는 ‘벽치기(엿듣기)’ 등의 전통적 취재행위라고 했다. 다음에는 도청 자체를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제3자의 도움을 받았다’고 꼬리를 잘랐다. 더욱 경찰의 도청의혹 수사대상인 기자의 노트북과 휴대전화가 사건 발생 직후 분실됐다. 그 도청의혹과 관련된 것으로 추측되는 녹취록은 한나라당 의원에게 건네져 공작정치에 이용됐다. 이 정도만 해도 방송사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를 책임져야 할 두 방송사 사장들의 분식행동이다. 김재철 MBC 사장이 지난 주말 느닷없이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런지 사흘도 못돼 ‘사퇴의사가 없다’며 이를 거둬들였다. 이유인즉 사표제출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진주·창원 MBC통폐합 승인 보류에 대한 항의였지 사퇴의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더욱 방문진은 이를 받아들여 재신임하는 절차를 마쳤다. ‘눈감고 아웅’도 분수가 있는 법이다. 이런 코미디를 벌이는 치기가 놀랍다.
김인규 KBS 사장의 도청의혹에 대한 ‘꼬리자르기’는 옛수법을 답습하고 있다. 그는 지난 1일 월례회에서 “도청을 지시한 적도, 도청을 했다고 보고받은 적도 없다”고 나선 것이다. 그는 또 경찰의 진상규명을 기대한다며 “수사가 마무리 되는대로 적절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일단 책임회피와 함께 의혹제기에 대한 소송위협을 가하는 모양새다. 여전히 도청행위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책임회피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보기 딱할 정도다. 그렇다고 책임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명박정권의 언론특보를 거쳐 방송장악에 앞장 선 것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 모양이다. 그렇다 해도 진실은 분식으로 가려질 수 없는 법이다. 그냥 정권의 꼭두각시로 행세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망가지는 방송이야 그들의 뜻 아니었는가. 아무래도 자신의 어릿광대 같은 모습이 안타까워서라면 제 정신을 차리는 게 급선무다. 제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어야 한다.
루퍼드 머독은 그래도 낫다?
호주출신의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은 자신 소유의 언론을 통제하는 방법으로 편집간부들의 ‘내부메모’를 이용했다. 우리의 독재정권 시절 ‘보도지침’을 닮았다고 할 수 있다. 머독 소유의 폭스 뉴스가 그 대표적인 경우다. 로버트 그린월드 감독의 다큐멘터리 ‘폭스의 사기극: 루퍼트 머독의 저널리즘 죽이기’는 그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폭스 뉴스의 뉴스생산 과정에서 언론자유가 어떻게 비틀어지고 훼손되는지 생생한 증언들을 담고 있다.
그런 머독도 도청 등 불법행위 앞에서는 즉시 손을 들었다. 도청취재를 해온 그룹 소속의 영국신문 뉴스 오브 더 월드(NOW)를 자진 폐간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영국의 모든 일간지에 사죄광고를 게재했다. 또 구체적인 추가조치와 도청피해에 대한 응분의 보상을 약속하기도 했다. 위헌적 조치로 국민의 기본권을 훼손하는가 하면, 도청의혹을 피해가려는 MBC와 KBS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교훈이다. 누구보다 두 방송의 사장님들이 먼저 제 정신을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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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발로 쪽팔리게 만드는 색히들...
저러고도 공영방송 운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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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